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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23화 (23/110)

23화

늦깎이 동생이 죽었다.

전무치, 개인의 입장에선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상 그룹의 입장에선 엄청난 사건이었다.

- 속보) 진상 그룹. 세상에 선포하다. 이번 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

- 속보) 발 벗고 나서달라. 진상 그룹, 공식 석상에서 마감청과 사방신 길드에 도움 요청.

- 단독) 잔혹하게 살해당한 로열패밀리. 진상 그룹.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살인범 검거에 총력.

- 단독) 북벌 클랜 전무치 이사. 내 동생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살인범 각오하라. 반드시 잡을 것.

- 속보) 북벌 클랜의 숨겨진 비수. 혈귀. 움직일까? 마감청과 사방신 길드. 혈귀 움직임에 촉각.

- 속보) 진상 그룹. 범죄와의 전쟁 중? 전면에 나선 북벌 클랜.

“아주 난리가 났구만.”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쏟아지는 뉴스마다 속보며 단독이 붙었다.

- 띠링!

지하 3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다.

승강기에서 내렸다.

“오셨습니까!”

슈트를 착용한 10여 명의 헌터들이 90도로 몸을 숙였다.

전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좀 나왔어?”

“아뇨. 그냥 때리기만 했는데요.”

한쪽 눈에 안대를 쓴 애꾸눈 사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전무치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야! 뭐든 묻고 답이라도 듣고 때려야지. 때리기만 하면 어떡해!”

전무치가 한심하다는 듯 애꾸눈 사내를 쏘아붙였다.

“죄, 죄송합니다.”

“문 열어.”

“예.”

전무치의 말에 애꾸눈 사내가 창고 문을 열었다.

“…쟤들은 왜 또 거꾸로 매달아 났어?”

“예?”

“새끼야, 어지럽잖아!”

전무치가 화를 내자, 애꾸눈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야! 니들 어지럽냐?”

거꾸로 매달린 사내들에게 물었다.

“내가 어지럽다고! 내가!”

전무치가 버럭 화를 냈다.

“아! 죄, 죄송….”

애꾸눈 사내가 또다시 사과했다.

“여기 앉으십시오.”

헌터들이 의자를 대령하자, 전무치가 자리에 앉았다.

“시작하지.”

전무치의 말에 애꾸눈 사내가 크레인을 조작했다.

- 지이잉~

벌거벗은 채 거꾸로 매달려있던 사내들이 서서히 내려왔다.

“이런, 쯧쯧…. 정말, 무식하게도 팼구나. 무식하게도 팼어.”

“으윽….”

“사, 살려….”

“미안하다. 우리 애들이 납치 같은 걸 안 해봐서. 가끔 이런 것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니들이 봐도 좀 어설펐지?”

“흑… 사, 살려주세요.”

“제발….”

전신이 피로 물든, 20대 초반의 사내들이 전무치를 보며 애원했다.

“잘 들어. 딱 한 번만 얘기할 테니까.”

“….”

“테마 클럽에서 있었던 일. 기억나는 대로 다 말해 봐.”

“….”

“어때, 할 수 있겠어?”

“예, 예….”

“크윽.”

피투성이의 사내들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얘들 풀어줘라.”

“예, 이사님.”

전무치의 말에 애꾸눈 사내가 움직였다.

이윽고, 애꾸눈 사내가 크레인에 묶여있던 피투성이의 사내들을 풀어줬다.

헌터들이 의자를 갖다주자, 피투성이의 사내들이 의자에 앉았다.

“말해 봐.”

전무치의 말에,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흐음… 그러니까, 헬멧을 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고, 강성범과 이창훈을 살해했다? 그리고 우리 무진이를 납치해 갔다?”

“예.”

“CCTV에 찍힌 대로, 죽었던 강성범과 이창훈이 되살아났고?”

“예예, 맞습니다!”

“웃기려고 하는 말 아니지?”

“아,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제가 봤습니다.”

“…저, 저도요. 저도 봤습니다!”

피투성이의 사내들이 전신을 벌벌 떨며, 절절히 대답했다.

제발 자신들의 말을 믿어달라며, 눈물까지 흘렸다.

“CCTV에 찍혔으니 거짓말은 아니고. 흐음….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다니. 이건 니들이 봐도 웃기잖아. 안 그래?”

“여자애들한테도 한번 물어보십시오. 쟤들도 봤으니까요.”

비쩍 마른 사내가 한편에 묶여있던 여자애들을 가리켰다.

“잉? 쟤들은 뭐야? 쟤들은 왜 잡아 왔어?”

전무치가 화를 내자, 애꾸눈 사내가 황급히 대답했다.

“혹시나 몰라서…….”

“야 이 새끼야. 잡아 왔으면 그냥 두지. 옷은 왜 벗겼어?”

여자애들 역시도 발가벗겨진 채 묶여있었던 것.

때문에 전무치가 더욱 화를 냈다.

“헤헤…. 보기 좋잖습니까.”

“보기 좋아? 이 꼴통 새끼가. 일로 와.”

전무치가 손짓하자, 애꾸눈 사내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 쫘악!

전무치가 있는 힘껏 싸대기를 날렸다.

“철민아.”

“예.”

“최철민.”

“예.”

“넌 혈귀야. 북벌의 히든카드, 혈귀라고.”

“제, 제가요? 전, 혈검인데요. 혈귀는 이사님이잖습니까.”

“이 새끼가!”

“죄, 죄송합니다.”

“내가 혈귀다! 이런 마음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하란 말이야.”

“….”

