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지. 우리.”
남편은 네모반듯한 서류 가방에서 꼭 그 크기만 한 서류봉투를 건넸다.
그의 말에 지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랑하던 남편과 평온한 일상이 발아래에서부터 무너졌던 그날,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지연은 친구의 인도로 클럽으로 향한다.
각 얼음 위로 가득 차오르는 양주를 바라보던 지연이 잔을 들었던 그때,
쥐고 있던 유리잔을 난폭하게 낚아채 자신의 몫의 술을 마셔 버린 남자.
흐트러진 듯 정갈한 검붉은 머리카락,
짙은 눈썹, 강렬한 눈매, 얼음 조각처럼 날카롭게 떨어지는 콧대,
색정적일 만큼 붉은 입술을 가진 남자가 살갗을 파고 들어올 것처럼
맹렬한 시선으로 지연을 응시했다.
“이런다고 그 새끼가 알아줄 것 같아요?”
사람을 깔보는 듯한 눈빛, 상대를 움츠러들게 하는 고압적인 분위기.
“나 누군지 기억해 봐요.”
노골적으로 얼굴 앞으로 하체를 밀착시킨 남자가 비웃듯 입꼬리를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