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26화 (126/126)
  • 제 126화

    기시감

    ‘이건 완전히… 사기잖아?’

    마법사들까지 되살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언데드로 되살아난 놈들의 마법이 단순해졌다는 것이었다.

    쐐에엑!

    콰앙! 콰앙!

    놈들은 연신 다크 스피어를 날리며 그를 공격했다.

    다행히 날아오는 궤적이 단순했다. 정면에서 쏟아지는 만큼 공격을 피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주변에 있는 거대한 덩어리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콰앙!

    거대한 주먹이 바닥에 꽂히자 지축이 흔들렸다.

    공격을 피한 이문후는 곧장 언데드의 머리에 봉을 찔러 넣었지만, 힘없이 부서진 놈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우두머리를 먼저 잡을 필요가 있었다.

    놈이 살아있는 이상, 다른 몬스터들은 계속 부활할 수밖에 없었다.

    터엉!

    그는 곧바로 바닥을 박차며 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앞에 있는 언데드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를 잡기에는 이문후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랐다.

    콰앙! 콰앙!

    그는 쏟아지는 주먹과 마법을 피해내며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거리를 좁히는 와중에도 공격을 아끼지 않았다.

    “하압!”

    내뻗은 주먹에서 황금빛 기운이 터져 나왔다.

    쏜살같은 일격이 순식간에 우두머리 마법사의 몸을 두드렸다.

    콰앙! 콰앙!

    놈은 예상한대로 실드를 펼치며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크흡!’

    이문후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충만한 내공을 쏟아내며 마법사를 공격했고, 연신 날아드는 공격에 실드가 부서지자 바로 봉을 찔러 넣었다.

    쐐에엑!

    길게 늘어난 봉이 그대로 우두머리 마법사의 가슴에 꽂혔다. 하지만 공격이 적중당하려는 순간, 놈이 흩어졌다.

    ‘걸렸다!’

    이문후는 놈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준비한 마법을 사용하면 무방비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파앗!

    그는 곧바로 순간이동을 펼쳤다. 그리고 블링크로 움직인 마법사의 옆으로 움직이기 무섭게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스킬을 펼쳤다.

    ‘극독!’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큰 피해를 남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극독을 사용한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게 뭐야?’

    마법사라고 생각했던 우두머리의 몸이 이상했다.

    “언데드?”

    가까이에서 본 놈은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다른 흑마법사들과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로브를 뒤집어쓴 상태라지만, 언데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쐐에엑!

    가까이 붙은 그를 향해 우두머리의 손이 날아들었다.

    검게 물든 손톱.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문후는 몸을 비틀면서 날아오는 손톱을 피했다.

    촤아악!

    놈의 손톱이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쳐 지나갔다.

    뛰어난 반응속도가 아니었다면 놈의 공격에 당했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다행히 공격을 피한 그는 무방비로 노출된 놈을 확인하며 그대로 팔을 붙잡았다.

    우두둑!

    지체 없이 팔을 부러뜨린 그는 주먹에 내공을 실으며 텅 빈 가슴을 두드렸다.

    콰앙! 콰앙!

    내기가 잔뜩 실린 주먹에 우두머리 마법사의 몸이 부서져 나갔다. 발경까지 섞으며 확실히 힘을 싣자, 결국 마법사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후우우.”

    이문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가장 까다로운 놈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남아있는 놈들은 여전히 움직였다.

    ‘뭐지?’

    이상함을 느낀 그는 쓰러진 우두머리 마법사를 바라봤다.

    놈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온 몸은 거의 산산조각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콰직!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를 부쉈다.

    동시에 기다리던 알림이 전해졌다.

    [리치의 분신을 쓰러뜨렸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보호의 목걸이를 획득하였습니다.]

    ‘리치의 분신?’

    상대한 놈은 흑마법사가 아니라 리치였다.

    동굴은 리치의 영역이었고, 쓰러진 놈은 리치의 분신이었다.

    ‘라이프 베슬이 따로 있다는 건가?’

    리치에 관한 것들을 떠올린 그는 쓰러진 분신이 차고 있는 목걸이를 주워들었다.

    아직 많은 내공이 남아있었지만, 여기에서 계속 마력으로 일어나는 놈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어어어!

    남아 있던 놈들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이문후는 놈들을 피해 움직이면서 봉을 휘둘렀다.

    콰앙! 콰앙!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힘을 실어서 공격을 해봤다.

    강한 충격에 가까이 붙은 언데드가 쓰러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놈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라이프 베슬을 찾아야겠는데?’

