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귀검신(弓鬼劍神)-제7장-철면(鐵面)피’
“흠..고놈 제법 귀엽네….”
소문은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해동청을 보며 싱긋 웃었다. 아직 다친 날개가다아
물지는 않아서 날 수는 없었지만, 일어서지도 못하고 축 늘어져 있었던 지난며칠에비
해 상당히 호전된 모습이었다.
소문이 이 새를 살리려는 노력은 너무나 처절했다. 새가 죽는다면따라죽는다는신념으
로 매일같이 상처를 소독하고 새로운 천으로 갈아주며 낫기를빌었다.해동청은(여전히
의문을 가지고는 있으나 어쩔 수 없이 매로 인정을 하고 말았다) 오른쪽날개가무엇에
의해서인지 심하게 찢겨 있었는데 살이 패인 것은 물론 뼈까지 보일 정도의심한상처였
다. 또한 떨어질 때의 충격에 의해서 몸 이곳 저곳에 크고 작은 타박상을많이입었다.
소문과 할아버지가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주로 산에 있는 약초를 캐어내다파는것이었
다. 그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조손이 밥을 굶지 않을 정도의 돈은충분히벌어주었다. 약
초는 할아버지가 한달에 두어번 산에 오르셔서 캐왔고, 그 캐온 약초는마을에서약초
채집 일을 하는 장씨 아저씨를 통해 필요한 의복이며 곡식으로 바뀌어졌다.괴팍하고고
약하고 꼬장만 부리는 할아버지가 다른 어떤 약초꾼보다 약초를 잘 캤는데소문이아무
리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집에는 상당한 양의 약초가 있었는데 소문은 이런약초를이용하여
해동청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우선 상처에 묻어 있는 먼지와 지저분한 것들을깨끗한물
로 씻어내고 지혈에 좋은 약초를 적당히 즙을 내어 날개에 붙여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상처가 아니었다. 상처야 피가 멈추고 계속 약을 발라주면 별문제는없
겠지만 우선 급한 것은 피를 많이 흘리면서 떨어진 체력이었다. 체력을회복시키지않
고 이대로 방치하면 이 새는 곧 죽고 말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빨리방법을마련
해야 했다.
그믐이라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대청마루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하고있는소
문을 향해서 저녁을 먹고 이제껏 아랫목에 누워 부른 배를 만지던 할아버지가참견을했
다.
“자고로 약이란 정성이라 했다. 부채질 하면서 달이는 시늉만 하지 말고정성을다하여
달이거라…. 행여라도 지난번 니놈이 나에게 달여온 약처럼 정성이 깃들지 않은약은아
무 도움도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것이야….새가죽으면안되지….암…안되
고 말고..”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하던가…아무것도도와주지도않으면
서 ‘감내와라….배내와라’하는 할아버지가 얄밉기는 시누 못지 않았다.
‘제기랄.. 길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람도 아니고 새를 먹이려고탕약을다리
게 될 줄이야….’
자신의 처지가 새만도 못하다는 괴리감에 빠져 인생의 회의마저 품고 있었다.그나마지
금 달이는 약이라도 먹고 살면 다행이라며 자신을 달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할수
없었다.
다행히 소문의 바람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 약이 좋은 것인지 아님 필사적인소문의마
음이 통한 것인지 약을 먹은 이튿날부터 해동청은 제법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다.
또다시 며칠이 지나자 크게 다친 날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상처가 완치됐다.또한특이
할 만한 점도 있었는데 그동안 자신을 치료하던 소문에 은근한 적의를보이던해동청의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먹이나 붕대를 감아주려고 다가 올랍시면제법소
리내어 반길 줄도 알고 때로는 부리로 손을 비비는 행동도 했다. 그런 행동들이싫지만
은 않았다.
비록 며칠동안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억지로 새를 보살피긴 했지만 그동안 적지않이정
도 들었고 또 요즘에는 소문이 움직이는 곳 마다 따라다니며 살갑게 구는통에매일같
이 티격태격하며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문은 해동청을 이참에 아예새로운친구로
만들어버렸다.
할아버지와 단둘이만 사는 것이 지겹기도 했지만 사실 소문은 친구가없었다.마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지만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활을 쏘게된이후로
동네 꼬마들과 어울리지 않고 거의 혼자 놀다시피 했다.
당연히 친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런 소문에게 비록 말은 못하지만 자신을잘따라주
는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이다.
친구라….바로 며칠 전만 해도 저녁반찬거리를 빼앗겼다고 울분을 토하던자신의모습
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알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더니소문은한술
더 뜨고 있었다.
“흠…계속해서 새야,,,라고만 할 수 없으니 새로 친구된 기념으로이름이나지어주어야
겠다”
해동청을 치료하며 겨울 동안 사용할 땔감을 다 한 소문은 다시 활을들고‘포두이술’에
매달렸다. 아침을 먹고 지금도 연습장으로 가는 길인데 친구 삼기로 한해동청이따라오
자 자신의 어깨로 들어올리며 소문이 중얼거렸다.
