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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무역회사 보험사기 (3) (104/250)

104. 무역회사 보험사기 (3)2022.03.14.

이두철은 곧바로 회칼을 꺼내서 이진철과 경사 두 명에게 달려들었다. “야! 다 죽여 버려! 남조선 경찰들에게 우리의 본때를 보여주라!” 순간 이진철은 당황했다. 정말 발포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좀 전에 강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경감님, 총 쏠 일이 있으면 망설이시면 안 됩니다!] 이진철은 공중을 향해 공포탄을 쐈다. 탕! 총소리에 이두철의 부하들은 움찔했다. “첫 발은 공포탄이지만, 그다음은 실탄이다! 어떻게 할래? 총 맞을래? 순순히 체포될래?” “꺼지라 간나……!” 부하 중 한 명이 허찬 경사에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허찬은 마약사범들을 상대하던 베테랑이었다. 칼날을 쥔 놈의 손목을 잡아챈 후, 업어치기로 땅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콰당! “으으……! 썅!”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두철이 당황하며 출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구멍이 어디인지를 찾았다. 그건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큰 덩치의 박 경사였다. “오지 마! 새꺄!” 탕! 박 경사의 총탄은 아슬아슬하게 이두철을 비켜나갔다. 이두철은 거리를 좁혀와 박 경사의 복부에 칼을 찔러 넣었다. 칼날이 몸에 박히자 꼼짝도 못 하는 박 경사였다. “박 경사!” 이진철은 박 경사를 돕기 위해 움직였고, 그 빈틈을 보고 이두철은 도망쳤다. “야! 저 새끼 막아!” 도망치면서도 부하에게 허찬 경사를 막으라고 명령하는 그였다. “야! 괜찮냐!” “전, 괜찮습니다…….” 그때 강준이 허찬 경사의 총을 빼앗아 도망치는 이두철의 등 뒤에다 총을 겨눴다. “박 차장님……!” 탕! 타탕! 두 발의 총성이 울렸고, 그중 한 발을 맞은 이두철이 입구에서 푹 고꾸라졌다. 민간인 신분의 강준이 경찰 총을 빼앗아 발포한 것이니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 박 차장님…… 이건…….” “대한민국 경찰을 죽이려 했던 놈입니다! 저놈이 두 발로 걸어 나가면 다른 놈들도 대한민국 공권력을 우습게 볼 겁니다!” 진짜 본때를 보여 준 건 강준이었다. 허찬 경사는 강준에게 총을 되돌려 받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대로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동료 경찰이 중상을 입었고, 현장범들을 모두 검거했기 때문이었다. 허찬 경사는 현장을 통제한 후, 지원병력을 요청했다. 강준은 접객실에 있는 김준혁에게 다가갔다. “김 대리 수고했어!” “아…… 아닙니다!” 김준혁뿐만 아니라 김기동도 총소리에 한껏 놀란 듯 움츠려 있었다. “김기동 사무관님, 국가 공무원이신 사무관님이 왜 세금계산서 장사꾼들 사이에 있었는지 분명히 해명하셔야 할 겁니다!” “…………변호사 불러주시죠. 이건 불법감금이나 다름없어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말을 흘리는 김기동이었다. “기자들을 부르는 건 어떨까요? 아마 한승일 시장님의 측근이신 김 사무관님께 무척이나 관심이 많을 거 같은데요.” 김기동을 현장에서 붙잡은 건 예상외의 수확이었다. 하지만 강준은 잠시 물러서 있기로 했다. 김기동의 행적을 밝혀 내는 건 경제수사과 이진철의 몫으로 남겨 주기로 했다. 강준은 그보다 시급한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건 컨테이너 적하보험으로 사기를 친 김용식을 먼저 응징하는 것이었다. * * * 신사동 중식당 일향. 그곳은 원래 최진태의 장인인 한승일이 주로 사람을 만나는 장소였다. 레스토랑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에는 홀 손님들이 드나들었지만, 2층에는 두 개의 긴 복도 사이사이로 밀실 같은 룸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은밀한 얘기를 나누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최진태는 그 룸 가운데 가장 구석진 곳을 예약했다. 한국보험의 백상현 지점장이 미리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최 대표님은 요즘 좀 어떠신가요?” 막 도착한 김용식이 백상현 지점장에게 물었다. 하지만 백 지점장은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김용식을 철저히 무시했다. “아니…… 사람이 말을 했는데 뭐라 대꾸를 안 하네? 어디서 개가 짖는다…… 이건가?” 백상현은 김용식에게 컨테이너의 적하보험을 가입시켰던 담당자였다. 하지만 그는 구치소에나 들락거린 김용식이라는 인간을 속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백상현은 벌레 보는 듯한 시선으로 김용식을 쏘아봤다. “당신이 그건 알아서 뭐 하게?” “하…… 짜증 나네…… 뭔가 분위기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지금 당신 보스가 날 더 필요로 할걸?” “최 대표님이 사람처럼 대접해 주니까…… 자기가 사람인 줄 아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백상현이었다. 김용식은 자기 앞에 놓인 나무젓가락을 주먹으로 꾹 쥐었다. “시발…… 참자…….” 최진태 대표와의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괜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김용식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향에 막 도착한 최진태도 짜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근본 없는 양아치 같은 새끼가…… 어디서 주인한테 기어올라……!” 최진태는 전대성에게 협박당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애초에 돈 좀 있다는 졸부를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다. 이제는 그 양아치 졸부를 완전히 떨쳐 낼 때였다. 또 다른 양아치를 끌어들여서 말이다. “아이고! 김용식 사장님 잘 지내셨죠?” 룸에 들어선 최진태는 좀 전의 불쾌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친근한 표정으로 김용식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이복형인 최진호에 비해 유일하게 잘하는 게 바로 이런 거였다. 속내를 감추고 천연덕스럽게 상대와 마주할 수 있는 뻔뻔함! 방금까지 백상현 지점장에게 무시당하고 있었던 김용식이었기에 그는 최진태의 친근한 태도에 무척 호감을 느꼈다. “이렇게 다시 불러주시니 영광입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제가 보고 싶었습니다! 하하! 백 지점장님, 식사는 시키셨습니까?” 