    근원적인 힘을 없애는 게 중요했다.

    그게 리치의 라이프 베슬이라는 것을 인지한 이문후는 남아 있는 놈들을 뒤로하고 광휘의 탑으로 향했다.

    ***

    “괜찮겠지?”

    “문후도 생각이 있겠죠.”

    이문후의 의견에 따라서 탑으로 들어섰지만, 박정균은 불안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들은 퇴로가 없는 곳으로 들어왔다.

    여기에서 놈들을 상대하려면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어쩌면 이걸 노리고 여기로 들어오게 한 건가?’

    여전히 알 수 없는 이문후의 생각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최대한 빨리 기운을 회복하는 게 중요했다.

    “내가 지킬 테니까, 민석이 너도 기운을 회복해.”

    “아니에요. 저는 아직 내공심법이 없어요.”

    “여기에서는 스킬 같은 게 잘 안 나오네.”

    “그러게요. 일회성 던전에서는 무조건 스킬이 나온 것 같았는데.”

    “일회성 던전을 더 찾아야 하나 봐.”

    뒤늦게 일회성 던전의 중요성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던전을 노렸기 때문에 어지간한 곳은 남아 있지 않았다.

    각성을 한 사람을 상대하면 다른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을 공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른 스킬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는 그때, 누군가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낯선 기척에 놀란 그들은 무기를 다잡으며 뒤에 있는 사람들을 일깨웠다.

    “누가 왔…”

    “너 괜찮아?”

    나타난 사람이 이문후라는 것을 깨달은 정민석은 그를 반기며 소리쳤다.

    다행히 이문후는 멀쩡한 것 같았다.

    “괜찮아.”

    “그놈들은? 설마, 혼자 다 처리한 거냐?”

    “내가 괴물이냐? 그놈들을 혼자 상대하게.”

    “… 혼자 상대한 새끼가 할 말이냐?”

    “그런데 다른 놈들은? 따돌린 거야?”

    “어느 순간 안 쫓아 오더라고요.”

    “후우. 그건 다행이네.”

    박정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시간은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문후는 곧바로 탑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뭘 하려고?”

    “다시 동굴로 가려면 준비를 해야지.”

    “또 간다고? 미친! 다시 그놈들하고 싸우라고?”

    “원흉을 찾았어. 이제 소모전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원흉이라니?”

    “그놈들을 일으키는 놈이 동굴 안에 있거든.”

    “…….”

    다시 동굴로 간다는 말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뒤늦게 기운을 수습하고 일어선 세 사람도 이문후의 말에 깜짝 놀랐다.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거야?”

    “당연하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싫다면 여기 남아 있어요.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이문후는 주저하는 그들을 뒤로하고 탑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상점 기능을 살피며 가지고 있는 것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에스크리마 스킬을 판매합니다.]

    [10개의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유운보법 스킬을 판매합니다.]

    [10개의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

    그는 사용하지 않는 스킬을 모두 팔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들어오는 경험치 구슬이 많았지만, 동굴에서 상대할 놈을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해 보였다.

    ‘그나저나 이 기능도 엄청난데?’

    손에 넣은 스킬이나 장비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경험치 구슬을 얻을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경험치 구슬이 순식간에 100개를 넘어섰다.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충분한 수였지만, 이것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따로 챙긴 장비들 있죠?”

    “네? 네.”

    “지금 제 몫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 그럼요.”

    이문후는 손에 넣은 장비를 판매했다.

    언데드들이 갖고 있던 장비들로 전리품으로 얻은 것들이었다.

    ‘이것도 쏠쏠한데?’

    적지 않은 구슬이 손에 들어왔다.

    새로운 기능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뒤에 있던 일행들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사, 사라졌어?”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에게 건넨 많은 장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 보는 상황에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이문후는 개의치 않으며 상점을 살폈다.

    ‘사고 싶은 건 많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네.’

    스킬 하나하나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게임 속에서 최상급으로 분류됐던 것들은 세 자릿수의 경험치 구슬이 필요했다.

    지금은 새로운 스킬을 사는 것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스킬의 등급을 올리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가장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선 레벨을 올리고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리는 게 가장 좋았다.

    이문후는 바로 경험치 구슬을 사용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7성 이상의 스킬 제한이 해제됩니다.]

    [장착할 수 있는 스킬의 수가 늘어납니다.]

    드디어 올라선 7레벨.

    새로운 스킬을 장착할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