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곱게 키웠더니 짐승-117화 (117/121)

# 117

#외전 7화

아이들은 사냥터를 마구 들쑤셨다. 조그마한 몸을 날렵하게 움직이며 공기주머니 조각을 문 채 달리다가, 컹컹거리며 달려온 개를 향해 돌진했다. 사냥개들이 자신들과 놀아 주러 온 것이라 착각한 탓이다.

「안녕! 네 이름은 뭐야? 난 카리야!」

멍!

「내 이름은 아니쉬야! 그거 알아? 신수 수장님이 내 아빠인 거?」

멍멍!

「나는 틸라이라고 하는데, 네 점박이 무늬 정말 예쁘다!」

멍멍멍!

아이들은 개의 목을 끌어안고 신이 나 뒹굴기 시작했다. 당황한 개들은 꼬리를 내리고 조각처럼 굳어 버렸지만 아이들은 괘념치 않았다.

곧 개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났다. 멀어지는 개를 쫓아 풀쩍풀쩍 잘도 뛰었다. 발톱을 내밀지 않은 신수들이었기에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풍기는 기운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짐승의 본능이다.

하지만 곧 개들의 구세주가 도착했다.

에이몬은 난장판이 된 사냥터 중간에 서서 으르렁, 목 아래를 한번 울렸다. 위협이 묵직하게 깔리자 개들은 얼음이 됐다. 아직 뭘 모르는 작은 표범들만이 신이 나 있을 따름이다.

에이몬은 신수 새끼를 향해 다가갔다. 아이들은 멈춰 선 개에게 매달려 즐겁다는 듯 냥냥거리고 있었다. 에이몬의 앞발이 툭툭 아이들을 밀어쳤다.

「냥!」

「꺙!」

작은 솜덩이들이 콩콩콩 바닥으로 떨어졌다. 엎어진 체스 말처럼 바닥을 데구르르 구른다. 에이몬은 슬렁슬렁 걸어가 풀잎 위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는 새끼 표범 세 마리를 입에 물었다.

개들은 그제야 저들 주인을 향해 쏜살같이 도망쳤다.

커다란 짐승이 작은 짐승들을 물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냥터를 유유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입에 물린 작은 짐승들은 발을 휘적거리며 반항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렇게 신수들이 사라진 후, 다시 활쏘기 대회가 재개되었다.

블론디나는 사냥터 위에 날아가는 화살의 궤적을 좇다가 고개를 돌렸다. 에이몬이 웅크리고 있는 샨티 몸 위로 물고 온 세 아이를 톡톡 떨어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까르륵 웃는 아이들이 딩굴딩굴 샨티의 몸 위를 구른다. 샨티는 모른 척 앞발에 얼굴을 꾹 묻었지만, 제 머리에 매달리는 아이들의 성화에 결국 몸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샨티의 어깨가 아래로 더욱 축 떨어졌다.

블론디나 옆에서 할라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재미있어 보이네요.”

“그러게요.”

블론디나는 반은 동의, 반은 동정하며 크게 웃었다.

***

“오늘 힘들었지?”

품을 파고들며 묻는 블론디나의 말에 에이몬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별로.”

입으로는 스치듯 답하며 행동으로는 블론디나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눌렀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두 아이가 없는 밤이었다. 활쏘기 대회가 끝난 후, 샨티의 집에서 놀던 아이들이 그대로 잠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후에 네 생일이잖아, 에이몬.”

“응.”

“그래서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에이몬, 잠깐만 내 말 좀.”

블론디나는 제게 달라붙는 에이몬의 얼굴을 쭉 밀며 허리를 비틀었다.

아까 이마에 닿았던 입맞춤이 쪽쪽거리며 내려와 어느새 목덜미에 와 있었다. 옷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오는 커다란 손의 온기가 느껴졌다.

조금 있으면 에이몬의 생일이었다. 에이몬 본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소중한 남편의 생일이라 제대로 챙겨 주고 싶었는데.

“잠깐만, 에이몬.”

“응.”

아까부터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여기저기에 입을 맞춰 대는 에이몬의 질주에 말을 잇기가 꽤 힘들었다. 심지어 어느새 끈을 풀었는지, 반쯤 벗겨진 슈미즈가 에이몬 손에 슬슬 끌려 내려가고 있었다.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

블론디나는 한 손으로 옷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에이몬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 제 말을 듣지 않는 커다란 짐승을 향한 응징이었다.

“응. 말해.”

에이몬이 착하게 답했다. 그녀의 하늘하늘한 슈미즈는 어느새 허리까지 내려가 있었다. 살갗에 닿아 오는 공기가 서늘해, 정점이 뾰족이 솟았다.

에이몬이 고개 숙여 그대로 머금자 일순 블론디나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아, 읏…….”

블론디나의 턱이 살짝 들렸다. 다급히 손을 휘저어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어떻게 된 것이 날이 갈수록 능구렁이가 되어 간다.

내 남편이 표범이 아니라 뱀이었나. 어쩜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옷을 벗기고 착착 달라붙는지.

예민한 살갗 위에 뜨거운 숨결이 흐트러졌다. 어둠 속에 젖은 소리가 울린다. 살갗이 빨릴 때마다 아랫배에 고인 미열이 간지럽게 끓어 올랐다.

“으응.”

에이몬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던 손에서 힘이 풀렸다. 툭 떨어지는 팔로 그의 어깨를 다시 밀었지만 열 오른 돌덩이같이 단단하고 뜨거운 몸은 밀리지 않았다.

