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노빌리스는 몇 세기 만에 나온 어마어마한 자산의 상속녀였다. 결혼을 6번 했고 이혼도 6번 했지만 여전히 대륙 최고의 신붓감을 꼽으라면 단연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누가 그녀의 7번째 남편이 될 것이냐! 세간의 관심이 한데 모인 가운데 아가사가 선택한 사람은 10년 전쟁의 주역인 에녹 아라투스 후작이었다. 20살. 재력 빼고는 모든 것을 갖춘 유서 깊은 가문의 가주. 그러나 아주 잘생겼고 뛰어나며 인성까지 제대로 갖춘 사내였다. “딱 세 가지만 지켜 주시면 돼요. 암살자에게서 날 지켜 줄 것. 아내로서 존중해 줄 것. 따로 저택을 만들어서 나가서 살 것.” “……지금까지 어떤 결혼 생활을 해 왔는지 모르겠군.” 천문학적인 재산 때문에 온갖 암투에 휘말려 왔던 아가사 노빌리스는 이제 제대로 된 평범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