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개비스곤 (1)
겨울이 왔다.
헌터 업계에도 겨울이.
내 이름은 신태주.
대학을 갓 졸업한 취준생이자 E급 헌터다.
“19번부터 21번까지 들어오세요.”
면접장 문을 연 직원이 다음 지원자들을 불렀다.
내 번호는 20번.
이번엔 꼭 붙어야 되는데.
네임드 길드와 대기업에 속한 레이드 부서에선 이미 탈락 문자를 받았다.
심지어 서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신생 길드 한 곳에서 면접의 기회를 얻었다.
“자, 끝에서부터 번호순으로 앉으세요.”
가운데 앉은 면접관이 지원자들의 얼굴을 빠르게 스캔했다.
“네.”
면접은 처음이지만, 첫인상엔 자신 있었다.
샤워를 한 직후엔 더 깜짝깜짝 놀라는데, 각성을 안 했으면, 배우를 했을 것 같다.
물론 엄마와 아빠 중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난 보육원에서 자랐다.
부모님의 얼굴은커녕 본명도 모른다.
때문에 원장님의 성을 땄고, 이름 또한 원장님께서 지어주셨다.
태주.
나라의 큰 기둥이 되라는 뜻인데, 아직도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우선 저희 오성 길드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원자들이 앉자 기계적인 인사말이 이어졌다.
면접관은 총 3명.
모두 B급 이상의 베테랑 헌터들이다.
“던전에 들어온 게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재미없는 농담이지만, 입술을 머금은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
너의 개그가 엄청 재밌지만, 면접이라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참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생존의 기술은 던전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하하.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웃어요.”
기분이 업된 면접관이 날 보며 사람 좋게 웃었다.
역시.
경쟁자들보다 먼저 내 존재감을 어필했다.
“아, 감사합니다.”
비굴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취업을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건 더 비참하다.
“자, 그럼 19번 지원자에게 먼저 질문 드리겠습니다.”
1세대 헌터들은 던전에서 나온 이득을 독점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무려 40년 전의 얘기다.
지금은 어떠한가.
게이트는 열렸지만, 취업문은 좁아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각성자의 수는 누적됐고, 결국 레드오션이 됐다.
헌터 업계도 피하지 못한 역대 최악의 취업난.
이젠 헌터들도 스펙이 필요했다.
“네, 잘 들었습니다. 그럼 20번 지원자?”
드디어 내 차례다.
“저희 길드에 지원하신 이유가 뭐죠?”
돈이라고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네. 신생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곳이라고 들어 고민 없이 지원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미안하지만, 사실 이런 길드가 있는 줄도 몰랐다.
아마 내 옆에 앉은 놈들도 비슷한 심정일 거다.
듣기 좋은 빈말인 건 면접관도 알겠지만.
“그래요? 하하하하.”
뭐지 저 흡족한 표정은?
설마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야?
“21번 지원자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긴, 사람은 누구나 칭찬에 약하고, 평가에 민감하다.
특히 헌터로 살아가는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각성이 일어난 순간부터 우린 등급이 매겨진 삶을 사니까.
“19번 지원자는 D급 궁수네요.”
뭐? 궁수? 그럼 나랑 겹치는데.
흔한 직업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더욱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등급은 다르지만, 20번 지원자도 그렇고.”
말끝을 흐리는 게 영 거슬린다.
역시 인성보단 실력인가.
물론 면접관의 반응이 서운한 건 아니다.
내가 면접관이라도 D급을 선호했을 거니까.
참고로 난 고3 여름방학 때 각성자 판정을 받았다.
그때의 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안도감?
고등학교를 마치면 퇴소라 살길이 막막했는데, 덕분에 진로도 결정되고, 대학까지 갈 수 있었다.
물론 취업을 못해 학자금도 못 갚고 있지만.
“20번 지원자는 왜 궁수를 선택했죠?”
“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궁수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솔직히 몬스터랑 붙는 게 싫어서 원거리 딜러를 택한 거다.
궁수는 100미터 밖에서도 공격을 할 수 있는, 아, 물론 법사도 있지만, 그건 배울 게 너무 많아서…….
더구나 난 각성 시기도 늦고, 발현 수준도 낮아 법사로 성장할 수 없었다.
“20번 지원자는 한국 대학교를 나왔네요?”
지원서를 훑어보던 면접관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다.
한국대가 최고인 건 초딩들도 아니까.
초중고 희망직업 1위, 헌터.
하지만 의대를 나와야 의사가 되듯 헌터가 되려면 헌터학과를 나와야 한다.
과거엔 별다른 제한이 없었는데, 각성자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자격 요건이 추가된 거다.
“네.”
나도 모르게 어깨가 펴지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최고의 교수님과 전도유망한 동기들, 거기에 헌터 업계를 장악한 동문들의 끈끈한 인맥까지.
한국대 헌터학과는 모든 각성자들의 꿈이자 목표였다.
“근데 그게 다네요?”
“네?”
“학벌 말곤 참고할 만한 스펙이 없다고요.”
호의적이던 면접관이 빈칸으로 가득한 지원서를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몬스터를 학벌로 공격할 건 아니죠? 가뜩이나 등급도 낮은데.”
“아, 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학점도 별로고, 인턴 평가도 안 좋고, 헌터 관련 자격증이나 대외 수상 경력도 전무하네요. 그 흔한 교수 추천서도 없고.”
