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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23화 (123/126)
  • 제 123화

    기시감

    이문후는 앞장서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방패를 든 정민석이 앞장서려고 했지만, 얼마나 강한 놈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조심해!”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빠져나올 테니까.”

    “…….”

    정민석은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문후의 모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괜찮겠죠?”

    “괜찮을 거야. 우리는 입구나 지키자고.”

    그들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괜히 같이 들어가서 짐이 되느니 확실히 뒤를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일행을 남긴 이문후는 최대한 기감을 넓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어떤 놈들이 남아 있을지 몰랐다.

    흔히 말하는 던전. 마법사들이 있는 동굴은 함정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응? 뭔가 있다.’

    주의를 기울이며 움직이기 무섭게 앞에서 낯선 기척이 느껴졌다. 높아진 감각과 심안으로 숨어 있는 상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흑마법사?’

    동굴 안으로 들어간 흑마법사가 확실했다.

    놈은 마법으로 몸을 숨긴 채, 마력을 모으고 있었다.

    아주 은밀한 행동이었다.

    이미 그의 침입을 눈치채고 있었는지 준비를 갖춰나갔지만, 이문후가 먼저 놈을 발견한 것이다.

    ‘한 번에 잡아야 하는데.’

    보통 저런 마법사들은 몇 가지 마법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예전에 네크로맨서와 싸울 때도 놈은 몇 가지 수를 준비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었다.

    이문후는 일부러 모르는 체를 하며 놈이 움직일 때를 기다렸다. 상대가 가장 방심할 때를 기다리면서 한 번에 몰아붙일 생각이었다.

    파스스스!

    곧 놈이 움직였다.

    한데 모은 마력이 움직이기 무섭게 이문후의 발밑으로 검은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파앗!

    이상함을 느낀 그는 나한보를 펼치며 바닥을 박찼다.

    동시에 그림자가 솟구쳐 올랐다.

    파바밧!

    날카로운 가시로 변한 그림자가 공간을 꿰뚫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몸이 꿰뚫릴 정도로 은밀하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그는 공격을 피하자마자 봉을 찔러 넣었다.

    쐐에엑!

    내공을 잔뜩 머금은 봉이 길게 늘어났다.

    쏜살처럼 날아간 봉이 그대로 흑마법사의 가슴에 꽂혔지만, 그 순간 흐릿한 막이 날아오는 봉을 튕겨냈다.

    콰앙! 파사삭!

    강한 충격에 봉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흑마법사의 실드도 온전할 수 없었다.

    충격을 받은 실드가 부서져 나갔고, 곧바로 금빛 광채가 날아들었다.

    권기였다. 이미 공격이 막힐 걸 예상한 그는 준비했던 공격을 날렸다.

    콰앙!

    굉음과 함께 동굴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흑마법사는 멀쩡했다.

    놈은 블링크를 사용하며 공격을 피했고, 이문후가 날린 권기는 애먼 벽을 부쉈다.

    ‘확실히 까다로운 놈들이라니까.’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은 몇 수를 더 생각해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했지만, 앞에 있는 놈은 빠르게 끝낼 정도로 어수룩한 놈이 아니었다.

    파앗!

    그는 곧바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이미 블링크를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으며 흑마법사의 뒤를 노렸다.

    “크윽!”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박에 흑마법사는 신음을 흘렸다.

    이미 메모라이즈 된 마법은 전부 사용했다.

    더군다나 순식간에 많은 마력을 사용한 만큼 곧바로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그는 반격을 하기 위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준비했다.

    마력이 움직이면서 그의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마법을 발현시킬 수가 없었다.

    ‘침묵!’

    이문후는 준비한 스킬을 사용했다.

    주술사나 마법사에게는 상극인 스킬. 바로 침묵이었다.

    흑마법사는 뒤늦게 이문후의 방해를 눈치챘다. 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만큼 어쩔 수 없이 품에 있는 단검을 꺼내야만 했다.

    그 순간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끄아아아!”

    그는 목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에 비명을 토해냈다.

    이문후의 손에서부터 흘러나온 열기에 온 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화염을 사용한 그는 순식간에 흑마법사를 무력화시켰다.

    제법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한 악력으로 목을 압박하자 곧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흑마법사를 쓰러뜨렸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아쉽게 흑마법사가 사용하는 스킬을 얻지는 못 했다.

    하지만 많은 경험치와 놈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력 단검을 획득하였습니다.]

    ‘마력 단검?’

    흑마법사가 반격을 하기 위해서 꺼낸 단검이었다.

    그나마 건질만 한 건 이 단검밖에 없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마력 단검]

    마력이 차오르는 있는 단검.

    시전하는 마법에 반응하여 가진 마력의 일부를 나눠준다.

    배터리 같은 역할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력의 일부를 끌어다 쓸 수 있었다.

    손에 넣은 단검은 생각보다 품고 있는 마력의 양이 많았다.

    거기에 계속해서 마력이 차오른다면 꾸준히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이었다.

    흑마법사를 쓰러뜨린 그는 곧 몸을 일으켰다.

    멀지 않은 곳에서 놈들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나오는 건가?’

