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백작가의 딸로 자랐건만 유괴당했을 때 하녀의 딸과 바꿔치기 되었다고 한다.
진짜 딸인 시에나가 하녀로 고생하며 자란 모습에 모든 분노가 나를 향했다.
“널 개처럼 끌고 나가 빗속에 처박으란 명령을 하고 싶은 걸 참고 있다.”
오라버니의 그 말이 비수가 되어 다가왔다.
“내가 널 왜 도와줘야 하니? 널 도우면 어떤 이득이 있다고.”
가문에서 쫓겨나자 친구는 등을 돌렸고, 사랑했던 약혼자는 나를 조롱했다.
그런 내게 다가온 단 한 사람. 천한 노예 출신 전쟁영웅인 에이든 칼립소.
막 귀족이 된 그는 사교계 예절 선생이 필요하다며 내게 가정교사가 되어 달라 제안한다.
“30골드. 이 정도 월급이면 이 집을 나갈 때까지 분에 넘치는 돈을 모을 수 있을 텐데.”
마땅히 갈 곳이 없어져 그의 가정교사가 되었다. 차곡차곡 모은 월급으로 사업을 시작해 자수성가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가 맞았음을 밝혀냈다. 그러자 날 버린 이들이 내게 찾아와 애원한다.
“아가, 내 딸아. 미안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다오.”
우스운 일이다. 내가 진짜가 맞다고 외칠 땐 외면하더니.
“이제 와 사과한들 늦었어요. 후회는 당신들의 몫이죠.”
* * *
“힘들면 내게 기대. 혈통 좋은 나무는 되지 못 해도 비바람을 막아 주는 수풀은 되어 줄 수 있으니까.”
내 제자, 에이든 칼립소가 빙그레 웃으며 내 어깨를 감쌌다. 가벼운 미소건만 그의 눈빛만큼은 뜨겁기 그지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가정교사가 되어 달라 한 건 모두 구실이었음을. 그는 처음부터 나를 원했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