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카셀의 삶은 이네스에게 선택받은 이후 송두리째 바뀌었다.
'평생'이 얼마 만큼인지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평생'을 약속하게 한 맹랑한 동갑내기 여자아이.
카셀은 곧 빼앗길 자유를 최대한 누리겠다는 듯 해군에 입대해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
이네스는 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대단한 이목구비만큼이나 놀아나는 제 약혼자의 명성이 드높아질수록,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할수록 만족감은 커졌다.
뒤끝 없이 자신과 이혼해줄 남자,
그것이 여섯 살의 손으로 카셀 에스칼란테를 고른 이유였기 때문에.
한없이 가벼운 카셀에게 이네스가 원하는 대답은 절대 이런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난 개새끼지만 네 생각보다 신실해. 이네스 발레스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