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신력으로 이용만 당하다 버려지는 엑스트라로 환생했다. 백작가에 입양돼 갖은 학대와 수모를 당하면서도, 신력을 쓰지 않고 버텼다. 모든 건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 저주당한 흑막 대공에게 납치당하기 위해서. “예언을 하나 들었는데, 네가 내 저주를 풀 수 있을 거라더군.” “조건이 있어요. 이 제국을 떠나서 살 수 있는 돈이 필요해요. 적당한 지위까지 있으면 더 좋고요.” 예언의 주인공이자 여자 주인공, 코델리아인 척 사기를 쳤다. 내가 원하는 건 로맨스가 아니라 자유뿐. 우리의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내가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들키기 전까진. “여기 있었군. 감히 날 속인 것도 모자라 도망을 쳐?” 검은 안대 뒤에 감춰져 있던 그의 검붉은 눈동자가 날 날카롭게 바라봤다. 피가 묻은 손으로 천천히 내 얼굴을 어루만지던 그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속였을 땐, 그만한 각오도 함께였겠지? 책임의 무게가 가볍진 않을 거야.” 원작을 비틀어보려고 해도, 결국엔 이대로 죽는 건가. 눈을 질끈 감았는데. 입술을 엄지로 지그시 누르며, 그가 나른하게 말했다. “나와 혼인하지.” 흑막이 어딘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