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픽션으로, 실제 역사, 인명, 지명, 장소 등과는 무관합니다.
한때 지중해를 지배했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딸 이해인.
21세기를 살아가는 몇 없는 반신 중 하나인 그녀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시간을 거슬러 기원전 12세기에서 눈을 뜨게 된다.
트로이의 성벽을 무너트리기 위한 전쟁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던 아득한 과거의 땅. 그 곳에서 해인은 한 남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
눈을 떴을 때, 해인은 낯선 숲 속이었다.
주변에는 달빛을 제외하면 빛이라고는 없었다. 심지어 그 달빛마저 커다란 나무들의 빽빽한 나뭇잎에 가려, 희미하게 몇 줄기 비칠 뿐이다.
등 뒤로부터 인기척이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뒤를 돌아본 순간, 곧바로 눈이 마주쳤다.
“……잘못 짚은 건 아니었군.”
마침 상대의 금빛 머리칼 위로 달빛이 내렸다. 엷게 반짝이는 금발 아래로, 해인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는 녹색과 하늘색이 오묘하게 섞인 푸른빛이었다.
마치 정성껏 만든 조각상과 같이 아름다운 남자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선 채로 그녀를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다.
표지 일러스트 By 하삐(@ha_ppy_0_)
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