소설리스트

그림자로 인류 최강-30화 (30/110)

30화

크리처가 온몸으로 꼬리를 막았다.

단번에 가슴이 뚫린 크리처.

눈 깜짝할 사이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회색빛 크리처가 무려 스무 마리나 솟았다는 것이다.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크리처 무리가 크리처 로드에게 달려들었다.

- 키에엑!

화가 난 크리처 로드가 크리처 무리를 압살했다.

그런데,

!!

크리처 무리가 계속해서 솟아났다.

실로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죽이면 솟아나고, 죽이면 솟아나고.

그림자 속에서 회색빛 크리처가 계속해서 솟아났다.

크리처 로드는 이미 심각한 상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약해졌다.

움직임이 둔화됐고, 녹색 피를 더욱 많이 쏟았다.

크리처의 계속된 공격에 크리처 로드가 발버둥 쳤다.

버틸 수 있는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때였다.

크리처 로드의 뒤로, 무언가 스윽 하고 나타났다.

!!

놀랍게도, 바이크 헬멧을 착용한 자였다.

- 쉬익!

검날이 번쩍이고.

크리처 로드의 머리가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순간, 거짓말처럼 시간이 멈춘듯했다.

이윽고,

- 푸학~

크리처 로드의 목에서 녹색 피가 솟구쳤다.

‘맙소사….’

유숙희는 그제서야 현실임을 자각했다.

“헉!”

그녀가 숨을 내뱉었다.

헬멧을 쓴 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저 멀리서 헬멧을 쓴 자가 스윽- 하고 나타났다.

유숙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그래서 눈을 깜빡였다.

순간, 헬멧을 쓴 자가 또다시 스윽 사라졌다.

“수, 순간 이동!”

믿을 수 없었지만 확실했다.

말로만 듣던 순간 이동 능력이었다.

크리처 로드는 마스터 급.

놈을 죽일 수 있는 건 마스터 헌터들뿐이었다.

헌데, 그런 크리처 로드를 단숨에 쓱싹! 한 것이다.

순간 이동을 사용해서.

기막힌 상황에 유숙희의 입이 턱 벌어졌다.

죽을 둥 살 둥 겨우, 딸피를 만들어 놨더니, 스틸러가 나타나 막타를 치고 간 격이다.

아이템은 몰라도, 최소한 경험치는 모두 다 뺏겨 버렸다.

“이익!”

화가 났지만, 어쨌든 목숨을 구함 받았다.

그러니, 원망할 수도 없었다.

유숙희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도, 순간 이동이라니….”

현재.

전 세계, 모든 헌터를 통틀어 순간 이동 헌터는 불과 둘.

그들은 그만큼이나 특별하고 귀한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 중 하나가 지금 대한민국에 있는 것이다.

[ 유 선배! ]

저 멀리서 이명수 팀장이 구급대와 함께 달려왔다.

그 모습에 유숙희는 다짐했다.

몸이 회복되는 대로, 헬멧의 정체를 반드시 밝히겠다고.

***

이곳에서 처리한 크리처 수만 2백이 넘었다.

과연, 엘리트급 마물이었다.

놈들을 벨 때마다 강한 반탄력이 느껴졌다.

꽤나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놈들을 휩쓸었다.

그림자의 권능 덕분이었다.

크리처를 상대로 혼자서 무쌍을 찍을 수 있었던 이유가.

내게 만약 순간 이동 능력이 없었다면, 그냥 보통의 헌터였다면 어땠을까?

서른 마리의 크리처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콰쾅!

폭음이 들려왔다.

경기장 밖은 지금 난리가 난 상태.

마스터급 괴물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마스터 헌터를 봤을 땐, 전율이 일었다.

- 나도 강해지고 싶다.

- 저 여자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싶다.

내 안의 야수가 미친 듯이 욕망을 표출했다.

- 당장 싸워라!

- 지금, 당장 싸워라!

- 싸워라!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끊임없이 나 자신을 갉아먹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뛰쳐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어라?’

마스터 헌터가 치명상을 입었다.

크리처 로드를 압도적으로 몰아치더니, 한순간에 역전된 것이다.

아니, 역전된 것이 아니었다.

크리처 로드도 치명상을 입었다.

둘이 박 터지게 싸우다, 양패구상한 것이다.

딸피만 남은 크리처 로드가 바로 앞에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딸피를 잡는 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하지만 결국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헌터가 곧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스터 헌터는 이미 무방비 상태.

그에 반해, 크리처 로드는 공격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 정도 상황이면 그녀도 이해해 주리라 믿었다.

경기장 밖으로 순간 이동했다.

그림자 투사를 소환했다.

그림자 속에서 23마리의 크리처가 솟구쳤다.

크리처 로드의 꼬리가 마스터 헌터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림자 투사를 움직여, 육탄으로 공격을 막았다.

그런 후,

‘죽여라.’

그림자 투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22마리의 그림자 투사가 크리처 로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 키에에엑!

크리처 로드가 괴성을 질러댔다.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놈은 심각한 부상에도 그림자 투사들을 착실히 상대해갔다.

그 모습에 시익 웃음이 나왔다.

크리처의 시체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소환.’

또다시 그림자 투사를 소환했다.

그림자 투사 23마리가 다시 솟구쳤다.

‘죽여라.’

명령을 내리자, 크리처 로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림자 투사를 2백 마리쯤 소환했을까.

크리처 로드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둔해졌고, 녹색 피를 더욱 많이 쏟았다.

