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귀족가의 여식답게 가문의 자산 일부로 태어나 약혼자의 소유가 될 예정이었던 비비안느. 금수 같은 약혼자의 세력권 밖으로 나가길 결심하고 집을 나선 밤, ‘에드문드’ 라는 이름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수상이 첩보 작전을 위해 제게 접근시킨 남자임을 알고 보호를 대가로 한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게 되고, 그에게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재회하기 위해 그를 잠시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재회한 남자는 그녀가 알던 요원이 아니었다. “네가 네 약혼자한테 하는 그 고고한 척, 나한테도 해 봐.” 핏기 없는 얼굴로 오만하게 뇌까리는 그는 암흑가의 수장이며, 제국 수상의 아들로서는 에드문드 히아드 콜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남자였다. “…난 그 새끼 후광 속에서 살아. 앞으로도 이렇게 안전히, 쭉. 그런데 굳이 너랑 놀아나서 내 유일한 보호막을 버릴 리가.” 비비안느는 덜덜 떨면서도 포악한 약혼자를 애써 보호막이라 칭했다. “네가 내 앞에서 그 새끼를 보호막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지.” “…….” “화가, 나잖아.” 몰랐었다. 그녀의 몹쓸 약혼자가 모시는 까마득한 상사와, 그녀가 밀고한 암흑가의 비밀들을 들어줬던 이가 같은 남자일 줄은. 일러스트: 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