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나, 저 노예 살래.” “저건 하등 쓸모가 없다니까요?” 보석에 마법을 새기는 신비한 세공사, 에스카 블란테는 거래를 위해 방문한 경매장에서 흑발에 푸른 눈을 지닌 기사를 발견한다. 이름 높던 기사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지금은 미약에 중독되어 양팔의 힘줄을 절단당한 채 노예로 전락한 신세. 에스카는 충동적으로 그를 구매하고, 쿠하힐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어마어마한 재력을 지니고도 언덕 위 작은 저택에서 염소와 닭을 기르는 소박한 생활을 하던 그녀였지만, 쿠하힐이 오고는 그 생활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에스카에 보살핌 아래 몸을 회복하고 팔을 고친 쿠하힐은 왕년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한다. 순진한 주인님과 흑심 가득 노예의 위기촉발 밀당 이야기. “쿠가 제멋대로라 다행이야.” “다른 주인님이었다면 채찍질을 했을 것입니다.” “왜…… 절 사신 겁니까……?” “충동구매.” 영광의 자리를 꿈꾸다 꺾이지 않는 절개가 독이 되어 시궁창을 구르게 된 기사와 단 하나뿐인 가족을 잃고 홀로 세공사의 길을 걸어야 했던 소녀 에스카의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연애담. 경매장에 나온 노예에게서 어릴 적 친구의 모습을 발견한 에스카 블란테는 폐인이 된 기사를 구입하고, 그에게 도움을 줘 자유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돌아갈 곳 없는 그가 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닌, 그녀의 필요와 속박. 서로를 위한 선택이, 꼭 좋은 결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품은 고통과 상처가 많은 두 사람이기에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이 조심스럽기만 한데……. 과연 둘은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희생과 봉사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가,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이 되어 지금, 결실을 맺으려 합니다. 함께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