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40화
에이몬에게서 낮은 호흡이 새어 나왔다.
분노와 흥분이 밴 숨결이었다. 이미 피를 본 짐승이, 혈관 안을 내달리는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억센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바로 전까지 에이몬은, 표범의 목덜미를 물고 가죽을 가르기 위해 숲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 힘겨운 싸움은 아니었다. 종내에 샨티의 몸을 짓누르고 항복을 받아 내려는 찰나, 에이몬은 듣고 말았다.
“에이몬!”
블론디나의 다급한 목소리를.
에이몬에게 밟혀 있는 샨티도, 이미 엎드려 있는 할라도, 주위를 지키고 선 다른 신수들도 듣지 못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에이몬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절 부르는 블론디나의 절박함을.
그 이후로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광기에 사로잡힌 눈으로 숲을 정신없이 내달렸을 뿐.
그녀의 향기를 좇고 소리를 따랐다. 결투 중에도 평온했던 심장이 불안함과 공포로 마구 뛰어 대고 있었다.
브리디. 브리디!
그렇게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숲을 미친 듯 헤집어 결국은 블론디나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성보다 먼저 본능이 앞섰다.
그녀를 덮치려던 곰의 살가죽을 움켜쥐고 그대로 살을 찢어 냈다. 첫추를 짓밟고 단숨에 숨통을 끊어 버리려 했다.
하지만.
“죽이지 마, 에이몬…….”
바람결에 속삭여 오는 목소리를 듣고는 정신을 차렸다.
통제되지 않는 화산처럼 마구 터져 나오던 감정이 목소리 하나로 잠잠히 가라앉았다. 그녀의 음색에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묻어 있었기에.
앞발에서 발톱을 숨기며 에이몬이 물었다.
「널 죽이려 했어. 한데 죽이지 말라고…….」
음색이 어둡게 침전되어 있었다.
심연 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블론디나는 떨리는 몸을 움츠렸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안광을 마주하자 그가 에이몬이라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였다.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심이 피를 휘돌았다. 어둠에 묻힌 표범의 몸이 거대하고도 오싹했다.
블론디나는 두려움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쓸데없이 피를 묻히는 게 싫다고 했잖아.”
짐승은 인간과 달리 흥미로 상대의 목숨을 앗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사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에이몬은 늘 말하고는 했다.
그랬던 에이몬이 저 때문에, 제 실수 때문에, 자신이 숲에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달려들지 않았을 곰을 죽이는 게 싫었다.
에이몬은 가만히 블론디나를 주시하다가 느릿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달빛 아래, 표범 성체가 찬찬히 모습을 드러냈다. 매끄럽게 빛나는 검은 털. 우아하게 뻗은 유연하고도 단단한 몸. 위험한 빛으로 반들거리는 아름다운 눈동자.
에이몬은 이제 제 품 안에서 얼굴을 비비던 작은 표범이 아니었다.
새삼스레 그가 낯설어졌다.
어느새 다가온 에이몬이 블론디나 앞에 걸음을 멈췄다. 달을 등지고 선 짐승으로 인해 어둑한 달그림자가 드리웠다.
「다쳤구나, 브리디.」
에이몬이 천천히 머리를 내렸다. 나뭇가지에 긁혀 핏방울이 맺힌 블론디나의 상처를 핥으며, 에이몬이 낮게 그릉거렸다.
블론디나는 숨을 들이켰다. 선을 넘어간 공포로 오히려 정신이 고요하게 침전했다. 에이몬인 걸 아는데도, 신수가 주는 위압감 때문인지 몸이 고목처럼 굳는 기분이었다.
의식제에서 마주했던 표범에게서도 이런 느낌은 받지 않았는데.
에이몬에게서 옅은 피 내음이 풍겼다. 할라, 샨티와 싸우는 도중 뒤집어쓴 그들의 피 냄새였다.
에이몬은 절로 드러나려는 송곳니를 감췄다. 혀에 감기는 그녀의 핏방울이 제 광기를 거칠게 긁어 내리고 있었다.
피를 본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속을 난폭하게 헤집는 힘과 욕구를 제어하는 것만으로도, 에이몬은 힘겨운 상태였다.
