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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개인정보 유출사건 (3) (201/250)

201화. 개인정보 유출사건 (3)

구로디지털단지 빌딩가.

"이곳 빌딩 5층에 드림씨테크가 있습니다. 직원 수는 15명, 개발인력은 그중 8명입니다. 헤드 개발자는 서너 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그 사람들 전부 금융사 보안시스템 개발 이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준혁이 SH보험사 용역업체인 드림씨테크에 대해 조사해 온 걸 브리핑했다.

"설립 의도가 명확하네."

"그렇죠. 근데 요즘은 핀테크다 모바일이다…… 이러면서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외부에서 볼 때는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니죠."

"이상한 건 여기 대표 이사가 양량이라는 중국 국적이라는 거밖에는 없겠구나."

"네, 엄연히 따지면 외자기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강준이 드림씨테크의 개발인력 가운데 반드시 만나 봐야 할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우현 과장이 얘기했던 SH보험에서 드림씨테크로 이직한 이성환이었다.

김준혁은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를 쭉 들이켜면서 강준을 바라봤다.

"근데 정말 여기로 나온답니까?"

"만나자고 하니까 의외로 나오겠다고 하더라고. 내가 누군지를 모르는 거 아닐까?"

"소장님을 모를 리가 있나요? 명색이 보험업계에 있었다면 당연히 알겠죠."

"그렇지?"

"혹시 저 사람 아닙니까?"

안경을 낀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1층 로비에 내려와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느낌이 딱 오네."

강준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성환 씨?"

"아…… 제게 연락을 주셨던……?"

"네, 제가 보험조사관 박강준입니다. 소식은 들으셨겠죠?"

"……어제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김우현 과장의 죽음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그였다.

"근데 저도 피해자입니다. 악의적인 소문의 피해자요."

"억울한 면이 있으시다는 거 압니다. 제게 찬찬히 다 말씀해주시죠."

"차라리 우리 회사를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올라오시죠."

"괜찮으시다면야……."

5층 드림씨테크의 사무실은 여느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은 회의실과 접객실, 그리고 파티션으로 구분된 직원들의 책상. 다만 개발자들답게 모니터가 책상마다 두세 개씩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모두가 조용하지만 분주했다.

"봤죠? 평범한 회사입니다. 개인정보를 빼돌려 대부업체에 팔아먹는다니 하는 말들이 많은데 우리도 열심히 개발에만 전념하는 회사입니다."

"건실한 중소기업이라는 말씀이군요?"

"중소기업도 아닙니다. 그냥저냥 굴러가는 스타트업 회사죠."

이성환은 강준 일행을 회의실에 밀어 넣고는 커피를 직접 내왔다.

"김우현 과장님이 그렇게 되신 건 저도 충격입니다……."

"두 분이 친분이 많으셨나요?"

"딱히 친분이라기보다는…… 같은 직장이니까 서로 알고 지냈던 사이죠."

"같은 서버 관리자로 일하셨던 걸로 아는데요?"

"전 보안 담당이어서 업무가 그렇게 얽히지는 않았습니다. 이 회사도 보안 쪽 전문회사라 이직한 거였고요."

"그러셨군요……."

강준은 슬쩍 책상 위에 커피잔을 밀어 넘어뜨렸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이런! 이런!"

"괜찮습니다. 닦으면 되죠."

이성환은 재빨리 휴지를 가져왔고, 강준은 책상을 닦을 휴지를 받아들면서 그의 기억을 읽어 내기 시작했다.

[샤오빈 회장님께서 이사님께 거는 기대가 큽니다. 솔직히 양량 대표야…… 그냥 낙하산일 뿐입니다. 한국 실정을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고요.]

이성환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남자는 다산실업의 LCD 기술을 탈취하려 했던 씬왕테크의 자문위원 임정근이었다.

밍싱그룹의 한국 대리인이기도 했던 그였기에 이번 사건의 배후에 얽혀 있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김우현 과장이 빡빡하게 나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USB 하나도 못 들고 들어가게 하는데…… 저희도 별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요? 그 인간을 가만 놔둬서는 안 되겠네요.]

[일단 서버실에서 내보내든지 해야 할 겁니다. 근데 워낙 오래 근무했던 사람인지라…… 내부 반발이 있는 건 감안하셔야 할 겁니다.]

[……반발요? 이제 회사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자기네들이 뭘 어쩐다는 겁니까?]

차갑게 굳은 임정근의 표정을 보며 이성환은 당황했다. 그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유형의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사님, 드림씨테크를 한번 키워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저희는 이 이사님을 드림씨테크의 적임자로 보고 있거든요.]

임정근의 달콤한 유혹에 침을 꿀꺽 삼키는 이성환이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긴 했지만, 그에게는 오랜 직장 생활 끝에 찾아온 기회일지도 몰랐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입술을 달싹거린 이성환은 즉답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제안을 거절한 것도 아니었다.

[이번 주에 법인계좌로 5억 원 투자금이 들어갈 겁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봅시다!]

임정근은 자기 혼자 결론을 내리고는 이성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성환은 그 손을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기억에서 빠져나온 강준은 이성환을 꽤 신중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나쁜 짓을 하더라도 심사숙고해서 이리저리 재는 인물이었다.

강준은 태연히 테이블에 흘린 커피를 닦으면서 말했다.

"근데 김우현 과장이 그냥 죽은 게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순간 이성환은 멈칫했다. 이진철 경감은 유족들과 합의로 김우현의 사인을 당분간 심장마비로 해 두자고 입을 맞춘 상태였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이 이사님, 김우현 과장을 누군가 일부러 죽였습니다. 무슨 이유로 죽였을까요?"

