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게임에 빙의된 지 어언 10년.
마지막 퀘스트만 클리어하면 드디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테지만 이제는 그 보상이 썩 반갑지 않았다.
그러나 시스템은 이미 소중해져 버린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잔인한 방법으로 시현을 현실로 돌려보낸다.
그렇게 제가 없더라도 아이는 잘 지낼 거라 생각하며 다시 돌아온 현실. 그런데 그사이에 주변은 뭔가 이상하게 변해 버렸고, 시현은 큰 혼란에 빠진다.
"설마, 3년이 지났다고…? 이건 또 뭐야? 게이트?"
10년 동안 게임 속에서 그 고생을 하고 태운이조차 두고 돌아왔는데 세상이 왜 이래?
그걸로도 모자라,
"스승님, 보고 싶었습니다."
분명 게임 속 캐릭터였던 제자가 거짓말처럼 제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조금, 아니 많이 달라진 채로.
***
시현은 망설임 없이 태운을 향해 달려가 아이를 껴안고 떨리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태운은 천천히 내려와 있던 손을 들어 단단한 몸을 마주 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드디어, 드디어 잡았다.
“태운아! 진짜 너 맞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스승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시현은 옅게 눈그늘이 올라와 충혈된 눈가를 천천히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그럼 대체 얼마나 혼자 있었던 거야.
“스승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스승님. 절… 버리지 마세요.”
그때 작게 잦아든 쉰 목소리가 시현의 심장에 또렷하게 박혀 왔다.
마치 난도질이라도 당한 듯 심장이 저릿하고 쓰라렸다. 시현은 차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연태운은 큰 표정 변화는 없었으나 눈 안 가득 알 수 없는 진득하고 어두운 감정과 고통을 가득 담고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고 있었다.
“아니! 울지 마 태운아. 난!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었어! 하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럼 이제 제 옆을 떠나지 않으실 거죠?”
“당연하지!”
시현은 밀려 들어오는 죄책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끝까지 저 애를 지켜 주겠다. 단단히 다짐하고 주먹을 꾹 말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