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새천년교회 장막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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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새천년교회 장막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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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새천년교회 장막파 (1)
2022.05.26.
강준은 군산 시내의 입구인 금강하굿둑에 도착했다.
“배고프다. 밥 먹고 가자.”
시내에 들어가기 전 요기는 해결하고 싶었다. 차를 멈추고 강준은 며칠이 될지 모르는 군산행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소장님, 지윤재라는 학생이 그러니까 새천년교회 익산지부에 있다고…… 그 학생의 친부가 주장한다는 거죠?”
“어, 원래 교회에 잘 다니긴 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엄마와 함께 너무 심취했다나 봐. 그걸 말리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한 거고. 근데 최근에 보험사기로 조사를 받던 명단에서 발견됐어.”
“아…… 그래서 우리 쪽으로 의뢰가 들어온 거군요.”
“참, 이번 건은 활동비만 받는 선에서 의뢰받은 거다.”
강준은 김준혁이 무슨 잔소리를 할지 몰라 미리 수임 조건을 밝혔다.
“지난번 사건에서 큰 거 한 장을 받았으니 이런 자잘한 것들도 해내야죠. 박 소장님이 경찰청 공식 자문위원이기도 하고요.”
“그래, 내 입장 생각해 줘서 고맙다. 근데 말이야. 이번 사건 자잘하지 않을 거 같아. 새천년교회…… 만만치 않을 거 같거든.”
“에이! 그냥 사이비교회 이런 거 아니에요?”
“맞아. 하지만 그 사이비교회의 조직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거 이상이라는 게 문제지.”
김준혁은 무신론자라 감이 잘 오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저기서 먹자.”
운전대를 잡은 김준혁은 강준이 가리킨 횟집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오래된 건물 같았지만, 외관을 최근에 리모델링한 횟집이었다.
둘은 간단한 식사를 주문했다. 홀에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저녁 피크타임이 되면 손님들로 가득 찰 것 같은 분위기였다.
“군산교회의 비리를 폭로합니다! 목사가 신도들의 돈을 횡령하고 있습니다. 군산교회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새로 세워야 합니다! 종말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다시 올 것입니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를 뒤집듯이 한 남자가 홀의 입구에 나타나 소란을 피웠다. 그 남자의 손에는 인쇄물이 가득 들려있었다.
소란은 잠깐이었다. 이내 남자는 종업원들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쫓겨났다. 시대착오적인 종말론을 주장하는 그 남자는 그가 외치는 군산교회에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강준의 머릿속에는 윤재를 데려갔다던 새천년교회가 떠올랐다.
“김 실장, 식사 나오면 받아 놔라.”
“소장님, 어디 가시는데요?”
“난 저 남자한테서 확인해 볼 게 좀 있어서.”
강준은 밖으로 뛰쳐나가 남자를 찾았다. 다행히 남자는 아직 횟집 주변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봐요, 선생님. 혹시 새천년교회라고 압니까?”
“……휴거를 믿습니까?”
남자는 강준의 질문에 동문서답했다.
“제가 먼저 물었잖아요. 새천년교회 아시냐고요?”
“그날이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겁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고난의 시절을 통해서 그날의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겁니다.”
강준은 더 이상 그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세상 온다는 건 알겠는데, 좌우간…… 선생님 그 교회는 어디 있어요? 군산 시내에 있어요?”
“아뇨. 바로 저기요.”
남자는 하늘을 가리켰다. 남자가 손을 치켜들자 소매가 내려오며 팔뚝에 십자가 문신이 드러났다. 문신과 광신도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졌지만, 강준은 더는 남자를 붙잡고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네…… 그럼 성불하시고요.”
강준이 횟집 안으로 돌아왔을 때, 막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있었다. 김준혁이 먹음직한 회를 마주하고는 군침을 꿀꺽 삼켰다.
“소장님, 회가 엄청 싱싱합니다! 역시 바다의 도시! 군산!”
“그래, 실컷 먹어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강준은 서빙을 해 주는 종업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근데 혹시 좀 전에 소란 피우던 남자분…… 군산교회 어쩌고 하던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요?”