「내가 오지 않았다면 이 정도 상처로 그치지 않았을 거야.」
뜨거운 숨이 블론디나의 살갗에 달라붙었다. 상처를 핥은 에이몬이 이내 어깨를 살짝 물었다.
날카로움에 블론디나의 어깨가 움찔 떨리자, 에이몬은 다시 얼굴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송곳니에 긁힌 블론디나의 생채기를 다시 핥았다.
「저 짐승이 널 죽였을 거라고, 브리디.」
바닥으로 침전한 듯한 음색이 묵직하게 흘러나왔다.
에이몬은 눈을 감은 채 그녀의 어깨에 제 콧등을 문질렀다.
부드러운 털이 제 살갗을 간질이자 블론디나는 다시 몸을 굳혔다. 고요한 긴장감으로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달마저 숨은 밤이었다. 소리마저 굳은 밤이었다. 자신이 움직이면 에이몬이 당장이라도 제 목을 물어 버릴 것 같은 알 수 없는 공포가 치밀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꿀꺽. 블론디나의 목울대가 조심스레 흔들렸다.
에이몬이 천천히 몸을 떨어뜨렸다. 그의 온기가 멀어지자 그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스몄다.
멍하니 에이몬을 올려다보았다. 절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가 불꽃이 튈 듯 타닥거리고 있었다.
블론디나는 마치 주문에 걸린 듯 입술을 달싹였다.
“루시…… 루시가…… 루시를 지켜야…….”
호흡이 목끝에 덜컥 감겼다. 그 와중에도 루시가 떠올랐다. 지금쯤 어둠 속에서 위험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눈앞의 두려운 존재를 보자 그녀가 더욱 걱정됐다.
일렁이는 눈으로 블론디나를 바라보던 에이몬이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가만히 바람 내음을 좇는다.
「내 착한 브리디는 늘 제 걱정은 뒷전이구나.」
에이몬의 목소리는 침착하고도 나직했다. 하지만 그 안에 꾹꾹 누르는 격분이 밴 걸 블론디나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에이몬은 고개를 숙인 채 낮게 그르렁거리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비죽 나온 날카로운 발톱이 바닥을 거세게 파고들었다.
「만약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인간의 피가 이곳에 흥건히 고여 있었겠지.」
송곳니가 드러났다가 다시 숨었다.
「도대체 여기까지 왜 온 거지? 이 밤중에, 위험한 짐승으로 가득 찬 숲에 말이야.」
저 스스로를 제어하는지 그가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결국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짓이기듯 뱉었다.
「일곱 살 어린애도 이런 위험한 짓은 하지 않아!」
적막한 숲속에 짐승의 분노가 낮게 긁혔다.
낯선 모습이 심장에 두렵게 박혔다. 메마른 시선에 몸이 얼어붙는다. 날카로운 공기가 제 몸을 쥐어짜고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블론디나는 입술을 겨우 열었다.
“미안해, 에이몬. 많이 놀랐지.”
「…….」
에이몬은 속까지 파헤칠 듯한 형형한 눈으로 블론디나를 노려보다가 결국 등 돌린 채 홀로 호흡을 갈무리했다.
그런 후 다시 뒤돌아 블론디나에게 다가왔다.
「가자.」
무릎을 바닥에 대고 몸을 숙였다. 고갯짓으로 제 등을 가리키며.
그 행동의 의미를 알아차린 블론디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의 등에 올라탔다.
납작 엎드려 꼭 달라붙자 에이몬의 몸이 슬쩍 굳었다.
목덜미를 꼭 끌어안고는 털에 얼굴을 묻었다. 팔 아래 닿는 짐승의 근육이 단단하고도 뜨거웠다.
불안하게 두근거리던 블론디나의 심장박동이 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온기만으로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곧 에이몬이 숲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밤바람이 뺨을 훑고 스쳤다. 블론디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에이몬을 더욱 꼭 끌어안고는 까만 털을 움켜쥐었다.
에이몬. 수장을 뽑는 결투는 어찌 되었어? 다치지는 않았어? 걱정시켜 정말 미안해. 네 성장한 모습 정말 멋있어…….
