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와 임태호는 그 누구보다 좋은 선후배 관계다.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배, 아니 알파 이연우가 ‘베타’ 임태호의 비밀을 알기 전까지는. “선배.”“으, 응?”임태호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흠칫 떨며 대답했다.신경 쓰이는 게 너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로는 처음 보는 것 같은 잠에서 막 깬 얼굴의 후배도, 간질간질한 숨이 닿는 거리도, 서로 피부가 닿는 부끄러운 감촉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말한 것도 아닌 어제의 해명도.늘 다정한 온기를 품고 있던 연갈색 눈동자가 가로로 느긋하게 휘었다. 그건 조금 비현실적일 정도로 나른하고 또 근사해서, 태호는 잠시 그 모습에 멍하게 시선을 빼앗겼다.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로 자신의 침대에 느슨하게 누워 있는 사람이 그 이연우라는 게 새삼 실감 나기도 했다.하얗고 긴 손가락이 어설프게 이불을 쥐고 있던 통통한 손가락 위를 마치 깃털처럼 살살 건드리자, 태호의 동그란 어깨가 저절로 튕기듯 떨렸다.“형이라고 불러도 돼요?”“…….”“안 돼?”세상에서 가장 근사하고 또 예쁘다고 생각했던 후배의 낯선 말투였다.임태호는 눈을 느리게 깜박이다가 조금은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