“뭐가 좋을까….뭔가 강하고 날카롭고,,,친숙한 그런 기막힌 이름이없나….천둥,,,번
개…태풍….에이씨…”
곰곰히 생각해도 떠오르는 건 그저 졸렬한 이름뿐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이름이없
을까….아예 땅바닥에 주저 앉아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그래…그거야….”
소문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닌 새가어깨에서떨어졌다.
그 모양을 본 소문은 재빨리 자신의 어깨위로 새를 올려놓았다. 그리고는기쁨에겨워
말을 했다.
“오늘부터 네 이름은 ‘철면(鐵面)피’야.. 어때 근사하지..? 느낌이오잖아...지난번에 널
처음 봤을 때 강철 같은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게 기억 나서 지었어... 성은강인한철이
요...이름은 얼굴에서 흐르는 피!! 그래서 ‘철면(鐵面)피’ 막히게 지은 것같지않아?”
누가 들음 오해하기 딱 좋은 이름을 지어 놓고는 마냥 좋아서저리날뛰다니…소문이
아직 어리긴 어렸다.
소문이 면피를 저녁거리로 잡아온지 한달이 지나자 그토록 심했던 날개의 상처도다나
아서 이제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제딴에는 보은을한다고생각하는지
매일같이 토끼며 꿩을 잡아오는게 아주 신통했다. 몸집도 작은 것이 저리사냥을잘하다
니….소문은 이제 완전히 면피를 해동청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면피가 소문의 친구가 되었지만 소문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소무은 오늘도여전히‘포
두이술’과 씨름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제기…또냐…”
표적을 벗어나 엄뚱한 곳에 떨어지는 화살을 보며 소문은 옆에 굴러다니는돌을걷어찼
다.
원래 장백산의 기후는 상당히 변덕스러웠다. 게다가 겨울이 다가오면서 그변덕이더욱
심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죽을 고생을 하는 것은 소문이었다. 예전과는달리할아버지
의 충고 후 바람이 세든 약하든 고각을 익히기 위해서 있는 힘껏 하늘로쏘아보낸화살
이 위아래의 바람차이 땜에 요동을 쳤다. 날리는 족족 의도했던 방향과는엉뚱한곳에
떨어지는 등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래의 바람이야 온몸으로느낄수
있었지만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도무지 감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
“틀림없이 방법이 있을 텐데…..”
“툭”
고민을 하는 소문의 발치에 뭔가가 떨어졌다. 철면피가 또 사냥을 해왔다.소문의발옆
에 잡아온 꿩을 떨어뜨린 면피는 자랑이나 하듯이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날아올랐다.순
식간에 까마득한 점으로 변해 소문의 머리위를 유영하는 순간 그 모습을 보던소문은무
릎을 쳤다.
“그래…저거다. 저런 방법이 있었구나….저러면 하늘 위의 바람을 알수있겠구나….”
소문은 자신의 머리위에서 유유히 날고 있는 면피를 보고 면피를 미용한다면바람을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록 면피만 보고는 미세한 바람을 알지못하겠지만면피
의 다리나 몸에 긴 끈을 달아놓으면 그것을 이용해 충분히 바람을 알수있으리라….생
각이 여기에 이르자 갑자기 욕이 튀어나왔다.
“빌어먹을 할배 같으니 진작 제대로 가르쳐주면 어디가 덧나나….사람을이리고생시
키다니….아휴,,,”
소문이 바람차이 때문에 며칠을 고생하는 것을 보던 어느날인가할아버지는연날리기
를 한다고 대나무를 잘라오라고 했
다. 지금생각해보니 하늘위에 띄어
놓은 연만큼 바람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소문은 그것이 자신에게 방법을 알려줄려는 할아버지의 의도라고는전혀생각하지않았
다. 다만 고심하는 손자를 약올리려는 고약한 심보란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철면피의 양다리에 1장에 달하는 하얀 천을 묶은다음하늘로
올려 보냈다. 소문의 걱정과는 달리 면피는 소문의 의도를 알았는지 그의상공을계속
선회하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람의 차이를 알려왔다.
소문은 자신이 느끼는 바람과 위에서 불고있는 바람의 진행방향과 속도를감안해서화
살을 날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한발한발을 날리는 속도가상당히느렸
다. 하지만 기후가 안 좋은 날엔 항상 엉뚱한 곳에 떨어지던던 화살이 이젠제법목표물
에 근접하여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화살이 정확하게목표물에꼿혔다.
‘휴.. 이제 겨우 한발인가…’
처음으로 화살이 목표물에 명중하는 것을 본 소문이지만 얼굴이 그리 밝지많은않았다
‘면피를 이용해서 위에서 불고 있는 바람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지만그것으론 부족
해…내가 느껴야 하는데….휴…아직까진 방법이 없구나…그저 감을 이용하는방법밖에
는….’
...........
손가락이 저려옵니다. 아까 괜한 약속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일아침운전면허
필기시험보는데 옆에 있는 책은 아직 펼쳐 보지도 않았으니...은근히걱정이되는군여,,,
근디 왜 내글 옆에는 항상 베스트 글만 뜯다요,,,ㅡㅡ; 쪽팔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