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제게 남은 시간이 1년 남짓에 불과하리라는 선고를 받은 로제. 그녀는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단 하나의 소원을 품었다. 제 손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 사랑했던 남자. 그리고 훌쩍 커버렸을 그와 자신의 아기. 그렇게 떠나온 길 위에서, 로제는 그를 마주했다. “……당신은, 나를 정말 잊었군요.” 기억을 잃은 남자를 외면했던 날 이후, 5년 만에 처음 보는 것이었다. * 처음에는 그저 병색이 완연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여인이었다. 제 딸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었고, 아이의 하녀일 뿐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걸까.”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던 그녀의 녹색 눈이 제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로제, 그 여인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나는 도대체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거지?” * “그래, 당신이었어. 당신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고 있었을까.” 죽음을 앞두고 이별을 받아들인 로제. 헤이번은 그제야 제 아내를 기억해냈다. 그녀가 조용히 떠나고 나서야. ……이제는 그가 그녀를 찾아야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