묻고 싶은 것도, 해주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러나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절 채근하던 에이몬의 메마른 목소리, 그리고 서늘하게 식은 눈빛만이 머릿속을 맴돌 따름이었다.
에이몬은 인간의 냄새를 좆아 숲을 뒤졌다.
곧 어렵지 않게 루시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루시와 라르트는 자그마한 바위 뒤에 숨어 서로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두려움으로 몸이 굳은 것 같았다.
소리 없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둘은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표정을 굳혔다.
루시와 라르트의 눈동자가 겁에 질려 있었다. 아마도 처음 보는 에이몬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탓이리라.
에이몬은 블론디나를 내려 주고는 둘을 향해 찬찬히 걸어갔다. 으르렁거리는 분노가 낮게 깔렸다.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여전히 몸을 붙이고 있는 둘을, 에이몬이 거칠게 떼어 냈다.
“흐악!”
그의 옷을 물어 내동댕이치듯 바닥에 던졌다. 라르트 황자는 망가진 인형처럼 볼품없이 땅 위를 뒹굴었다.
「왜 너희 둘이 함께 있는 거지?」
이가 갈리는 질문이 던져졌다.
라르트는 손으로 땅을 짚고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활 통을 메고 짐승을 사냥하러 다닌 것이 부지기수다. 커다란 곰도, 절 향해 달려들던 들판의 사자도 여러 번 마주했었다. 하지만 맹세코 이런 두려움을 주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에이몬은 타오르는 눈으로 라르트를 노려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째서 브리디는 홀로……. 하지만 속삭임이 너무도 나직하여 누구도 알아듣지는 못했다.
분노한 눈으로 라르트를 짓이길 듯 노려보던 에이몬이 이내 감정을 갈무리했다.
낮은 심호흡 끝에 다시 평정을 되찾은 그가 루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루시. 괜찮아?」
에이몬의 어조는 딱딱했으나 블론디나에게 그랬듯 화를 내지는 않았다.
“에이몬 님이세요?”
「맞아.」
그제야 눈에 서린 루시의 공포가 살짝 풀렸다.
“저……, 저는 괜찮아요.”
「다행이야.」
나직한 숨과 함께 에이몬이 답했다. 루시는 그를 향해 희미하게 마주 웃었다.
그 모습을 보는 블론디나는 문득 울고 싶어졌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올려다보았다. 눅눅한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에이몬이 왔잖아. 이제 우린 안전해.’
안도해야 했는데 자꾸 눈 아래가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방금까지 두려움과 공포로 눈물 흘렸으나 지금은 다른 감정으로 울먹임이 비어졌다.
마음을 날카로운 칼로 살살 저미는 것만 같다. 익숙하지 않은 질투심이 비집어 올랐다.
에이몬. 왜 내게는 화를 내고 루시에게는 다정해?
심지어 루시와 라르트가 붙어 있는 걸 보고 에이몬은 무척 화를 냈다. 왜 너희가 함께 있느냐며 소리를 내지르다가 다시 루시를 향해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에이몬의 행동이 말해 오는 의미가 확연한 것 같았다.
‘혹시 에이몬이 루시를 좋아하는 걸까.’
여관을 향해 여행을 떠나기 전, 루시와 동행하고 싶다고 말한 이유가. 루시의 신부 수업 소식에 깜짝 놀라 화를 냈던 이유가.
블론디나는 애꿎게 드레스만 쥐어짰다.
느릿하게 지나는 나뭇잎이 사락사락 몸을 스쳤다. 블론디나와 루시는 에이몬을 타고 숲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공포를 몰고 다가왔던 숲이 에이몬으로 인해 다시 평화롭게만 보였다.
자박자박 걷는 에이몬 뒤로 라르트 황자가 힘겹게 따라붙었다.
“저기, 신수님. 조금 천천히 가주시면…….”
하지만 에이몬은 제 뒤를 졸졸 쫓는 라르트를 위해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에이몬은 들은 척도 않고 같은 속도로 걸었다.
라르트의 목구멍에 헉헉거리는 호흡이 달라붙었다. 느릿하게 걷는 것 같으나 몸집의 차이 때문인지 에이몬을 따라붙는 것조차 힘겨웠다.
