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가 꼬마에게 초콜릿을 내밀었다. 죄지은 것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던 어린 소년이 제게 향한 손길에 고개를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이 지독하고 지긋지긋한 감정이 시작된 순간이.
* * *
다봄의 집에서, 다봄과 함께 자란 건오는 친동생보다 더 신경 쓰이는 동생이자 가족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녀는 건오의 말과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잘 봐요. 내 눈, 코, 입.”
그의 이마가 닿을 듯 가까워졌다. 다봄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우린 닮은 구석이 한 군데도 없어요.”
“건오야.”
“어딜 봐도 누나와 달라요.”
다봄은 위화감이 들었다. 건오는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엔 장난기라곤 보이지 않았다.
저런 말을 하는 녀석이든, 동요하는 본인이든, 확실히 뭔가가 이상했다.
“어때요. 이젠 내가 좀 남 같아요?”
“남이라고……?”
“네. 남이요.”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항상 다봄과 남이고 싶었다.
누구보다 다봄 곁에 어울리는 배경을 갖추고픈 열망으로 삶을 쌓아 왔지만, 동시에 다봄이 그를 외면할까 봐 다가갈 수 없었다.
“누나.”
그러나 다봄을 둘러싼 상황들이 마침내 그의 인내심을 바닥냈다.
“나 그만 동정해요.”
다봄은 서른이 넘어서야 알았다.
백건오는 친동생이 될 수 없는 남이었고,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