“…무슨 말인지 몰라?”

“아,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최철민이 눈치를 보는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전무치가 최철민의 어깨를 다독였다.

“잘하자.”

“예.”

“저것들, 잡음 안 나게 깊숙이 파묻고.”

“예, 이사님.”

“이것들도 다 파묻어 버려라.”

“이것들도요?”

“이게 진짜! 내가 꼭 두 번씩 말해야 해?”

전무치가 또 버럭 하자, 급당황한 최철민이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마력 감시청.

마감청 내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 부서인 마력 파장 감지실.

일명 마파실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5조 3교대.

1개조 휴무, 1개조 통상 출근이라는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곳.

근무 교대는 언제나처럼 소리 소문 없이 자체적으로 이뤄졌다.

- 삑! 삑! 삑…!

삑! 삑! 거리는 전파음 소리.

그 소리 외 사람들 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았다.

- 삐이잉-! 삐이잉-! 삐이잉-!

비상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경기도 안산 단원구. 특이 파장 감지. 특이 파장 감지.”

마파실 직원, 김명섭이 다급히 말하자,

“게이트 등급!”

상황 실장, 윤한홍이 소리쳐 물었다.

“게이트 등급 3. 엘리트 등급이며, 게이트 변이 진행 중.”

“브레이크 가능성은!”

“혀, 현재로선….”

“빨리!”

“…5% 미만입니다.”

“공략 중인가?”

“아직, 비 공략 게이트입니다.”

“휴….”

윤한홍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변이 종류는?”

“단순한 마력 증가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마수 등급 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젠장! 하필이면 마수야?”

마물보다 상대하기 힘든 것이 바로 마수였다.

“배정된 곳은?”

“경기도, 국제 클랜입니다.”

“공략일은?”

“어제 배정받았습니다.”

늦어도 3일 안에 공략한다는 소리였다.

“게이트 상향 통보하고, 공략 인원은 반드시 3명 이상 늘릴 것. 엘리트 등급으로만 3명이야. 괜히 뻘짓하다 걸리면 강등시킨다고 전해.”

“예.”

“요원들한테 인원 점검 철저히 지시하고!”

“예, 알겠습니다.”

김명섭이 텔레그램을 작동시켰다.

윤 실장의 지시를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이봐, 김 대리.”

옆에 있던 정 과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마파실 업무상, 사적 대화는 일절 금지되어 있었던 탓이다.

그가 휴대폰을 보이며 손짓했다.

결혼할 예비 신부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두 손 모아,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모습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 과장이 고맙다며 연신 고갯짓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정 과장이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화장실과 연결된 통로로 빠져나갈 생각인듯했다.

잔뜩 부러운 눈으로 정 과장을 바라봤다.

사수이자, 인생의 롤모델.

예비 신부가 보통 미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고개를 돌린 김명섭.

자신의 감지기와 정 과장의 감지기를 동시에 살폈다.

출력 화면이 2개나 됐지만, 모니터링 업무라 문제될 것은 없었다.

급변하는 마력만 주의 깊게 살피면 된다.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지금 마력이 요동쳤다.

서울 마포구 일대에 생성된 게이트였다.

‘뭐지?’

감지기에는 마력 파장이 매우 안정적으로 송출됐다.

순간적으로 요동친 마력이라 캐치하지 못한 듯했다.

황급히 컴퓨터를 만졌다.

그래프 수치를 확인했다.

0.7~ 2.5% 내외의 안정적인 마력 수치가 산출됐다.

‘이상하네. 분명 7% 이상 솟구쳤는데.’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한번 살폈다.

여전히 마력 수치는 안정적이었다. 문제가 없다는 소리였다.

‘어쭈?’

간혹가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마력 파장이 아주 불안정하거나, 짧은 순간 마력이 요동쳤을 때 컴퓨터가 인식 못 하는 경우였다.

이럴 땐 반등 수치를 확인해야 했다.

‘어라?’

반등 수치 또한 매우 안정적으로 산출됐다.

다만, 순간적으로 7%까지 치솟은 흔적은 남아있었다.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까지 수치가 상승했다가 금방 안정되는 경우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고마워.”

그때, 정 과장이 돌아왔다.

고맙다며 눈을 깜빡였다.

“과장님.”

“응?”

“마력 수치가 이상해서요.”

“파장이 높게 나오디?”

“높은 편은 아닌데….”

정 과장에게 반등 수치를 보여줬다.

마포구 성산동 일대의 마력 수치가 7%까지 치솟은 흔적이었다.

“아, 여기. 가끔 그래.”

“예?”

“신경 쓰지 마.”

“그치만….”

“왜?”

정 과장이 의문스러운 듯한 눈으로 쳐다봤다.

뭐가 문제냐는 뜻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7%까지 치솟은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라는 말이 목젖까지 튀어나왔다.

하지만, 금방 삼켜야 했다.

직장 상사 앞에서 나댈 순 없었으니까.

“…아닙니다.”

고개를 흔들었다.

정 과장은 선배이자, 사수.

이곳에서만 10년을 넘게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그런 그가 이 정도 현상을 모를 리 없었다.

“싱겁긴….”

정 과장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걱정 마. 실장님도 알고 계시니까.”

“네? 아….”

“예전에 우리 요원이 실사까지 나갔던 곳이야. 가끔 저래. 마력 수치가 들쑥날쑥. 그래도 문제없어. 지금까지 사고는 없었으니까.”

“아, 넵.”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혹시라도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질까 봐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쓸데없이 나대지 않기를 잘한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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