발을 열심히 놀리다 보니 어느새 신수의 숲 경계선에 다다랐다. 저 멀리, 커다란 횃불이 경계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황실 기사단이로구나.’
불빛에 반사된 기사단 갑옷이 번쩍거렸다. 그들은 차마 숲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서성거리고만 있었다.
기사단의 갑옷 문양이 보일 만큼 가까이 다가선 후 에이몬은 걸음을 멈췄다. 그런 후 제 옆으로 다가온 라르트에게 던지듯 말했다.
「넌 인간들 이끌고 어서 꺼져.」
목소리에 아직 적개심이 남아 있었다.
라르트는 블론디나와 루시에게 눈짓을 보내더니 허리 숙여 에이몬에게 인사한 뒤 경계를 향해 걸어 나갔다.
“황자 전하!”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황녀님께서는…… 어디…….”
기사들의 웅성거림이 물결처럼 밀려들었다.
라르트 황자가 어떻게 상황을 설명했는지, 곧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철컥철컥 무기를 갈무리하는 소리가 울렸다.
기사단은 무리를 지어 황궁 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황자와 황녀가 무사히 돌아왔기도 했거니와, 신수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대충 상황을 마무리 짓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에이몬이 다시 움직였다. 별궁을 향해 느릿하게 걷는다. 그의 등에 탄 채 이동하면서, 블론디나는 그의 털을 조심스레 만져 보았다.
안도의 숨이 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공간이 익숙했다. 다알리아 화단과 푸른 잎사귀. 에이몬과 걷던 자그마한 자갈길…….
오싹한 꿈속을 유영하다가 안온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들은 곧 별궁 외곽, 루시의 숙소에 도착했다. 블론디나와 루시가 에이몬의 등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잘 자, 루시.”
블론디나의 말에 루시는 허리를 푹 숙였다.
“네, 황녀님.”
그리고 다시 허리를 펴더니 에이몬을 향해서도 허리를 꾸벅 접었다.
“오늘 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에이몬 님.”
「그래. 충분히 고마워하도록 해. 결투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달려온 거니까.」
에이몬은 심드렁히 답했다. 블론디나는 인사를 나누는 둘을 보고 괜히 땅바닥만 응시했다.
“고귀하신 신수님과 황녀님께 제국의 영광이 무한하기를.”
루시는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문 안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에이몬은 말없이 다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블론디나의 별궁 방향이었다.
블론디나 역시 말없이 그를 따라붙었다. 퍼석한 침묵이 둘 사이에 그림자처럼 깔렸다.
침묵의 무게가 오늘따라 무겁다. 에이몬에게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둠을 걷는 사이 어느새 별궁 문 앞에 도착했다.
블론디나는 문 앞에 서서 에이몬을 바라만 봤다.
이제야 낯선 짐승이 제대로 보인다. 달빛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보랏빛 눈동자를 제외하고는, 이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바래다주어 고마워. 잘 가.”
「…….」
에이몬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블론디나는 그를 향해 주춤주춤 다가섰다가 이내 다시 물러섰다.
제 앞의 짐승이 절 해치지 않으리란 걸 아는데도 숲에서 보았던 그의 눈빛이 겨울 설원처럼 냉랭해서. 그래서 행동에 머뭇거림이 담겼다.
에이몬은 절 두고 한 걸음 물러서는 블론디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내가 무서워?」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에이몬.”
블론디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무서운 게 맞기는 한데 그래도 제 눈앞의 짐승이 에이몬이라 생각하니 슬슬 적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이몬의 눈빛은 도리어 침중하게 잠겼다.
「이제 무서워해도 소용없어. 난 너와 떨어질 생각 절대 없거든.」
“…….”
「무섭다고 도망가도 다시 잡아 올 거야. 넌 내 브리디니까.」
이건 협박하는 건지, 안심시키는 건지.
아리송한 에이몬의 말에 블론디나는 그제야 환히 웃었다. 되바라진 발언을 들으니 비로소 그가 다시 친근해졌다.
그래, 저렇게 막돼먹어야 에이몬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