블론디나는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바람결에 나뭇가지가 날아와 창문으로 툭, 부딪혔다. 그 소리에 다시 눈을 떠 아래를 내려다보자, 흐릿한 시선 안에 에이몬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흐트러진 흑발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그의 쭉 뻗은 콧대가 말랑한 살덩이를 누르고 뜨거운 입술이 한가득 삼켰다.

정점 위로 젖은 혀가 미끄러질 때마다 목구멍 안에서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와 블론디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가 짐승 아니랄까 봐. 괜히 억울해졌다. 어쩌면 이 짐승은 날이 갈수록 이렇게 능숙해질까. 난 이렇게 낑낑거리며 휩쓸려만 가는데.

블론디나의 손끝에 새하얀 빛이 모였다. 타닥거리는 신력이 모이자 블론디나는 에이몬의 어깨를 그대로 찰싹 내리쳤다.

그리고,

“아읏!”

때린 건 블론디나인데 오히려 그녀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얻어맞은 에이몬이 깜짝 놀라 그녀의 살덩이를 꽉 깨물었기 때문이다.

블론디나의 비명에, 에이몬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 브리디?”

본인이 깨문 주제에 본인이 더 놀란 표정이었다.

달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가슴 위로, 에이몬의 잇자국이 나 있다. 뽀얀 피부에 새겨진 붉은 상처라 더욱 도드라졌다. 피가 비치거나 살점이 파인 건 아니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것이 꽤 아파 보였다.

“미안해. 갑자기 놀라서.”

에이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제가 낸 상처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손끝에 잇자국이 느껴지자 그의 눈동자에 미안함이 깃들었다.

“아프지.”

에이몬의 걱정에 블론디나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그의 손길이 부드럽게 닿아 올 때마다 미약한 고통과 짜릿함이 섞여 신음이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이럴 때까지 야릇하고 난리야.’

차마 무어라 하지도 못하겠다. 에이몬을 때린 게 자신 아닌가.

“그만 만져…….”

“네가 아플까 봐.”

간신히 목소리를 내자 에이몬이 풀 죽어 답했다. 블론디나는 허리를 슬금슬금 뒤로 물렸다.

아픈 것도 아픈 건데 그것보다 지금은 다른 게 더욱 문제였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상처를 매만지는 손길에 자꾸 호흡이 가빠진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런 순간에까지 야한 제 몸이 싫어서.

그냥 잇자국을 쓰다듬고 있을 뿐인데. 주위만 살살 매만지며 다정하게 어루만질 뿐인데, 예민한 곳이라 그런지 아찔한 감각이 몸을 내달렸다.

실수인지 그의 손끝이 정점을 톡 스쳤다.

“아!”

“많이 아파? 미안해.”

블론디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고개를 휙 돌렸다. 귓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미안하면 손 좀 떼.”

에이몬은 그녀의 붉어진 목덜미를 바라보다가 착하게 손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손 대신 얼굴을 내렸다.

젖은 감각이 달라붙자 블론디나는 다시 들숨을 들이켰다.

긴장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아랫배를 에이몬의 손이 살살 쓸어내렸다. 그녀의 서투른 반응마저 귀엽다는 듯.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가 상처를 혀로 조심스럽게 핥아 왔다. 마치 위로하듯 느릿하게 미끄러뜨리는데, 블론디나는 어쩐지 위안보다 초조함이 차올랐다.

“흐읏…….”

안으로 간신히 삼켰던 신음이 흐느낌처럼 새어 나온다.

상처를 훑던 그의 입술이 다시 정점을 뜨겁게 물었을 때, 결국 블론디나의 몸에서 힘이 풀렸다. 그녀는 가슴 위에 새까맣게 흐트러진 에이몬의 머리카락을 붙들었다. 뭐라도 잡지 않으면 제 몸 안을 내달리는 감각을 참기 힘들었기에.

열락이 지나간 공간에는 뜨거운 열기만이 가득했다.

“아……!”

블론디나는 흐느끼며 탄성을 내뱉었다. 안을 가득히 들쑤시는 자극으로 눈앞이 흐릿하다. 에이몬의 목을 힘겹게 끌어안은 팔이 바들바들 떨려 왔다.

에이몬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제게 바짝 붙였다. 멀어지려는 작은 몸을 옭아매고 그 안에 정욕을 모조리 쏟아 냈다. 그리고 천천히 상체를 숙여 젖어 있는 블론디나의 얼굴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예뻐, 브리디.”

따뜻한 뺨을 핥자 짭짤한 눈물이 느껴졌다. 그의 아래 깔린 작은 몸은, 그를 밀어내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입을 맞추자 달뜬 호흡이 서로의 입술 사이에 흐트러졌다.

쪽쪽거리며 다정히 입을 맞추던 그는 결국 말랑한 그녀의 입술을 열어 혀를 밀어 넣었다. 여전히 이어져 있는 둘의 몸처럼 두 입술이 꼭 맞물렸다.

“으응…….”

축 늘어진 블론디나가 에이몬의 어깨를 밀었다.

에이몬은 밀려나는 대신 입술만 살짝 떨어뜨렸다.

이 순간에도 제 몸에 감기는 따뜻한 몸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다시 그녀 안에 마구잡이로 절 처박고 그녀의 살갗을 거칠게 깨물고픈 충동이 일었다. 그녀와 닿아 있으면 늘 본능이 탐욕스럽게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어, 에이몬은 그녀 안에 절 부드럽게 파묻을 뿐이었다. 난폭한 충동을 늘 가까스로 내리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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