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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24화 (124/126)
  • 제 124화

    기시감

    지형적인 유리함. 그리고 앞에서 버텨주는 동료들.

    온전히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이문후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콰직!

    화르르!

    그가 손을 뿌릴 때마다 언데드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화기를 머금은 찌르기는 예리한 송곳처럼 언데드들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도저히 줄어들 것 같지 않았던 언데드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든 만큼 그의 경험치도 빠르게 쌓여만 갔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움직인 팀원들도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아이스 볼트!”

    조유리의 주변에 다섯 개의 아이스 볼트가 생겨났다.

    이제는 한 번에 많은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스킬의 레벨을 올렸다. 하지만 조금 더 강한 스킬이 필요해 보였다.

    쐐에엑!

    콰과광!

    조유리가 날린 아이스 볼트가 놈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일부는 일부러 근방에서 터뜨리며 주변의 온도를 낮췄고, 느려진 언데드들의 머리로 날카로운 발톱이 꽂혔다.

    파사삭!

    야수로 변한 박정균은 놈들의 머리통을 날렸다.

    나경민은 검술을 펼치며 놈들을 가로막았고, 정민석은 방패를 휘두르며 쓰러진 놈들의 머리통을 부쉈다.

    의외로 선전을 보인 사람은 임성효였다.

    “하압!”

    그녀가 염동력을 펼칠 때마다 스켈레톤이 쓰러졌다.

    놈들이 남긴 무기들이 저절로 움직였다. 마치 이기어검술을 펼치는 것처럼 허공에 떠오른 무기가 스켈레톤의 머리를 박살했다.

    파삭! 파삭!

    강력해진 위력.

    그녀의 손에는 낯선 형태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일전에 나가 주술사를 잡고 얻은 지팡이였다.

    이들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문후는 그녀에게 나가 주술사의 지팡이를 빌려줬고, 임성효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같은 팀원들이 활약을 펼칠 때마다 이문후도 강해지고 있었다.

    여왕의 축복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호흡을 골랐고, 축복이 끝나면 교대하는 식으로 움직이자 경험치가 빠르게 쌓였다.

    “허억. 허억.”

    “도대체 얼마나 더 죽여야 하는 거야?”

    “거의 끝나가는 것 같아. 조금만 참아.”

    “후우우.”

    모두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문후 역시 많은 힘을 소진했지만,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확실히 편하긴 하네.’

    지금까지 혼자 사냥했던 만큼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나마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거나 도망가야 했지만, 지금은 팀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잠깐 뒤로 가서 호흡을 고른다든지 손에 들어온 스킬이나 아이템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상점이 있었지!’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느라 탑의 상점 기능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 얻을 전리품들을 생각해 보면 이 기회에 상점을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쓸데없는 스킬도 팔아야 하는데.’

    복잡한 스킬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괜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 역력했다. 차라리 이것들을 처분하고 특정 스킬에 집중을 하는 게 나아 보였다.

    콰직!

    마지막 남은 구울이 임성효의 손에 쓰러졌다.

    지팡이를 든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남은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하며 자리에 앉았다.

    “모두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민석이는? 다친 곳은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예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행이네.”

    박정균은 일행들을 챙겼다.

    연장자이자 팀장인 만큼 먼저 나서서 모두의 상태를 점검했다.

    “힘들더라도 장비 먼저 챙기자.”

    “그건 제가 할 게요. 모두 쉬고 있어요.”

    “괜찮겠어?”

    “네. 이게 엄청나더라고요.”

    임성효는 손에 든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만큼 이문후가 건넨 나가 주술사의 지팡이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팡이는 정신계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딱히 마법이나 정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에게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순간이동이 정신계열 능력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지팡이를 사용하더라도 그렇게 큰 효과는 보기 힘들었다.

    임성효는 다시 염동력을 펼쳤다.

    그녀의 손짓에 주변에 있던 장비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대부분 스켈레톤들이 사용하던 장비들이었다.

    그렇게 뛰어난 품질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다시 가공할 재료로 사용될 놈들이었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었다.

    “저것들은 언제 옮기냐.”

    “어차피 반도 안 되잖아. 입구도 멀지 않을 거고.”

    “그건 그렇지만. 저놈 혼자서 이걸 다 옮길 수 있을까?”

    “그 정도는 도와줘야지.”

    그들 역시 많은 언데드들을 쓰러뜨렸지만, 이문후에 비할 바는 못 됐다.

