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친구로라도 당신 곁에 머무르면 안 될까.” 그가 속삭이는 사랑이 착각임을 알기에 한낱 조연으로 환생한 나는 미련 없이 이혼을 택했다. “난 언제나 당신 뒤를 따를 거야. 그러니 준비가 되면 그때 뒤를 돌아봐. 그곳엔 항상 내가 있을 테니까.”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그에게는 진정한 사랑이 있음을, 곧 나타날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질 것임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겼다. “나는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아.” “가지 마. 이번에야말로 날 떠날 거잖아. 영영 내 손에, 잡혀 주지 않을 거잖아.”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필사적으로 붙잡아오는 그. 나는 다시 한번 이 손을 뿌리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