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 18세 봄(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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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정령력을 키워보는 것이다.
맞는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마법동전주머니에 정령과 관련된 것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정령이란 단어가 들어간 온갖 제목을 다 대봤다.
없다.
그냥 무작정 아마 이럴 것이다, 생각하면서 해보는 중이다.
또 정령을 불러내서 자꾸만 부탁을 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세운 훈련의 일환이다.
모닥불에 불붙일 때, 물을 데울 때, 반대로 물의 온도를 확 낮출 때.
불이 다 타도록 내버려 뒀다가 다시 불러내서 불을 붙여 달라고도 했다.
정령에게 부탁하면 굳이 불화살을 만들지 않아도 불화살처럼 쓸 수 있다.
미리 부탁해놓고 활을 쏘면 불의 정령이 화살촉에 앉아 날아간다.
팍 꽂히는 순간 불을 확 일으킨다.
정령의 불은 존슨에게는 뜨겁지 않다.
그렇지만, 존슨이 아니고 대상이 인화물질이라면 순식간에 타오르기도 하고 오래도록 타기도 한다.
돌이나 물, 흙은 불이 안 붙지만 나무, 동물 등은 마음대로 조절하여 태울 수 있다.
인체의 70% 이상이 수분이라 해도.
불을 확 키울 수도 있고 작은 불로 오래도록 타도록 할 수도 있다.
부탁하기 나름인 것이다.
거리가 있기 때문에 미리 부탁을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도 알았다.
사냥을 할 때 늘 주의하는 것은 맹수나 몬스터.
특히 몬스터들이 눈에 띄면 혹시 가까이에 둥지가 있을까 싶어 한참 동안 뒤를 따라 다니기도 한다.
깊은 산으로 들어가면 그제서야 추적을 멈추고 돌아온다.
어지간한 거리라면 알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괜히 분란거리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큭큭, 어찌 보면 영화에 나오는 흑마법사나 소설에 나오는 힘숨...찐...은 아니고...힘숨농? 뭐, 그 비슷한 거지!’
정체를 감추고 시골에 살면서, 밤이면 마법 실험을 하는 그런 괴팍하고 음침한 마법사.
실제로 존슨은 낮에는 정체를 감추고 산다.
농부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밤이면 날이 샐 무렵까지 실험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마법 실험들.
마법이 발동되는지 아닌지를 테스트 하는 경우도 있지만 흑마법 비슷한 실험을 할 때도 있다.
마법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법의 영역에는 생물, 물리, 화학, 천문, 지리, 지질, 심리, 의학, 동식물의 육묘와 육종 등의 생태와 유전 등 온갖 분야의 것을 다 연구한다.
더구나 이 세상의 현자, 학자, 선각자 비슷한 대우를 해준다.
그 때문에 정치적인 조언도 해주기도 한다.
군사적 제안이나 조언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반 무기의 개량이나 마법 무기의 개발에도 간여한다.
사회의 각 분야에 깊이 간여하기 때문에 개중에는 마법사 같지 않은 마법사도 흔하다.
존슨은 그와는 다릴 그저 자기가 관심이 있는 분야와 앞으로 살아나갈 때 도움이 될만한 것만 신경을 쓴다.
거기에 장진오의 기억과 지식을 더하여 근원적인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그 때문에 진도는 살짝 느려도 예상 보다 빠르게 익히고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다.
제르넨이 비록 백작의 영주성이 위치한 도시지만 다른 백작부가 위치한 도시들보다 훨씬 작다.
남작이가 자작의 영지였던 곳들 몇 곳을 합쳐 영지 넓이에서는 엇비슷하지만 영주성이 자리한 도시 자체는 작은 편이다.
애초의 남작령이나 자작령이었을 때에 비하면 커졌지만.
게다가 교통량이 많은 중간 도시도 아니다.
왕국의 거의 끝 부분에 위치한 변경의 영지.
다른 지방에 주둔하고 있던 왕국 군단의 군단장이었던 몇 대 위의 조상은 남작이었단다.
공을 세워 처음엔 이 영지가 아닌 이웃 영지를 영지로 받아 부임했다.
