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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3화 (3/110)

3화

“우리 아들, 정신 차려야지.”

“예….”

옛날 같았음 꽤 아팠을 등짝 스매시.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지?”

“그럼요. 아무 일 없어요.”

“진짜지?”

“네. 제가 잠깐 잠꼬대를 했나 봐요. 이제 조용히 잘게요.”

엄마는 뭔가 못 미더운 듯 계속 바라보시더니.

내가 웃음 짓자 마지못해 방으로 들어가셨다.

“조용히 좀 해, 이 바보야. 너 때문에 잠만 다 깼잖아.”

“미안.”

“바보 멍충이.”

또다시 사과하자 여동생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이럴 땐 욕설이 나와야 정상이었던 것이다.

“은영아, 오빠가 미안하다.”

“…뭐래 바보가. 흥!”

문을 쾅! 닫고 사라지는 은영….

“잘할게. 이젠 진짜 잘할게.”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

“요즘 많이 힘들지?”

식사를 하시던 아버지가 물었다.

아무래도 새벽에 소리 지른 것 때문에 물어보시는 듯했다.

3년 연속 유급한 것도 있었고….

“힘든 일 있으면 언제라도 털어놓고. 너도 이제 스물셋이다. 아빠랑 술 한 잔 정도는 할 나이야.”

“죄송해요, 아버지. 힘든 일 있는 건 아니에요. 말하자면… 조금 좋은 일이 생겨서요.”

“…좋은 일?”

뜻밖이라는 듯, 아버지의 동공이 흔들렸다.

지금껏 우울함에 계속 침체되었던 아들….

그런 아들이 갑자기 좋은 일이라니….

아버지가 당황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좋은 일은 무슨. 바보 주제에.”

“어허! 은영이 너 진짜… 오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피~”

“뭐, 좋은 일이라고 하니 됐다. 근데 태민아.”

“예.”

“아빠는 상관없다. 3년 정도 유급이야… 그러니 넌 걱정 말고….”

“여보!”

“흠흠. 혹시나 해서 말이요. 하여튼, 내가 너 하나 교육 못 시킬까.”

거짓말이다.

이 당시는 몰랐지만, 아버지는 이때 아카데미 학비 때문에 밤늦도록 대리운전을 하고 계셨다.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올해는 꼭 졸업할 겁니다.”

“…어? 어.”

“그, 그래. 엄마는 우리 아들 믿어.”

확신에 찬, 내 대답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크게 놀라신 듯했다.

“흥! 뭐라는 거야. 바보가. 어젯밤부터 자꾸.”

“이은영!”

“은영이 너 진짜.”

여동생이 코웃음 쳤지만 하나도 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고마웠다.

감사했다.

빌어먹을 헌터 일을 한다고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나다.

그런 나에 비하면 여동생의 투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

대한민국 수도 서울.

서울에 위치한 최고의 아카데미는 4곳.

청룡, 주작, 백호, 현무.

사방신 아카데미라 불리고 있었다.

극한의 확률로 17세 때 각성하면 무조건 아카데미 교육을 받아야 한다.

헌터라는 직업이 생사를 넘나드는 고위험직이다 보니, 충분한 교육은 필수.

교육을 받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헌터 일을 할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빌런이 되는 것이다.

내가 다니는 백호 아카데미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 기관으로서, 백호 길드가 뒤에서 후원하는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

여기서 질문.

이런 명문 아카데미에 반쪽짜리인 내가 어떻게 입학했냐고?

쉽게 말하면 이랬다.

극한의 확률로 각성하게 되면 헌터가 될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극소수만이 특수 능력을 각성하게 된다.

그렇다.

한마디로 말하면 더블 각성.

나는 더블 각성을 하였기에 백호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다.

뭐, 보물인 줄 알았던 내가 알고 보니 똥이었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쫓겨나지 않고 꾸역꾸역 잘 다니고 있었다.

