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설인지 모른 채 책 속에 빙의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등장한 약혼 상대. 북부 대공, 흑발 적안, 얼굴 몸매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킬리안'. 계약결혼물이구나. 이제 남주 후회를 곁들인. ‘뒤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저 인간이 남자 주인공인 건 다 알겠네…….’ 그래서 소피아는 의심 없이 믿었다. 그가 남자 주인공일 거라고. 하지만. “이런, 들켜버렸네.” 코끝으로 느껴지는 피냄새. 킬리안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그가 흑막 악역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뺨을 스치는 서늘한 손길. “파혼은 없어, 소피.”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가 나직이 속삭였다. 이것도 클리셰인 거 같은데……. 저, 그 클리셰는 싫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