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져 버리고, 그는 느껴 버린 그날 밤.
우리 사이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이상한 방향으로.
“솔직해지라면서요. 한연두 선임님이.”
“저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요.”
“변태, 성욕, 본능 어쩌고 하길래 그런 뜻인 줄 알았는데.”
그와 섹스를 했느냐.
아니다. 그건 일종의 사고였을 뿐.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채우수는 내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나는 왜 먹지도 못할 떡이 자꾸만 욕심이 날까.
그리고 채우수는 왜 먹지도 못할 것을 들이밀까.
“선배 여자한테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요.”
“그럼 여자 말고 한연두한테 관심이 좀 생겼다고 쳐.”
급기야는 괴상한 고백까지 하면서 사귀자고 하는 채우수.
“모르시나 본데 저 책임님 안 좋아해요.”
“누가 나 좋아해 달래? 좋아하지 마.”
그러면서도 내가 자기를 계속 싫어했으면 좋겠다는 이 남자.
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