“여~ 이태민~”

교실로 들어서는데 누군가 날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웬 녀석이 고개를 치켜든 채 노려보고 있었다.

“씨발넘아, 형님이 부르면 재깍재깍 튀어와라.”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녀석이 주먹을 치켜든 채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김… 낙기?”

얼굴을 자세히 보니 떠올랐다.

김낙기.

아카데미 4학년.

유급을 안 했으니 나보다 세 살이나 어렸다.

“김낙기? 이게 죽을라고.”

김낙기가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잠깐!”

내가 손을 들자, 녀석이 멈칫거린다.

“용건이 뭔데?”

“…뭐?”

“용건이 뭐냐고?”

“하, 이 새끼 봐라.”

김낙기가 내 뺨을 톡톡 건드렸다.

“성재가 오늘 바쁘단다. 니가 가서 훈련실 청소랑 장비들 좀 옮겨라.”

“….”

“씨발놈아, 대답 안 하냐?”

“….”

“요 시팍 새끼가. 빨리 대답 안 해! 검기도 못 쓰는 반푼이 새끼가.”

김낙기가 위협했지만 나는 눈도 깜빡 안 했다.

그 모습에 녀석이 살짝 당황한 듯했다.

“부, 분명히 말한다. 뒈지고 싶지 않으면 청소 싹 다 해라.”

“….”

“어휴~ 이 씨발 새끼가. 비켜, 새끼야!”

김낙기가 또다시 내 뺨을 툭툭 건드리더니, 가슴팍을 밀쳤다.

꽤 오래된 기억이라 잊고 살았었는데.

떠올랐다.

안 그래도 힘들었던 내 아카데미 생활을 완전 지옥으로 만들었던 놈들이.

과거의 나라면 찍소리도 못 냈을 테지만.

‘흥미가 진진하구만.’

가볍게 상념을 털어버린 후, 조용히 교실로 들어갔다.

***

매주 수요일마다 대인전 훈련이 있었다.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가져온 전투복을 착용했다.

‘백호 슈트. 정말 오랜만이네.’

일명 백호 슈트라 불리는 이 전투복은 백호 아카데미의 상징답게 새하얀 백호가 새겨져 있었다.

가격만 무려 2억.

이 슈트를 사기 위해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집까지 팔아야 했다.

슈트 착용법은 간단했다.

챔피언 벨트처럼 생긴 이 슈트를 허리에 착용한 후, 버튼만 살짝 눌러주면 끝.

백호 슈트가 자동으로 장착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반물질을 이용한 기술로,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정석이 없었다면 구현이 절대 불가능했을 최첨단 기술이었다.

“어이, 빵셔틀~ 너 훈련실에 갈 거지?”

웬 떡대가 다가왔다.

“오늘 성재가 담당이라며? 그럼 니가 대신 갈 거잖아.”

희번덕거리는 눈을 보니, 떡대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조… 태진?”

“가는 길에 내 무기도 좀 들고 가라.”

“….”

“이 녀석… 많이 예민한 거 알지? 훈련실에 두면 찝찝하니까, 수업 끝나는 즉시 니가 다시 챙겨 오고.”

녀석이 1m가 넘는 거대한 양날 도끼를 내밀었다.

“아우 씨발, 종나 힘들어. 어제 밤새도록 닦았다. 아 참! 기스 하나당 죽탱이 백 대다. 알지? 기스 나면 절대 안 되는 거. 조심해서 들고 가라.”

“….”

“받아 새꺄! 팔 아퍼!”

내가 멀뚱히 쳐다보자, 녀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성재 패거리인 이 녀석도 꽤나 날 괴롭혔었다.

“꺼져.”

“…뭐?”

순간, 차가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태민아. 너 어쩌려고 그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뚱뚱한 녀석이 귓가에 속삭였다.

뚱뚱한 녀석.

이 녀석도 기억났다.

