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19금 소설 속에 빙의했다. 이왕 빙의하는 거 힐링물이면 얼마나 좋아. 내가 빙의한 인물은 바람난 남편을 둔 백작 부인, 카를라이다. “신에게 맹세하건대, 이혼은 없어요.” 나는 엉켜 있는 두 남녀를 보며 비웃듯 말했다. 불쌍한 카를라, 이 소설에서 카를라도 단단히 미친 여자였다. 그녀는 사랑에 미쳐서 가문도 버리고 자기 자신마저 버렸다. 그러나 어쩐지 그녀가 도저히 남 같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네 지참금, 내가 다 찾아 줄게. 언니만 믿어.” 나는 카를라가 상처받은 만큼 백작에게 복수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백작의 불륜을 약점 잡아 재산을 가로채려면 책을 잡혀선 안 된다. 그런데……. “카를라 님처럼 아름다운 분이 그렇게 보시면…… 평정심을 찾기 어렵습니다.” 한 남자가 자꾸만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