“어휴, 잘은 모르겠는데…… 군산교회 목사가 신도들 돈을 횡령했나 보더라고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혹시 군산교회는 어디 있는 아시나요?”
“시내 있는 건데, 아주 오래됐어요. 90년대부터 있던 교회니까. 예전에는 지금보다도 더 컸었죠? 나운동 근처에 있을 거예요.”
“이모님, 근데 저런 사람들이 여기 자주 나타나나요?”
“글쎄…… 요즘 들어서 자주 보이네요. 장막파라고 들어봤어요?”
“장막파요? 못 들어봤습니다.”
“장막절이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올 거라나 뭐라나…….”
휴거를 믿냐고 물어봤던 남자는 장막파였다. 강준은 그의 기억을 읽지 않은 게 살짝 후회됐다.
“혹시 그 장막파라는 사람들 표식 같은 게 있나요?”
“네? 표식요…?”
“그러니까 팔뚝에 문신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요.”
“어머! 그러고 보니 저번에 온 장막파라는 사람도 문신이 있었네! 아까 그 남자도 문신이 있었나요?”
새로운 걸 발견했다는 듯 놀라는 종업원이었다. 강준은 은 왠지 남자가 횟집에 나타난 게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군산경찰서.
김학필 경사는 굳은 표정으로 수첩과 볼펜을 들고 나왔다. 그러더니 마치 남들의 눈에 띄면 안 되는 것처럼 강준 일행을 경찰서 1층 구석 휴게실로 안내했다.
“내려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근데 뭔가 눈치를 봐야 하는 모양이시네요?”
“네…… 실은 지난번에 제가 종로경찰서에 올라간 게 위에다 걸려서 좀 혼났습니다.”
“아니 왜요? 저한테 사건 의뢰한 게 그렇게 안 될 일이라도 되나요?”
“아시잖습니까? 조직 사회라는 게 혼자 튀면 안 되거든요….”
김학필 경사와 함께 올라왔던 형사들이 슬쩍 휴게실로 들어와 커피를 놓고 나갔다.
“여기 윗선에서는 새천년교회에 대해 수사하는 걸 꺼리나 보군요?”
“네, 아무래도 그렇죠. 지역사회가 다 이리저리 연결되다 보니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강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생각을 정리했다.
“오면서 장막파라는 남자를 만났습니다만……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장막파요? 아뇨…… 못 들어봤습니다.”
“군산교회의 비리를 폭로한다며 소리를 치더라고요…….”
군산교회라는 말이 나오자 표정이 달라지는 김학필 경사였다.
“반장님, 제게 솔직하게 얘기해 주셔야 윤재도 찾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강준은 그의 기억을 읽기 위해 살짝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김학필 경사가 뭐라 답하려는 순간, 그의 기억이 강준에게로 전이됐다.
[……새천년교회를 수사하겠다고?]
[네, 팀장님. 아무래도 전도한다고 몰려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게 분명합니다. 지난번에 차 사고 건도 그랬고요. 보험사에서 보험사기로 고발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 반장…… 근데 보험사에서 고발 안 했잖아?]
팀장이라는 사람은 말을 빙빙 돌리며 김 경사의 말을 막았다.
[알다시피 서장님이 교인이시잖아? 솔직히 말해서 자기네들끼리 지지고 볶는 건데…… 굳이 수사까지 할 필요 있겠어?]
[……가출 신고도 종종 들어옵니다…….]
[에헤! 그런 가정 문제까지 우리 경찰이 한가하게 왜 관여를 하나? 그거야말로 경찰력 낭비지…!]
강준은 김학필 경사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기억에서 빠져나온 강준 앞에 김학필 경사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박 소장님이 여기까지 오셨는데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려야겠네요.”
“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실은 지윤재 양이 제 친구 딸입니다.”
“아…… 지인이 관여되어 있어서 반장님이 나서신 거였군요.”
“……네, 지상덕이라는 놈인데, 엄청 성실한 놈이거든요. 근데 몇 년 전부터 마누라가 교회에 빠져서 골머리를 앓는 중입니다.”
“광신도였군요.”