안봉안.

과거, 빵셔틀로 지낼 때 그나마 친구처럼 대해주던 녀석이었다.

“다. 시. 한. 번. 말. 해. 봐.”

조태진이 눈을 부라리며 또박또박 말했다.

“꺼지라고.”

“…이 씨발 새끼가.”

사실, 과거의 나는 격투 실력 하나만큼은 넘사벽이었다.

오죽하면 아카데미 학장이 타고난 천재라며 그렇게나 아쉬워했을까….

그 당시, 내가 검기만 쓸 수 있었다면 아마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것이다.

각설하고, 욕설을 내뱉는 조태진.

책상을 밀치며 한걸음 다가왔다.

꽤나 위협적인 모습에 움찔할 법도 하건만,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에게 성큼 다가섰다.

“어, 어.”

당황했는지, 녀석이 움찔거렸다.

녀석도 알고 있는 것이다.

내 격투 실력을.

“검기도 못 쓰는 반푼이 새끼가. 오늘 진짜 왜 이러지. 태민아, 너 오늘 뭐 잘못 쳐먹었냐? 왜 안 하던 짓거릴 하고 그래. 적응 안 되게.”

“….”

“새끼, 잘하면 치겠다?”

“맞다이 함 뜨자.”

“…뭐? 미쳤냐 너?”

“맞다이 함 뜨자고.”

“하, 씨발. 오늘 여러모로 뚜껑 열리게 하네.”

“뜨기 싫으면 꺼지고.”

“태민아. 너 그러다 죽는다.”

“죽이든가.”

“농담 아니다. 진짜 죽는다.”

“죽이라니까.”

조태진이 멈칫거렸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폭발 직전이었다.

“씨발 새끼가!”

결국, 폭발했는지 녀석이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순간, 한 걸음 혹은 두 걸음… 몸을 움직여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지금, 내 기본 능력은 무려 엘리트에 달한 상태.

그 말인즉슨, 내 신체 능력이 최소 엘리트를 넘어섰다는 뜻이었다.

신체 능력과 기본 능력은 비례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랬다.

최소 베테랑급인 녀석의 움직임이 마치 굼벵이 같았다.

눈 감고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속도.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후, 우측 팔을 들어 손바닥을 쫙 펼쳤다.

“이 악물어!”

번개처럼 가해진 가차 없는 싸닥션.

- 쫘악-!

뺨따구에 불이 번쩍이자, 조태진의 몸이 360도급 회전했다.

해롱거리며 정신을 못 차리는 조태진.

곧이어,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어, 어.”

“뭐, 뭐야.”

“무슨!”

너무 놀라서 기함하는 친구들.

순간, 교실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

“으악-!”

정성재의 엉덩이가 터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불같은 성격인 최태식 교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청소는 물론이며 교육에 필요한 장비가 하나도 준비가 안 됐어. 성재야~”

“예… 교관님.”

“이노무 새끼야.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내가 너 그렇게 가르쳤어?”

“아, 아닙니다.”

“훈련실 담당이면 훈련실 담당답게 청소도 하고! 장비도 뚝딱 준비하고!”

“죄, 죄송합니다.”

“너 나한테 불만 있지?”

“…없, 없는데요.”

“없. 는. 데. 요?”

“없습니다!”

“이게 진짜. 어휴~”

“….”

“정성재.”

“예.”

“아버님 믿고 개기는 거냐?”

“아닙니다!”

“백호에 계신 아버님 믿고 개기는 거냐고!”

“아닙니다!”

“근데 왜 그래 새꺄!”

“잘못했습니다!”

“성재야. 나도 교관으로서 순정 있다. 니가 이런 식으로 내 수업 망치고 막 그러면… 그땐 인마 나도 어쩔 수 없이 깡패가 되는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

“들어가, 새꺄!”

엉덩이에 불붙은 성재가 노려봤지만, 난 신경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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