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 신입생이 되었다-40화 (40/242)

040. 수강 신청 (3)

‘저거다!’

썩은 고기를 찾아 공중을 배회하는 까마귀 떼를 발견한 태주가 적당한 녀석들을 골라 3초씩 바라봤다.

▶ 스킬 『도발』이 발동되었습니다.

좀비 병사들의 목적은 태주였지만, 생명체에 대한 적의는 모든 언데드들의 공통점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으어어어…….

태주의 의도대로 주위에 있던 좀비 병사들이 까마귀를 올려다보며 음울하게 포효했다.

‘됐어!’

시간을 버는 데 성공한 태주가 네크로맨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 스킬 『점멸』이 발동되었습니다.

쉬이익!

이번에도 신성력이 발동한 유도 화살이 네크로맨서의 두개골을 관통하며 꽂혔다.

펑!

▶ 네크로맨서(6/10)를 처치하였습니다.

도발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5분.

태주가 지목한 까마귀들이 모두 떨어지면 효과가 사라지지만, 유일한 지대공 능력자인 좀비 궁수들의 정확도가 썩 높지 않아 시간을 벌기엔 충분해 보였다.

물론 좀비들의 시선을 더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선 네크로맨서를 찾는 틈틈이 궁수들을 제거해야 했지만.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체이싱 애로우로 좀비 병사들 틈에 섞인 궁수들만 찍어 잡은 태주가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점점 나아갔다.

▶ 스킬 『점멸』이 발동되었습니다.

잠시 후.

그어어어억!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10번째 네크로맨서가 태주의 일격에 무릎을 꿇었다.

▶ 네크로맨서(10/10)를 처치하였습니다.

▶ [일일 과제]를 완료하였습니다.

‘다행히 3단계는 없었네.’

공격 패턴의 변화를 경험했던 태주는 클리어 메시지가 뜨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 점수를 산정합니다.

▶ 과제 점수 [A+]

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들을 적절히 조합해 난관을 극복한 태주의 승리였다.

‘어째 갈수록 빡세지는 거 같네.’

▶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현재 태주의 장학생 레벨은 6.

만렙의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레벨이 상승할수록 과제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현실로 돌아갑니다.

*

*

*

[태주야, 너도 올 수 있지?]

【어】

컴퓨터 앞으로 돌아온 태주가 작성 중이던 대답을 단톡방에 올렸다.

[그럼 회비는 얼마냐? 10000원? 20000원?]

[명색이 궁수 모임인데 누구 한 명이 쏴야 되는 거 아니냐? ㅋㅋㅋ]

[5만 원씩 걷었다가 남는 건 총무한테 맡길까?]

[총무는 누가 하는데?]

[일단 만나서 정하지 뭐]

[근데 태주 오면 술롱도르라 80% 할인 아님?]

[아! 맞다! 학교 앞 주점은 할인이라고 그랬지?]

태주의 특혜에 편승하려는 아이들이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니야. 나도 태주한테 빌붙으려고 선배한테 물어봤는데, 1/n로 해서 나온 금액에서 태주만 80% 할인해주는 거래.]

[뭐야, 그럼 4명이서 10만 원이 나오면, 1인당 25000원씩 떨어지는데, 거기서 태주는 80% 할인을 받으니까 남들이 25000원을 낼 때 혼자만 5000원을 낸다는 거야?]

[바로 그거지]

물론 술롱도르에 대한 리스펙트인 만큼 할인 혜택 역시 태주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였지만.

[하긴, 그렇게 안 하면 주점이 망하겠네]

[뭐야, 괜히 좋아했네 ㅋ]

잠시나마 설렜던 아이들이 민망함에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근데 우리 이따 몇 시에 만나지?]

[지금이 10시 5분 정도 됐으니까 저녁 7시쯤 볼까?]

[그래. 대신 늦으면 지각비]

[지각비? 1분당 1000원?]

[1분에 천 원이면, 10분만 늦어도 만 원, 1시간 늦게 오면, 회비보다 지각비가 더 나오네? @[email protected]]

[대신 늦은 이유가 정당하면 봐주는 걸로 하자]

[ㅇㅋ 과반수가 납득하면 지각비 면제 땅! 땅! 땅!]

