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연인이야.” 바란은 기억을 잃은 남자에게 추잡한 거짓말을 했다. 그의 숙적이자 왕녀의 기사, 그리고 흉측한 토룡 혼혈인인 니카 경에게. 강퍅하고도 순결한 남자였다. 왕녀에게 목숨을 바쳐 온 그의 순애보는 온 왕국에 공공연히 퍼져 있었다. 그러니 이깟 촌극을 벌였다가 나중에 기억이 돌아오고 나면, 니카 경은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바란을 죽이려고 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니카는 원래도 바란을 경멸하고 박쥐 같은 작자라고 불렀다. 그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한 번만 웃어준다면, 그다음엔 나를 죽도록 미워하거나 없는 놈 취급해도 괜찮아.’ 아주 잠깐이라도 달콤한 꿈을 꾸게 해준다면 충분하다. 바란은 그러면 몇 번이고 거짓말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