    그는 쓰러진 흑마법사를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뻗으며 놈의 몸에 있는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나 드레인으로 사용한 내공을 채울 생각이었다.

    흑마법사를 상대하면서 작지 않은 힘을 사용한 상태였다. 거기에 점점 가까워지는 몬스터들의 존재감이 낮지 않았다.

    곧 있을 싸움을 위해서라도 소진한 내공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파츠츠츠.

    흑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마력이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흘러들어온 마력이 부족한 내공을 채우자, 일련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따그락! 따그락!

    그어어어!

    스켈레톤과 구울들이었다.

    상당한 수가 동굴을 가득 채우며 다가왔다.

    ‘조금 더 강한 놈들인가?’

    가까워지는 놈들의 모습은 밖에서 봤던 놈들과 달랐다. 대부분이 투구와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거기에 제대로 된 무기까지 든 채로 움직였다.

    잘 훈련된 군대 같았다.

    무장을 갖춘 놈들의 모습에 이문후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봉을 찔러 넣었다.

    쐐에엑! 콰직!

    강한 힘을 실인 공격이 앞에 있는 스켈레톤을 때렸다.

    그대로 머리가 부서진 놈은 힘없이 쓰러졌지만, 그의 공격을 시작으로 놈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죽여라!]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놈들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동굴을 가득 채우며 달려드는 언데드의 모습에 이문후는 내공을 실은 봉을 휘두르며 놈들을 가로막았다.

    부우웅!

    콰앙! 콰앙!

    강한 힘에 스켈레톤들이 튕겨져 나갔다.

    뼈가 부러진 놈들은 그대로 무너졌지만, 곧 다시 일어나며 대열에 합류했다.

    머리를 부숴야만 했다. 하지만 하나하나 머리를 노리기에는 달려드는 놈들이 너무나 많았다.

    터엉! 터엉!

    힘을 실은 일격도 놈들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엄청난 괴력에 방패를 든 놈들이 튕겨져 나가며 쓰러졌지만, 놈들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후우.”

    이대로는 힘만 소진할 뿐이었다.

    우선 뒤에 있는 팀원들과 힘을 합칠 필요가 있었다.

    ‘잠깐 시간만 벌어준다면…’

    정확한 공격을 할 정도의 시간만 주어지면 충분했다.

    콰앙!

    이문후는 달려드는 놈을 떨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동굴 밖의 상황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조심해요!”

    “머리를 노려!”

    밖에 있던 일행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주변에 남아 있는 몬스터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뒤로 내달리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췄다.

    이대로 팀원들에게 합류를 한다면 앞뒤에서 적을 맞아야 할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나?’

    조금 편한 싸움을 원했다.

    같이 온 팀원들과 함께 힘을 합칠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저들의 성장이 필요할 것 같았다.

    “후우. 다른 스킬도 좀 키워둘 걸 그랬나.”

    아쉬움을 뒤로한 그는 봉에 힘을 실으며 허리를 젖혔다. 그리고 달려오는 언데드들이 있는 곳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부우웅!

    콰앙!

    굉음과 함께 천장이 부서져 내렸다.

    강한 충격에 동굴 위에 매달려 있던 종유석들이 부서지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구구궁!

    쏟아지는 잔해들이 언데드들을 덮쳤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돌덩이에 휩쓸린 놈들이 무너졌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괜히 힘만 뺐네!’

    아쉬움을 뒤로한 그는 봉을 회수하며 쓰러진 놈들의 머리를 노렸다.

    콰직! 콰직!

    잔해에 발이 묶인 지금이 기회였다.

    그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연신 봉을 휘두르며 놈들을 막아냈다. 그리고 밖에 있는 놈들을 처리한 다른 팀원들이 그를 돕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왔다.

    “문후야! 괜찮…”

    “저, 저놈들은 다 뭐야?”

    그들은 언데드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미친! 뭐가 저렇게 많아?”

    스켈레톤과 구울이 동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동굴 안에 저렇게 많은 놈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것보다 저런 놈들을 상대로 버티고 있는 이문후의 모습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괘, 괜찮아요?”

    “밖은?”

    “정리했어!”

    “그럼 뒤로 물러나! 입구에서 싸우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아, 알았어.”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싸우는 게 좋았다.

    이문후는 놈들을 견제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잔뜩 긴장한 조유리에게 마력 단검을 건넸다.

    “이거 받아요.”

    “예? 이건… 마력 단검?”

    “필요할 거예요.”

    마법을 사용하는 그녀에게 제격이었다.

    단검을 넘긴 그는 곧바로 여왕의 축복을 펼쳤다.

    쏴아아아.

    그를 중심으로 흩날린 빛의 가루가 일행들에게 스며들었다.

    향상된 스탯을 확인한 그들은 자신감을 얻었고, 이문후는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지금이에요!”

    “예! 아이스 볼트!”

    조유리는 준비한 마법을 날렸다.

    새하얀 얼음이 달려드는 언데드들을 가로막았다.

    콰과광!

    까드드득!

    얼어붙은 공기에 놈들의 움직임이 무뎌졌다.

    그런 그들의 머리를 향해 은빛 섬광이 꽂혔다.

    콰직! 콰직!

    뒤로 물러난 이문후는 놈들의 머리를 노리며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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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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