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갖고 싶었던 게임을 우연히 손에 넣었다.
내 원픽인 세드릭 루트를 즐기다가 마지막 선택지를 누른 순간,
[감히 선왕의 핏줄이라 사칭한, 왕비 아스타로테를 사형에 처하노라!]
“별 거지 같은, 내가 해도 이거보다는 잘 만들겠다!”
게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잘 가, 아스타로테.”
‘이만 죽어 주셨으면 해요, 아스타로테.’
여러 루트를 뚫으며 남편을 왕으로 만들었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죽음.
안 되겠다. 이러다간 계속 개죽음만 당하고 말 거야.
이제 내게 남은 길은 하나뿐!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새로운 루트가 해금되었습니다.]
***
“저는 폐하의 후계자 시험에 도전해 보려고 해요.”
“……지금 내게 청혼하는 거야?”
갑자기 웬 반말이지, 싶지만 이러면 얘기가 빨라진다.
“응. 나랑 결혼해서 내 편이 되어 줘!”
“네 뜻이 그러하다면 따르는 것이 내 숙명이겠지.”
“……어?”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데.
파파보이인 세드릭이 허락도 없이 단언하는 게 요상할 따름이다.
“그래, 좋아. 네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그 순간 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달빛이 정원을 비췄다.
환한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 건 세드릭이 아닌 그라나다 소공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