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이자, 소설 속 주인공들의 만남을 이끌어 내는 역할이었던 블리스는 오늘 죽을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살해하는 범인은 케일런 아드리안 후작, 바로 블리스의 남편이었다.
<블리스의 목에는 그녀의 목숨을 앗아 간 남편의 선물이 채워져 있었다.>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케일런의 손이 다가오더니 블리스의 목덜미를 감쌌다. 목덜미에 느껴지는 커다란 손에 블리스가 바짝 긴장했다.
“내가 채워 줄게.”
제 몸의 모든 온기를 앗아 갈 듯한 차가운 감촉에 블리스는 숨조차 내쉴 수 없었다.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어떻게 된 거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분명 독이 묻은 목걸이가 블리스의 목을 틀어쥐고 있음에도 그녀의 숨은 멎지 않았다.
* * *
“케일런, 나를 죽이지 말아요.”
블리스가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채로 또박또박 말했다. 악행을 멈출 테니 제발 나를 죽이지 말아 달라는 부탁에 케일런은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