[근데 이러면 꼭 지각비 걷자고 한 사람이 제일 많이 냄 ㅋㅋㅋ]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규칙을 정해가던 아이들이 회장으로 낙점된 태주의 의견을 물었다.

[회장님, 오늘 어디서 모이는 건가요? ㅋ]

【글쎄. 그래도 학교 근처가 편하지 않을까?】

[하긴, 집에서 통학하는 게 아니면, 대부분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니까]

[그럼 한국대입구역 앞에 있는 먹자골목에서 만나는 거야?]

[ㅇㅇ 근데 1차는 어디로 갈까? 삼겹살? 족발?]

[저번에 보니까 새로 오픈한 곱창집이 하나 있던데. 이름이……]

[아, 나도 거기 봤어. 볶음밥 서비스로 주는데 맞지? 사거리에 있는]

【곱빼기곱창】

학교 앞에서만 4년을 살았던 터라 인근에 위치한 가게들의 정보는 물론 맛집 여부와 서비스 평판까지 훤하게 꿰뚫고 있는 태주였다.

[어! 거기! 거기!]

[태주야, 너 어떻게 알았어?]

[망플이야 뭐야 ㅋㅋㅋ]

궁수 모임 멤버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거기 갔다 온 사람이 그러는데 제일 중요한 곱창이 별로래. 이름대로 곱창에서 곱을 빼고 주는 느낌이라나 뭐라나】

태주가 자신의 경험을 마치 다른 사람의 의견인 양 소개했다.

[아, 곱빼기곱창이 그래서 곱빼기곱창이야? ㅋㅋㅋ]

[태주가 아니었으면, 볶음밥 서비스에 홀려서 제대로 낚일 뻔했네]

[여윽시 회장은 달라 ㅋ]

단톡방 화면이 태주에 대한 칭찬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그럼 어디가 좋아?]

【효자곱창】

태주가 호불호가 가장 적고 믿을 만한 식당 한 곳을 아이들에게 추천했다.

【곱창은 거기가 제일 낫다던데?】

[오 그래?]

[곱창 맛집 ㅇㄷ]

[채팅창에서 뭔 와드야 ㅋㅋㅋ]

[그럼 장소는 효자곱창으로 결정 땅! 땅! 땅!]

태주의 조언이 불필요한 의견 남발을 최소화시키고 있었다.

[그래도 첫 번째 모임인데 우리끼리 드레스 코드라도 맞출까? 색깔이나 소품 같은 걸로?]

[어! 그거 재밌겠다!]

[드레스 코드 추천 받습니다]

[과잠 입고 모이면 딱이긴 한데 아직 신청을 안 받아서 ㅠㅠ]

[그러게. 태주의 한정판 과잠을 한 번 걸쳐 봐야 되는데 ㅋ]

[헛된 기대 ㄴㄴ 어차피 도난 방지 기능 때문에 빌려 입어 봤자 버프 안 생김 ㅋㅋㅋ]

[과잠이야 뭐 앞으로도 입을 기회가 많으니까]

정작 당사자인 태주보다 동기들이 더 기대하는 눈치였다.

[야, 우리 오랜만에 교복이나 입고 만날래?]

[교복???]

[어! 나 예전부터 교복 입고 술집 가보는 게 꿈이었는데]

[나도 찬성 ㅋ 완전 재밌겠는데?]

[근데 살이 쪄서 맞을지 모르겠다]

[우리 학교 교복 너무 후져서 쪽팔린데…… ㅠㅠ]

[나 교복 본가에 있는데? @[email protected]]

[없으면 빌려서라도 입고 와 ㅋ]

[태주야, 너도 교복 컨셉 괜찮지?]

【어】

[얘들아, 아무리 신나도 민증은 꼭 챙겨라]

[근데 나처럼 동안이면 민증 까도 안 믿는 거 아니야?]

[응 아니야]

[오히려 민증 검사를 안 할 수도……]

[이 팩력배 새끼들 ㅋ 농담 한 번 한 거 가지고 득달같이 달려드네 ㅋㅋㅋ]

태주를 비롯한 대다수의 멤버들이 특이한 드레스 코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바로 그때.

[야, 궁수들끼리 채팅창 도배하지 말고 좀 나가라]

[그래. 차라리 방을 하나 새로 파]

[절취선 밑으론 공통된 주제만 언급하는 걸로 ㅋ]

[-----------절취선-----------]

다른 직업을 가진 동기들이 궁수 모임의 대화에 불만을 토로했다.