기회였다.

크리처 로드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놈이 움찔한 순간, 순간 이동을 사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뒤를 점한 후, 순식간에 검을 그었다.

시간이 느려졌다.

마치 파노라마 필름처럼, 놈의 목이 천천히 베어졌다.

그리고 결국, 모가지가 완전히 베어졌다.

- 푸학!

놈의 목에서 녹색 피가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발생했다.

- 엘리트 등급의 상급 격투술이 챔피언 등급의 일류 격투술로 진화하였습니다.

- 엘리트 등급의 상급 무기술이 챔피언 등급의 일류 무기술로 진화하였습니다.

- 엘리트 등급의 상급 실드가 챔피언 등급의 일류 실드로 진화하였습니다.

!!

능력이 진화한 것이다.

너무 놀란 나는 황급히 각성창을 개방했다.

<기본 능력>

▣ 일류 격투술 : 챔피언 등급의 청강권을 생성한다.

▣ 일류 무기술 : 챔피언 등급의 청강기를 생성한다.

<특수 능력>

◈ 일류 실드 : 챔피언 등급의 실드를 생성한다.

몇 번을 확인했지만, 사실이었다.

크리처 로드를 잡고 능력이 진화한 것이다.

◈ 그림자 준남작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5/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2/1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625/625)

그림자 준남작이 진화하지 못한 건 아쉬웠다.

하지만, 어쨌든 챔피언이라 상관없었다.

나는 주체 못 할 희열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쁨의 함성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특히 부상을 입은 마스터 헌터 앞에서는 더욱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잡은 물고기를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의료진을 비롯한 사람들이 달려왔다.

‘이동.’

그래서 순간 이동을 사용했다.

헌데,

!!

- 끼이이이익!

“으윽….”

머리가 깨질듯한 괴성에 순간 이동이 중단되었다.

크리처 로드를 죽일 때, 뭔가 모를 불순한 기운이 내 몸에 흡수된 것이다.

나는 황급히 불순한 기운을 몸 밖으로 배출했다.

오른팔에 힘을 주자, 시뻘건 적색 기운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수박만 한 크기의 적색 기운은 놀랍게도 사람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뭔가 모를 불길한 기운에, 그것을 소멸시키려 할 때였다.

( 살려줘! )

!!

( 살려줘, 제발! )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있다면 단 하나.

시뻘건 적색 기운뿐이었다.

( 너 뭐야! )

(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

( 뭐냐니까! )

( 나도 몰라. 내가 누군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

( 요물 주제에. 헛소리 말고 뒈져라. )

놈을 향해, 마력을 내뿜자,

( 회귀자! )

!!

적색 기운의 말에 깜짝 놀랐다.

“부상자들 옮겨!”

“엘릭서 가져와! 급해!”

“빨리 실어.”

사람들 소리에 일단,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순간 이동을 사용했다.

월드컵 경기장, 내부로 순간 이동했다.

( 다시 말해봐. )

( 회귀자. )

( 네가 어떻게…)

그러다 문득, 뭔가가 뇌리를 스쳤다.

( 감히, 내 생각을 읽어! )

( 생각을 읽은 게 아니야. 나는 그런 능력이 없어. )

( 그럼, 내가 회귀자란 사실을 어떻게 안 거지? )

( 나도 몰라. 그냥 알았어. 네 몸에 흡수된 순간, 그냥 알았다고. )

( 흥!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 )

( 믿어 줘. 정말이야. )

- 차원을 떠돌던 부유령이 당신에게 종속되기를 바랍니다.

- 당신의 영향을 받아 그림자 부유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합니다.

- 당신은 언제, 어디서든 부유령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 부유령의 종속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당신이 거절한다면, 부유령은 즉시 소멸됩니다.

!!

머릿속에서 각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대체….’

( ▒▦▥▤▧▩▩. )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부유령이 외계어를 내뱉었다.

( 지구어로 라그나로크라는 뜻이야. 세상의 종말에서,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

( 무슨 소리야? )

( 비밀이 생각났어. 네게만 말해줄게. )

( 비밀? )

( 차원의 비밀. )

( 웃기려고 하는 소리냐? )

( …진짜야. 차원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미래가 달라진 원인도 알 수 있어. 그러니까, 날 살려줘. )

녀석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비밀이라….’

일단, 녀석은 사람을 해칠 수 없었다.

내 허락 없이는.

종속이란 그런 의미였다.

꽤나 불길한 놈이지만, 잠시만 종속시켜두기로 했다.

( 그 비밀. 일단 접수하지. )

- 차원 부유령이 당신에게 종속되었습니다.

- 차원 부유령이 그림자 부유령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불길한 요물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

동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동생은 손을 맞잡은 채 숫자를 세고 있었다.

곽동수와 박대출을 소환 해제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참혹했다.

크리처의 사체도 많았지만, 희생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으음….”

“보경아!”

때마침, 기절했던 동생 친구가 정신을 차렸다.

난생처음 보는 피바다에 충격이 상당했는지, 아직도 비몽사몽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가 상당할듯했다.

너무 심한 충격에 정신이 붕괴될 수도 있었다.

이는 보경뿐만 아니라, 동생과 주리 역시도 마찬가지.

일단 보경을 안은 후, 은영과 주리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

경기장 밖은 사상자들로 가득했다.

의료진과 환자가 뒤엉켜 난리가 난 상황.

이런 엄중한 상황에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보다 위급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택시를 잡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