그 아들인가 손자인가도 여전히 남작이었는데 큰 공을 세웠단다.
몬스터 대공세를 막아냈다나 어쨌다나.
그 공으로 변경백에 임명되었다.
변경백이라는 건 왕국 변경의 남작이나 자작에게 붙여주는 일종의 명예직.
남작이나 자작이지만 백작의 대우를 해준다는 그런 의미라고 했다.
그렇게 몇 대를 내려오다가 지금은 죽은 전 백작의 할아버지인가가 엄청나게 큰 공을 세웠다고 했다.
그 무렵에 이 근처 영지들이 박살이 나면서 영주들도 여럿 죽고...하여간 난리였단다.
그게 70년 전인가 80년 전의 얘기다.
그 때 정식으로 백작의 작위를 받으며 영주가문이 망해버린 몇몇 영지를 합쳐서 지금의 백작령이 되었다고 했다.
남작으로 변경백이었다가 정식 백작이 된 것이다.
제르넨을 오가면서 얻어 들은 얘기들이다.
그 후로 도시를 키워보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던가?
하여간 노력은 했단다.
뜻대로,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을 뿐이지.
죽은 전 백작 대부터 수도에 저택을 마련하고 열심히 뭔가 노력을 했는데, 그것도 좋은 결과는 없었다지?
하여간 몇 대에 걸쳐서 이런저런 노력 끝에 남작 가문이 백작이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풍요로운 영지는 아니다 보니 성과는 미미했나보다.
아무래도 정치라는 건 돈 문제를 떠나서는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말로만 때워서는 성과가 적을 수밖에 없겠지.
하다못해 기사단을 구성하고 확장하려 해도 그게 다 돈이 문제가 된다.
병력을 늘리려 해도 다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영지를 발전시키려 사업을 해도 역시 돈이 없이는 성과는 고사하고 시작도 하기 어렵다.
식량, 치안,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구가 제대로 늘지 않는다.
왕국의 대영지들이 왜 대영지겠어?
농토가 넓고 평평하니 거대한 넓이의 땅에 밀을 심는다.
엄청난 생산력을 바탕으로 마련한 돈으로 기사와 병사를 모집해 운영하는 것이다.
늘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하는 그런 문제가 생겨난다.
영지를 키우려면 인구가 많아야 하는데 인구가 많으려면 생산력이 늘어나야 한다.
생산력과 인구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느 한쪽만 늘어난다고 다른쪽도 저절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존슨은 사냥터에서 혼자 야영을 하며 불을 피워놓고 멍하니 앉아 있다.
일렁이는 불길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하롯 마을, 밀러디 영지와 영주부가 자리한 제르넨 성, 세브론 왕국과 수도 디에나 같은 그런 것을 생각한다.
왕과 귀족과 기사와 마법사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몬스터, 군대, 다른 왕국에 대한 것들도 궁리해 본다.
농부 말고 다른 직업군에 대해서도 떠올려 본다.
기사, 군인, 관리, 귀족과 영주, 왕과 사제와 마법사 같은 계급들.
아니면 다른 직업.
목수, 석수, 대장장이, 신기료장수, 피혁과 모피 가공업자와 거래상, 상인, 용병, 병사, 사냥꾼과 모험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부, 약초꾼, 나뭇꾼 같은 직업이 있을 수 있겠다.
‘내가 그런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지, 그걸 꼭 하겠다는 건 아니다.
농부라는 직업 하나만 해도 힘겹다.
거기에 제재소를 차리면서 목수 일도 한다.
목수일은 거의 모든 농부가 손댈 수 있다.
실제로 헤나가 결혼 할 때 집수리며 가구 만드는 것도 다 존슨과 제티가 함께 만들었다.
이번의 제재소가 아니었어도.
사냥꾼 노릇도 하고 약초꾼 일도 겸하고 있다.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필요한 것들만 제르넨을 통해서 구입해 사용한다.
농부가 손대기 어려운 것.
즉 철제품 같은 것들.