“그런 셈이죠. 알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새천년교회 신도가 되어 있더라고요.”
가만히 듣고 있던 김준혁이 입을 열었다.
“근데…… 제가 오면서 찾아보니까 새천년교회가 군산에도 있더라고요. 조촌동에 한 상가건물 5층이던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아주 낡은 건물이던데…… 혹시 아시나요?”
“아뇨. 그건 몰랐네요. 근데 새천년교회라는 이름이 특별히 특이한 것도 아니니까요. 무슨 무슨 복음교회다. 사랑교회다…… 다 엇비슷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러네요. 그럼, 익산에 있는 새천년교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죠?”
“그렇게 봐야죠. 제가 알기로는 새천년교회가 전국에 12개 지부가 있거든요. 익산지부는 그중 하나고요. 자기네들 딴에는 이스라엘 12지파에서 따와서 그렇게 조직 구성을 했다는데…… 어쨌든 군산에 지부가 있었다면 제가 알고 있었겠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김학필 경사는 앞으로 몸을 숙이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친구 놈이 하도 걱정을 해서 제가 집 나간 그놈 마누라가 어디서 지냈는지 알아봤습니다.”
“아? 그럼 직접 만나 보셨습니까?”
“만나봤죠. 근데 강경합니다. 자기는 신앙생활을 하는 거니 방해하지 말라더라고요.”
“그럼 지윤재 양도 거기에 있는 겁니까?”
“제가 갔을 때는 없었는데, 아마 같이 있지 않겠습니까? 모녀지간인데….”
김학필 경사는 수첩에 붙어있는 메모지를 떼어 강준에게 내밀었다.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중동 980 지층―
군산도 익산도 아닌 전주에 있는 주소지였다. 새로운 교인을 전도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건지도 몰랐다.
“전입신고까지 되어 있더라고요. 6개월 전부터 여기에 실제 거주하는 거로 나오고요.”
“저희가 그럼…… 지상덕 씨 부인을 만나보겠습니다.”
강준은 김준혁에게 남은 할 말이 더 남았냐는 듯 돌아봤다. 그때, 김학필 경사가 망설이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 들려주실 말씀이 더 남아있으신가요?”
“이런 얘기…… 새천년교회 보험사기를 조사하시는 데 별 도움이 될까 싶긴 한데…….”
“무슨 얘기인데 그러시나요?”
“예전에 종말론으로 떠들썩했던 거 기억하시죠? 왜 휴거 소동이 있었잖아요. 그때 군산에서도 제법 난리가 났었는데…….”
“네, 기억합니다. 한바탕 소동이었죠.”
“그 휴거 교회 목사가 평안교회의 박봉수 목사였어요. 제 친구 놈도 그렇고 그놈 마누라도 바로 그 교회에서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거든요.”
“아…… 그때부터…….”
“그때 박봉수 목사가 횡령인가 사기인가로 감방에 들어가서 몇 년 있었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강준은 김학필 경사의 말에 호응하며 귀를 기울였다. 어쩌면 광신도라는 지상덕의 부인이 아닌 신고 당사자부터 만나 봐야 할 거 같았다.
“지금 군산교회가 사실은 그 평안교회가 바뀐 겁니다.”
“네……?”
강준은 아까 횟집에서 만났던 장막파 남자가 떠올랐다. 군산교회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던 남자 말이었다.
“그 군산교회가 그래도 이곳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이 다니는 교회라서…… 말하기가 좀 조심스럽지만, 새천년교회 사람들이 거기에도 꽤 많이 침투해 있다고 하더라고요.”
강준은 회귀 전 타 교회에 잠입해 조직을 장악해 나가는 새천년교회의 전도 방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군산교회를 다녔던 지상덕 씨의 부인이 새천년교회의 일원이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그럼 군산교회도 조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좀 곤란한 게…… 아까 힘 좀 쓴다는 사람 중에 저희 서장님도 계십니다. 새천년교회 장로님이시거든요. 그래서 새천년교회를 조사하는 걸 껄끄러워하는 거고요.”
강준은 왜 김학필 경사가 자신을 찾아온 건지 그제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