"……그…… 글쎄요……."

얼어붙은 표정의 이성환은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가는 듯했다. 옆에 있던 김준혁이 계속 질문을 이어 갔다.

"회사와의 마찰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10년 동안 근무한 서버 관리실에서 얼마 전에 쫓겨난 걸로 알거든요."

"그건 보직 이동 차원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이성환 이사님하고도 무슨 갈등이 있었나요? 제가 전해 듣기로는 DB 보안과 관련해서 이견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네? 그걸 누구한테서 들으신 겁니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되묻는 이성환이었다. 그런 이성환에게 강준이 무를 자르듯 단호하게 답했다.

"김우현 과장님께 직접 들었습니다. 사망 전날 저와 만났었거든요."

"……네? 직접 만났다고요?"

이성환의 얼굴에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스쳤다. 그는 강준과 임정근 중에 누구 편에 서야 할지 망설여졌다.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강준에게 솔직히 털어놓아야 하지만, 마음속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우현의 죽음이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었다.

"본인이 서버 관리실에서 나간 이후에 SH보험의 DB가 유출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회원들의 카드 이용 실적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드림씨테크를 의심하고 있더군요."

"……저희를 의심했다고요?"

"네, 보안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다고 하던데요? 혹시 SH보험 서버 관리실에 들어갈 때 USB를 가지고 들어간 적이 있나요?"

"그런 적 없습니다……."

입을 굳게 다무는 이성환이었다.

슬슬 그를 흔들어놔야 할 타이밍이었다.

"여기 회사 대표는 거의 출근을 안 한다면서요?"

"전 개발에만 참여해서 경영에 관한 건 잘 모릅니다."

"드림씨테크의 대표자 명의는 양량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표실을 들락거린 비선 실세는 임정근 이사가 아니었나요?"

이성환은 놀란 눈을 떴다. 임정근은 드림씨테크에서 공식적인 직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디까지 강준이 알고 있는 것인지를 가늠하려는 듯 조심스럽게 답했다.

"저도…… 그 부분은 잘 모릅니다만, 대표 이사님을 대리해서 한국 업무를 봐주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임정근 이사가 이 회사를 키워 줄 테니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하던가요?"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더더욱 얼굴을 붉히는 이성환이었다.

"임정근 이사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마 이사님께서도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강준은 명함을 한 장 꺼내 이성환에게 내밀었다. 그는 이미 살인이라는 말에 굳게 얼어붙은 표정이었다.

"이게 뭡니까?"

"제 명함입니다. 조만간 필요하실 때가 있을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준을 바라보며 이성환은 엉거주춤 따라 일어났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SH보험하고만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다른 신용카드 회사와도 거래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더 위험하죠. 카드사에다 보험사까지…… 대한민국 경제인구의 대부분이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직면한 거 아니겠습니까?"

강준의 말을 들은 김준혁이 이제까지 듣고만 있다 대화에 끼어들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한 게 문제인 것도 있어요. 겨우 몇천만 원 벌금만 내면 그냥 넘어가곤 했으니까요."

"어쨌든 저희는 그런 문제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항상 보안 수칙을 지켜서 원청과 일을 하고 있고요."

이성환은 끝까지 자기 입으로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겠다는 듯 강경한 태도였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가 보죠. 그럼!"

강준은 조만간 분명히 다시 만날 거라는 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접객실을 빠져나오자 직원들이 모두 강준 일행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이성환이 불안한 것만큼 신규 법인인 드림씨테크의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 * *

그날 오후. 광역수사대.

이진철 경감은 김우현이 살해당했던 날 인근의 CCTV를 샅샅이 뒤졌다.

살해장소가 여의도 한복판이었기에 CCTV의 기록은 충분했다. 하지만 아무리 돌려 봐도 헬멧을 쓴 살인범과 번호판을 달지 않은 오토바이에서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김 경사님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들어온 소식은 없어요?"

"네, 아직요…… 워낙 배달용으로 쓰이는 평범한 오토바이라 특정할 수 있는 게 안 나오네요."

"자…… 잠깐! 저…… 저거!"

"네? 뭔데요? 뭐요?"

같이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려는 둘이었다.

"뒷좌석 왼쪽에 긁힘! 무슨 사고 흔적 같지 않습니까?"

"아…… 근데 이건 사고 흔적이 아니라 짐을 실으려고 개조를 한 자국 같은데요?"

"개조요?"

"네, 여기 볼트 자국도 있지 않습니까? 잠깐만! 이거 쇠 파이프를 연결한 거 같은데요?"

곰곰이 정지한 오토바이 화면을 지켜보던 김 경사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자기 무릎을 쳤다.

"어! 이거 퀵서비스 하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개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제가 예전에 날치기 수사하다가 오토바이를 그런 식으로 개조한 걸 봤었습니다!"

"그럼 그 근방 오토바이 수리점을 싹 다 조사해 봐야겠네요."

"아니요, 제가 볼 때는 중고거래 사이트부터 뒤져 봐야 합니다. 보통 이런 범죄에 사용되는 오토바이는 절대 자기 걸로 안 하거든요. 중고로 사서 범죄에 사용하고 되팔죠."

이진철은 실마리를 잡았다는 듯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마, 지금 다시 매물로 올라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사하려면 인원이 좀 필요하겠죠?"

"일일이 검색해 봐야 하니까 시간은 걸리죠."

이진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에 앉아 있는 다른 형사들을 향해 외쳤다.

"자! 여기 다 모여 봅시다! 김 경사님이 알려 주시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범인을 한번 찾아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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