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면의 연인

나더러 계약정부를 하라고? 평범한 미술 강사인 시우에게 어느 날 황당한 제안이 날아들었다. 두 번 생각할 가치도 없다며 단숨에 잘라버리지만, 갑자기 몰아치기 시작한 힘든 상황들은 시우로 하여금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몰아간다. 어차피 스스로 선택한 길, 시우는 아무리 비참한 대우를 받더라도 이를 악물고 1년만 버티자고 굳게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나를 알아요?” 시우를 기다리는 슈퍼갑 계약 상대자는 시우가 학창시절 남몰래 마음에 품었던 첫사랑의 상대, 차무경이다! 게다가 시우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다정하기 그지없고… “앞으로 정부란 말은 사용 금지예요. 애인이란 말 있잖아. 앞으로 호칭은 무경, 우리 사이 지칭은 애인, 알았어요?” 한없이 다정하지만 어딘지 알 수 없는 성격의 그에게 시우는 어느새 빠져버리고 만다. 하지만 문제는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계략의 냄새를 풍긴다는 것…. [본문 중] 놀이공원이었다. 서늘하게 식은 공기가 기분 좋은 밤. 벤치에 앉아, 간식거리를 사서 돌아오는 지우와 무경을 보던 순간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지우를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고 시선을 들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입매가 휘고 눈동자를 반짝이며 웃는 행복한 얼굴에 심장이 저릿했다. 눈이 부셨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머리에도, 손발에도, 아니 그저 온몸이 심장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전신이 두근거렸다.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는데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게 각인이구나, 내가 무경에게 각인했구나, 하고. 그리고 다음 순간 찾아온 건 절망이었다. 각인이라니. 이제 곧 다른 오메가와 결혼을 할 사람한테. 시우는 머리를 흔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착오였다. 차무경이 좋다. 그 감정은 인정할 수 있었다. 좋아하면 안 될 상대라도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해도, 헤어지고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감정은 옅어질 수 있었다. 연애 감정이란 원래 변하고 해지고 사라지는 거였다. 그러니까 그건 괜찮았다. 마음은 접을 수 있는 거였다. 그래도 각인은 안 된다. 남의 알파가 된 사람을 평생 품에 안고 살다니. 그가 뭐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워야 했다. 머리에서도 마음에서도, 무의식에서도 지워야 했다. 아니, 지울 것도 없었다. 나는 각인한 적이 없으니까. 이건 그저, 밤의 놀이공원이 불러온 환상 같은 것,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한 거였다. 그렇게 마음먹고 또 시간을 흘려보냈다. 각인에 대해서는 혼자 있을 때조차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것이 알게 모르게 저를 저답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역시 느끼고 있었다. 무경이 저를 속였을지도 모른다. 지우에게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 혼자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찾아가서 따져 묻는 게 본래 성격에 맞는 방식이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아닌 건 아닌 거였다. 어차피 헤어질 상대이니 이별은 빠를수록 좋다 생각하고 부딪치는 게 옳았다. 헤어짐에 혼자서 울지언정 의심을 품고 옆에서 미적거리는 건 연시우가 아니었다. 그랬던 자신이 꼴사납게도, 차무경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저의 소중한 어린 동생에게 손을 댔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의심하면서도 결국 그에게 대놓고 물어보지 못했다. 그가 인정을 할까 봐. 그러면 헤어져야 할까 봐. 더 이상 그의 다정한 눈길을 받고 품에 안기고 애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까 봐. 어차피 그는 자신을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각인을 하고 바보에 못난 형에 호구가 됐다.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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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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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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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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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 2 0
2023-09-27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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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7
0
1
1권-CH 1 0
2023-09-27   115
(5)
2023-09-2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