백상현은 그런 상황이 어색한 듯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답했다. “네, 도착하시는 대로 식사 올리라고 말해 놨습니다.” “김 사장님도 잘 아시죠? 저희 강남지점을 맡고 계시는 백 지점장님요. 앞으로 한국보험에서 중책을 맡으실 분이십니다!” 은근슬쩍 자신의 측근인 백상현을 띄우는 최진태였다. 칭찬을 통해 자신을 따르게 만드는 그만의 용인술이었다. 물론 결정적일 때는 보험조사 2팀의 이정훈 팀장처럼 철저히 외면해 버리지만 말이었다. “덕분에 적하보험 건은 문제없이 진행됐는데…… 박강준이 어떻게 알았는지 달라붙었습니다.” 최진태는 차를 입에 갖다 대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누가 정보를 흘렸는지 알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 자신의 측근이었던 이정훈이 분명했다. “제가 검찰 쪽에 손을 써 보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이게 사실 현지에서 입증도 쉽지 않은 일이 아닙니까? 하하!” 김용식은 강준이 어디까지 수사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결국 자신의 혐의를 밝혀내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김용식이 의지해야 할 건 강준의 수사를 강제로 찍어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진태는 그런 구석에 몰린 김용식이 듣고자 하는 말을 해 준 것이었다. 김용식은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할 문제인데…… 실은 오늘 제가 김용식 사장님을 뵙자고 한 건 다른 문제입니다.” 젓가락을 들어 해산물을 집는 최진태는 능청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네…… 말씀하십시오. 저도 전대성 회장과는 무척 불편한 관계가 됐으니까요…….” 김용식은 최진태가 뭘 요구하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을 이용해 전대성을 견제하려는 것이었고, 그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이용당해 줄 용의가 있었다. “혹시 홍콩으로 가서 일해 보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전대성 회장이 있는 곳이 아닙니까?” “그렇죠. 어차피 여기 계셔 봐야……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별로 좋지 않고요.” “제가 직접 홍콩에 가는 걸 전대성 회장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자기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최진태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면서 김용식을 응시했다. “그걸 뛰어넘으셔야 우리가 뭔가를 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뒤에서 밀어드리겠습니다! 뭐가 겁나시는 겁니까?”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최진태였다. 전대성에게 코가 꿰인 김용식으로서도 원군이 생긴 셈이었다. “그럼…… 최 대표님께서는 무슨 구체적인 계획 같은 거라도 있으신 겁니까?” “이번에 적하보험으로 지급할 보험금을 직접 들고 홍콩으로 들어가세요. 제가 역할을 심어드리는 겁니다. 앞으로 저와 전 회장 사이의 돈거래에는 반드시 김용식 사장님을 넣겠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아시지요?” 김용식은 반주로 나온 술을 최진태에게 따랐다. 전대성 회장이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최진태가 김용식이 치고 들어오는 걸 막지 못할 거라는 계산이었다. “대표님, 그럼 제가 부족하지만 잘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근데, 전대성 회장의 뒤에 큰 자금을 움직이는 현지 조직이 있는 거로 압니다.” 조심스럽게 답하는 김용식이었다. 그도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전대성의 뒤에는 홍콩의 조직이 있었다. “나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RS투자와 손잡은 게 그런 이유였으니까요……. 근데 전 김용식 사장님도 전 회장 같은 위치에 오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척 도발적인 말이었다. 김용식은 최진태를 마냥 따랐다가는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겠다는 걸 직감했다. 또다시 잔머리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띠리리링! 띠리링! 전화벨이 울렸지만, 황급히 전화벨을 끈 최진태였다. “죄송합니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이번엔 최진태의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네, 말씀하세요…… 네?” 표정이 어두워지는 최진태였다. 전화를 끊은 최진태는 앞에 놓인 술잔이 비웠다. “백 지점장님, 지금 경찰 쪽에 가서 확인을 좀 해 주셔야 할 게 생겼네요. 김기동 사무관이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서에 가 계시다네요. 김 변호사 데리고 한번 가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백상현 지점장은 말이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자리를 빠져나갔다. 이제 룸에는 온전히 둘만 남겨진 상태였다. “김용식 사장님께서도 홍콩행을 서두르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삼양PVC가 털렸다네요…….” “네? 그 이두철이 말입니까?” “하여간…… 요즘 믿을 만한 인간들이 별로 없네요…….” 세금계산서 장사꾼 이두철은 김용식이 최진태 대표에게 소개한 사람이었다. 한창 문화복합단지 추진으로 빼먹을 게 많은 최진태에게 이두철의 존재는 꽤 이용 가치가 높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이두철이 얼마 가지 못해 문제를 일으킨 거였다. 최진태의 말에 김용식이 바짝 긴장했다. 이두철이 잘못된다면 최진태에게 원망을 듣는 걸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염려 마시죠. 그런 세금계산서 장사꾼들은 얼마든지 새로 구할 수 있습니다.” “……시청 공무원이 걸렸어요. 괜한 오해만 살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나저나…… 박강준이 매번 발목을 잡는군요.” 김용식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김용식 사장님, 박강준 그 인간! 어떻게 좀 안 될까요?” 눈을 희번덕이며 김용식에게 묻는 최진태였다. 일견 가볍게 내뱉는 말로 보였지만, 김용식은 절대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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