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네가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어. 그러니, 나에게로 도망쳐. 가장 아늑한 지옥일 테니. * 블루벨 제국에는 마치 예언처럼 전해 내려온 이야기가 하나 있다.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마녀가 제국을 멸할 것이라는. 이에 평범한 사람이지만 보랏빛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벨라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깊은 숲속에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헤버튼 마을에 마녀사냥이 시작되었고, 벨라는 소꿉친구에게 인사조차 전하지 못한 채로 마녀가 살고 있다는 북쪽 땅, 베른으로 도망쳤다. 그러다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성역의 숲속에서 소문이 무성한 벨리아르 공작과 마주치게 되고. “살려 줘?” “……네, 살고 싶어요.” “내가 널 살려 주면, 넌 나한테 뭘 줄 수 있지?” 이후, 벨라는 벨리아르 공작에 의해 거두어지게 되는데……. 이토록 잔인한 그가 자신을 살려 두는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엔 분명 두려움뿐이었으나 점점 그에게 길들며, 벨라는 자신이 감히 꿈꿔서조차 안 되는 것들을 서서히 바라게 된다. “나한테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다 똑같아. 쓰다가 망가지면 버리면 그만이야.” 우리는 온전하지 않기에 끊임없이 서로를 갈망하고 망가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