예전엔 마을에 대장장이 일을 할 줄 아는 농부가 있었다고도 하지만 그가 죽은 후로는 없다고 했다
대체로 그런 식이다.
누군가 기술자가 살 때는 그럭저럭 덕을 보며 살아간다.
그가 죽거나 떠나면 이웃 마을이나 제르넨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작은 규모의 자급자족 원칙 공동체의 생활은 다 그러하다.
조금 범위를 넓히면 각각의 영지가 그렇다.
영지 외부와 교류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귀족들 간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제르넨 말고 다른 도시도 가봐야겠어. 작은 영지야 굳이 볼 필요가 없으니 대도시를 가봐야할텐데.’
그렇지만 먼 길을 이유없이 오가는 것은 쉽지 않다.
‘안전하고 기술도 발달된 미래, 아니 한국에서도 해외 여행이나 장거리 여행이 쉽지만은 않았지. 아주 예전엔 신혼여행을 온양온천이나 유성으로 갔고, 그 후에야 제주도로 갔었잖아. 한참 지나고 정말 먹고살만해진 후에야 해외여행을 한 셈이지. 여기서 이웃 영지 가는 건 해외여행이나 마찬가지고. 영주가 왕이나 마찬가지이니 외국이라고 봐도 무방한 거잖아. 실제로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현실을 보자면 이웃 영지를 가보는 건 어렵다.
그러나 존슨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혼자 가도 그만이지만 처음이니 어딘가에 슬쩍 끼어서 가야 할 것 같았다.
‘끼어가자면...의뢰를 받아 가는게 좋은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들은 얘기만으로 보면 잘 해낼 것 같기는 한데, 그게 과연 들은 대로 일지는 의문이었다.
여기도 뻥을 섞은 그런 황당한 얘기쯤이야 얼마든지 있는 세상이니까.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더 힘든 폐쇄적인 세상이다.
존슨은 몬스터 토벌 당시 노획품을 거두면서 몇 가지 물건을 챙겨 두었다.
전투 중에 죽은 이웃마을 사람의 신분증.
보통 사람은 딱히 필요없는 것이 신분증이다.
평소라면 세금 거둘 때나 쓴다는 소릴 듣는 거라 다들 싫어 한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독한 마음을 품고 조사를 해서 만약 신분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앗차하는 사이에 노예가 될 수도 있다.
노예는 가축이나 재산 취급을 하기 때문에 쉽게 노예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만약 권세 있는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노예가 될 수 있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
왜냐하면 이건 분명히 영지의 관리들이 퍼뜨리는 소문일 것이다.
농민들이 세금이나 군역 문제 때문에 신분증을 싫어하니 은밀히 이런 소문을 낸 것 같았다.
소위 말하는 카더라 하는 소문.
유랑민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소리도 있다.
하여간 존슨은 그런 신분증을 두 개 가지고 있다.
둘 다 존슨과 비슷한 외모다.
텔만과 벤슨이다.
나이는 존슨보다 두 살이 많고 금발머리에 파란 눈동자였다.
그러니 신분증만 봐서는 다른 사람이라고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는 곳도 똑같은 영지.
마을은 이웃한 마을이지만.
그 두 사람은 죽었다.
부상을 당했는데 현장에서 죽었다.
그의 시신을 챙기면서 우연히 발견한 것을 슬쩍 한 것이다.
둘 다 금발이고 파란 눈동자인 걸 알고 있었다.
만약 외모가 달랐다면 굳이 슬쩍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죽은 그들을 보면서 목걸이처럼 걸린 신분증을 빼낸 것이다.
신분증이라는 것이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이름, 나이, 출신 영지와 마을명을 적는다.
발급할 때 마법적인 조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영주성에서만 만들 수 있다고 들었다.
분실하면 재발급하는 비용이 꽤 비싸다고 들었다.
어차피 죽은 사람들 것이니 재발급 받을 일은 없겠다.
‘이 두 사람 중 하나의 것으로 용병 등록을 해놔야겠다. 돈만 안 낸다면 상인조합에 등록해 놓는 것도 좋은데. 상인 조합은 주기적으로 돈을 낸다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