[ㅈㅅ]

[미안 ㅋ]

[방은 일단 내가 만들게]

[ㅇㅇ 빨리 초대해 ㅋ]

【누구인가? 누가 도배 소리를 내었는가?】

물론 태주의 농담엔 선뜻 손가락을 놀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태주야 미안 ㅋ 그냥 계속 얘기해]

[태세 전환 빠른 거 보소 ㅋㅋㅋ]

[ㅈㄴ 탈룰라]

[절취선 밑으론 궁수 모임만 언급하는 걸로 ㅋ]

[-----------절취선-----------]

*

*

*

대엽의 방.

수강 신청을 마친 대엽이 침대에 누워 단톡방을 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수강 신청은 끝났냐?”

홍삼포를 문 민주엽이 동생의 방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어? 어…….”

상체를 벌떡 일으킨 대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 줄까?”

주엽이 대엽에게 침이 묻은 홍삼포를 내밀었다.

“아니야. 형이나 많이 먹어.”

주엽의 홍삼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대엽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엄마가 그저께 사줬어.”

수석이란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는 주엽으로 인해 늘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한국대에 합격한 덕분에 형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나눠 갖게 된 대엽이었다.

물론 주엽에게 쏟는 애정을 100이라고 봤을 때 50은커녕 30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오오, 그러셔?”

어머니의 편애를 즐기고 있던 주엽이 대엽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근데 내 방엔 갑자기 웬일이야?”

대엽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한배에서 태어난 3살 터울의 형제지만, 경쟁을 부추기고 비교를 일삼는 어머니의 잘못된 교육관으로 인해 남보다 껄끄러운 사이로 전락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너희 동기들 중에 신태주라고 있지?”

대엽의 침대에 걸터앉은 주엽이 처음으로 태주의 이름을 언급했다.

“태주? 어…… 근데 그건 왜?”

“아니, 이번 학기에 걔랑 수업을 같이 들을 거 같아서.”

“뭐?! 태주랑?!”

태주의 소식을 들은 대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엽의 경우 학과 사무실에 있는 선배들을 통해 이 사실을 접한 상황이었지만, 태주는 아직 자신의 던전 실습 수강 사실을 동기들에게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대엽이 심각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 나도 그 얘길 듣고 좀 놀랐는데, 학과장님 선에서 내려온 지시라 100% 확정인가 봐.”

팔짱을 낀 주엽이 자존심이 상한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걔 이번 새터 때도 완전 스타였다며.”

“어? 어. 완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의 충격이 떠오른 대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끝을 흐렸다.

“2학년 애들한테 듣기론 협찬 선물도 싹쓸이 하고, 술롱도르에 최고의 신입생까지 뽑혔다던데…… 네가 보기에도 걔가 그렇게 대단하냐?”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던 주엽이 헛웃음을 지으며 자신 있게 물었다.

“으음. 글쎄.”

잠시 생각에 잠겼던 대엽이 모호한 대답을 남겼다.

“글쎄? 글쎄가 어느 정돈데.”

자신이 더 강하다는 대답이 듣고 싶었던 주엽이 얼굴을 들이밀며 집요하게 캐물었다.

“글쎄. 한계를 모르니 평가를 할 수가 있나?”

침대에서 내려온 대엽이 주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

“이번에 수업 같이 듣게 됐다며, 그럼 형이 직접 느껴봐. 글쎄가 어느 정도인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대엽이 주엽을 남겨둔 채 방문을 나섰다.

“뭐라는 거야 저거.”

주엽이 대엽의 뒷모습을 황당하게 쳐다보던 바로 그때.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침대 위에 놓고 간 대엽의 휴대폰이 단톡방의 메시지로 정신없이 울려댔다.

“어? 저 새끼 여친 생겼나?”

동생에게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주엽이 대엽의 휴대폰을 얼른 집어 들었다.

“28기 궁수 모임. 오늘 저녁 7시. 효자곱창? 이거 학교 앞에 있는 건데…….”

휴대폰 화면을 밀어 올리던 주엽이 거슬리는 이름에서 엄지를 멈추었다.

“뭐야. 회장…… 신태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