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게 눈먼 황제가 황후를 갈아치우기 위해 내게 씌운 누명은, 황제 독살 혐의였다. “늘 후원에 틀어박혀 있던 당신이라면, 시타델에서도 충분히 살아남겠지.” “폐하, 전 독살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으니 일이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제가 정말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군요.” 웃기지도 않은 촌극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나는 죽음의 땅 ‘시타델’에 유배당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누님. 이곳에 누님을 혼자, 오래 두지는 않을 겁니다.” “이스, 난 괜찮아.” 나는 진짜로 괜찮았다. 요 며칠 유배 생활이 딱 내 체질이었으니까.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해 식물을 키우고 꽃을 피우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찾아온 폭풍우가 날 대륙으로 표착시켜 버렸다. “인어도 아니고. 인공호흡이라도 해 줘야 할까.” 그 말에 레이라는 눈을 크게 뜨며 반사적으로 남자를 밀쳤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눈이 부시도록 쨍한 하늘이 흐릿하게 보였다. “…어쩌다가 대륙에 와 버린 거지.” …빨리 유배당하러 되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