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고 지냈어? 나 없는 10년 동안.” 10년 전 버린 동생, 주혜성이 문성하를 찾아왔다. 과거의 죄책감을 잊지 못한 문성하는 주혜성의 제안에 따라 동거를 시작하고, 전에 없던 감정을 느끼며 그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그 선택은 동생의 쳐놓은 거대한 덫의 일부였는데. “주혜성은 내가 죄악을 저질러 가며 선택한 내 연인이니, 그 어떤 고통을 감수한다 해도 상관없었어.” “형.” “나에게 지옥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혜성아.” 거짓처럼 찾아온 동생은 정말로 거짓만 남긴 채 사라지고, 또다시 5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사고처럼 재회한 그의 이름은 더 이상 동생이 아니었다. “형과 보는 게 오늘이 마지막일 일은 없을 거야. 그게 오늘의 진실이야. 형이 원치 않아도, 앞으로 우리는 종종 보게 될 거야.” [미리보기] “또 뵙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문성하가 딱딱하게 말했다. 주혜성의 가슴이 잠시 부푼 끝에 가라앉았다. 입을 다신 그가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레 풍성해진 체향에 놀란 문성하가 물러났다. 개의치 않고 눈높이를 맞춘 주혜성이 깍듯하게 말했다. “키 줘요.” 문성하는 잠자코 쏘아봤다. 그럴 줄 알았다는 양 한숨 쉰 주혜성이 팔을 뻗었다. 저도 모르게 풀린 문성하의 손에서 키가 떨어졌다. 주혜성은 몸을 숙여 굴러다니는 키를 주웠다. “키는 제가 맡겠습니다. 제 차로 가십시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키를 주머니에 넣으며 몸을 세운 주혜성이 말했다. 문성하의 눈길이 넘어갔다. 저편에서 대기 중인 고급 외제 세단이 보였다. 운전석에 전용 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를 질근거린 문성하가 입을 열었다. 격양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내가 분명히 다시 볼 일 만들지 말자고….” “문 대표님.” 허리를 짚은 주혜성이 짙은 숨을 몰아쉬었다. 문성하의 얼굴에 닿는 밤공기가 자못 뜨거웠다. 꼼짝달싹하던 손이 등 뒤로 숨었다. 갈수록 호흡이 달뜬다. 결이 다른 오싹함에 왼발이 간질거린다. 주혜성과 닿은 적이 없는데, 이미 닿은 것처럼 맥박이 벅차 온다. “저와 살 맞대는 것 싫잖아요.” 주혜성이 재차 상체를 숙였다. 다가온 얼굴이 문성하의 옆얼굴에 겹쳐졌다. 곤두선 솜털이 그의 입술에 스쳤다. 문성하의 눈꺼풀이 파들거렸다. 주혜성이 묵직한 종용을 했다. “안아서 옮겨 버리기 전에 알아서 차로 가 달란 얘기야. 응?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