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에는 등장인물들의 트라우마를 드러내기 위한 강압적인 행위와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가 박혀 들어올 때마다 그녀의 세상은 몇 번이나 뒤집히길 반복했다. 질척한 소릴 내며 살이 부딪친다.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았으나, 할 수만 있다면 그를 완전히 삼켜버리고 싶었다. 생경한 둔통과 눈앞을 하얗게 만드는 절정이 밀려든다. 씨근덕거리는 숨소리에 뒤섞인 욕설. 지금, 이 순간만은 그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저 이 순간을 방해하는 이가 없기를. 짧은 짝사랑의 끝이 부디 허무하지 않기를. 남자가 건넨 동정심을 주워 먹은 몸뚱이가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