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날.
고신재는 개강 총회를 맞아 끌려온 술집에서 옆 테이블의 넋두리를 귀에 담는다.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그러니까 소개팅 못 해.”
만나 본 적도 없는 게임 친구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자기에게 웃어 주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조금은 독특하고, 고신재가 듣기에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그런데 걔는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하나도 안 궁금할까?
5년이잖아. 5년인데…….”
그냥 웃고 넘길 옆자리의 취중 고백이 조금 이상하다.
저 술 취한 남자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쩐지, 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