    확보한 장비의 2/3정도는 이문후의 몫이었다.

    이런 분배에 관해서는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문후는 너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언데드들을 쓰러뜨렸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움직이는 게 좋겠…”

    “뒤로 물러나세요!”

    뒤에 있던 이문후는 앞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존재감에 급하게 소리쳤다.

    그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다급한 그의 외침에 박정균은 반사적으로 동굴과 멀어졌다.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에 검은 창이 날아와 꽃혔다.

    콰앙!

    굉음을 내며 공간이 터져나갔다.

    강한 폭발에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이 공격보다 더 놀라운 것은 동굴 밖으로 나오는 놈들이었다.

    그어어어!

    “미친! 또 있어?”

    지금까지 지겹게 싸웠던 언데드들이었다.

    스켈레톤과 구울이 한데 모인채 밖으로 기어나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로브를 뒤집어 쓴 놈들이 있었다.

    “저것들은 또 뭐야?”

    “리친가?”

    “흑마법사야.”

    “흑마법사?”

    “그리고… 뒤에 엄청 강한 놈도 있는 것 같아.”

    “…….”

    이문후가 직접 언급할 정도로 상대는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조금 전까지 언데드들과 싸웠던 만큼 그들은 지쳐 있었다.

    “어떡하죠?”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대로 싸울 수는 없었다.

    언데드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뒤에 마법사가 있다면 이전과는 싸움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임성효를 비롯한 조유리가 얼마나 강한 힘을 내는지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대로 물러나는 게 최선이었다.

    “괜찮을까요?”

    “…….”

    문제는 앞에 있는 놈들을 떨쳐낼 수 있느냐였다.

    지성이 없는 놈들은 맹목적으로 달려들었다. 상처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은 놈들이라 사기에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제가 막고 있을 테니까 물러나세요.”

    “너 혼자? 괜찮겠어?”

    “괜찮아. 잠깐은 버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절벽이 있는 곳으로 가.”

    “절벽이요? 그 탑이 있는 곳을 말하는 거예요?”

    “맞아요. 거기에서 막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거기는 퇴로가 없잖아?”

    아무리 상황이 다급하다지만 굳이 사지로 걸어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아무래도 이건 이문후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거긴 위험해.”

    다른 사람들도 임성효와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애초에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거기에서 저놈들을 다 잡을 거예요.”

    “잡는다고? 그게 가능해?”

    “우선 거기로 가서 쉬고 있어. 내가 시간은 끌어볼 테니까.”

    “알았어.”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말을 할 이문후가 아니었다.

    정민석은 그의 말에 따랐고, 다른 사람들도 그가 말한 대로 움직였다.

    지금은 이곳에서 물러나는 게 먼저였다.

    어느새 동굴을 빠져나온 언데드들이 더 가까워졌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화염!’

    이문후는 일부러 강렬한 모습을 보였다.

    봉에서 치솟아 오른 불길에 떨떠름해 하던 일행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퇴로가 없는 곳으로 움직이라던 그의 말을 못미더워 하던 그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뭔가 생각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라고 했겠지?’

    ‘자신이 없었으면 그냥 게이트로 가라고 하지 않았을까?’

    강렬한 이문후의 모습에 주저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다행히 그의 의도가 먹혔다. 빠르게 움직이는 그들을 뒤로한 이문후는 앞에 있는 놈들을 향해 봉을 휘둘렀다.

    부우웅!

    화르르르!

    그는 강렬한 불길로 놈들의 움직임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언데드들의 돌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놈들은 뜨거운 불길에도 개의치 않으며 몸을 내던졌다.

    콰앙! 콰앙!

    이문후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시간을 버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그때, 검은 창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쐐에엑!

    뒤에 있던 흑마법사들이었다.

    놈들은 언데드를 가로막은 이문후를 노렸다.

    콰과광!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한 그는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 지금은 어떻게든 흑마법사들의 수를 줄이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그때, 흑마법사 뒤로 한 놈이 더 나타났다.

    강력한 마력을 가진 놈은 손을 들어올리며 주변에 기운을 뿌렸다.

    까드드득!

    거대한 마력이 주변을 휩쓸었다.

    동시에 지금까지 쓰러뜨린 해골과 구울들이 다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거 그때랑 비슷하잖아?”

    네크로맨서와 싸웠을 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문후는 일어서는 놈들을 보며 나가 수호신의 내단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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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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