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서. 운명의 상대와 연결된 붉은 띠, 링. 왼손 약지에 붉은 링이 발현하게 되면 그 상대와 접촉을 하지 않는 이상 잠에 들 수 없다. 그리고 나는 5년 동안 짝사랑 하고 있는 상대의 형과 링으로 이어졌다. “우리 형 일인데……. 왼손 약지에 링이 생겼대.” 그렇게 왼손을 쫙 펼쳐서 약지를 가리키지 않아도 알아. 나도 그렇거든.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손끝이 저렸다. 주먹을 꽉 쥐며 저릿한 감각을 잊어보려 했지만, 손바닥에 손톱이 박혀 드는 아픈 느낌이 가슴을 찔러대는 따끔거림과 닮았다는 것만 인식할 뿐이다. “상대를 못 찾아서 요 며칠간 죽어가더라. 도저히 잠을 못 자겠나 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상대를 빨리… 찾아야겠네.” *** 강지건. 친동생을 짝사랑하고 있는 상대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마음을 억누르기를 3년. 자신의 약지에 있는 링과 같은 것이 그 아이의 왼손에 자리한 것을 발견한다. ‘놓고 싶지 않아.’ 우서의 손을 잡은 내 손가락 사이로 그의 약지에 한 줄로 새겨진 붉은 링이 보였다. 그 링을 보자마자 희열에 가까운 벅찬 감정이 차올랐다. 신우서와 연결된 그 붉은 줄 하나가 내 답답한 가슴속 어딘가를 차곡차곡 무너뜨렸다. 부서진 틈새로 빠져나온 시커먼 뱀 한 마리가 이걸 기회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루 한 시간이어도 좋아. 같이 자자.” 그 시간 동안 난 우리가 가진 형식적인 링의 형태를 바꿔볼 생각이다. 신우서가 바라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