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은 비싸게 치러 줄게.”
절름발이 종 아진과 태회파의 사장인 석주의 인연은
오해로 빚어진 하룻밤을 계기로 시작된다.
“네가 다리 병인 것처럼. 나는 잠 병 신이야.
우리 병 신끼리 돕고 살까?”
석주의 불면증을 핑계 삼아
아진은 그의 품에서 잠들며, 그의 체온에 익숙해지고.
“저는 이렇게 죽을 때까지 사장님 집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럼 그냥 여기 있어. 여기, 내 방에, 내 무릎 위에 앉아 있어.”
내가 세상을, 세계를 이 방으로 가져오마.
하지만 행복의 틈을 비집고 의심의 싹이 트고 마는데…….
“아진아. 너 빚 다 갚을 때까지 이 방에서 못 나가.”
이제 이 방이 네 세상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주가 저를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진은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