찜찜한 여운을 남긴 면접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서류심사에서 걸러졌던 결정적인 이유, 스펙.
길드와 기업은 N차 각성의 예측 자료로 스펙을 중시했다.
추가 각성이 일어나면 헌터의 능력이 급상승하는데, 몸값이 폭발하기 전에 계약을 해야 적은 투자로 큰 이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로 따지면 일종의 유망주 영입?
더구나 랜덤하게 일어나는 초기 각성과 달리 2차 각성부턴 전적으로 개인의 역량이었다.
물론 학부 때는 함부로 레이드를 뛸 수 없어 N차 각성을 위한 경험을 쌓기 어렵지만, 길드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10%의 확률로 추가 각성이 일어났다.
그 확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기록이 바로 4년간 쌓은 개개인의 스펙이었고.
“진짜 한국대 출신 맞아요?”
지원서를 내려놓은 면접관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오늘도 떨어진 건가.
취업을 위한 스펙은 대학교 때 형성되는데, 나처럼 졸업장을 받은 경우 스펙을 보정할 기회가 막막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관리하는 건데.
물론 핑계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솔직히 각성 시기도 늦은 편이었고, 애초에 한국대에 갈 실력도 아니었으니까.
사실 난 특별 전형으로 입학한 케이스다.
그 이름도 생소한 협회장 찬스.
“네. 헌터 협회장님의 추천으로 입학했습니다. 졸업증명서도 이미 제출했고요.”
“네?! 협회장님 추천이요?!”
심드렁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면접관들이 합창을 하듯 물었다.
“그럼 협회장님의 추천으로 입학했다던 그 처음이자 마지막 학생이 바로…….”
헌터학과의 경우 정시 100%에 실기 100%가 원칙이지만, 협회장님의 추천서는 합격통지서와 같은 효력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5차 각성자인 협회장님은 헌터 업계의 정점이자 살아 있는 권력이니까.
“듣기론 협회장님의 손자를 구했다던데. 사실입니까?”
날 대하는 면접관들의 태도가 사뭇 조심스러워졌다.
“네. 예전에 차에 치어 죽을 뻔한 아이를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협회장님의 손자인 건 나중에 알았고요.”
전국에 있는 헌터학과는 총 30곳.
당시엔 아웃풋이고 뭐고, 등록금이 저렴한 곳만 찾고 있었는데, 원서를 쓰기 딱 일주일 전, 기적처럼 그 아이를 만났다.
“아니, 근데 왜 우리 길드에…….”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면접관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협회장님의 전화 한 통이면 5대 길드에 취업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라 여긴 것 같다.
그때와는 생각이 좀 달라졌는데.
“그 정도 인연이면 굳이 스펙이 없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협회장님의 추천서는 내게 낙인과도 같았다.
한국대 헌터학과를 뒷구멍으로 들어온 최악의 낙하산.
동기들로부터는 외부인 취급을 당했고, 교수님들 역시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날 예의주시했다.
물론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내겐 등급의 격차보다 마음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더 힘겨운 일이었다.
그나마 자퇴 없이 오기로 버틴 덕분에 졸업도 하고, 이렇게 입사 원서도 넣을 수 있는 거지만.
“아니요. 취업만큼은 제 힘으로 하고 싶습니다.”
각오에 비해 성과는 없었지만, 한 번 더 협회장 찬스를 쓰면 대학교 때보다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이다.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프로의 세계에서 낙하산으로 찍히는 것만큼 치욕적인 일도 없으니까.
*
*
*
“수고하셨습니다. 최종 합격 여부는 나중에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생애 첫 면접은 적응할 틈도 없이 끝났다.
“네, 감사합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면접장 문을 나서도 후련한 느낌은 없었다.
역시 마지막 질문 때문인가.
면접관은 내게 바로잡고 싶은 과거가 있냐고 물었다.
물론 긍정적인 면을 어필하기 위해 없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질문의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결국 학부시절의 스펙이 아쉽다는 거니까.
지이잉!
진동으로 해둔 휴대폰이 손아귀를 울렸다.
[★N차 각성 보조제 《개비스곤》★]
가끔씩 오는 광고 문자다.
[아직 B급도 안 되세요? 그럼 S급과의 갭을 없애주는 최후의 비급, 개비스곤(Gap is gone)을 드셔보세요. 10%도 안 되는 N차 각성 확률을 최대 90%까지 올려드립니다.]
90%은 무슨. 그렇게 좋으면 지들이 처먹지 왜 남한테 팔아.
[100% 후불제! 효과 없으면 무료!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편-안.]
이런 건 호구들이나 사는 거다.
세상에 대가 없는 공짜는 없으니까.
지이잉!
[※부고 알림※]
부고? 누가 또 죽었나?
헌터에게 있어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게이트의 등급이 높을수록 전리품은 늘어나고, 생존율은 줄어든다.
물론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대 헌터학과 28기 한유리 동문 본인상.]
뭐?! 한유리?!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낙하산으로 찍힌 날 인간적으로 대해준 유일한 친구, 아니 지인.
친구가 될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 정도 배려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그런 유리가 생을 마감하다니.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유리의 장례식만큼은 모른 척할 수 없다.
[빈소: 한국대학병원 장례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