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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22화 (122/126)
  • 제 122화

    새로운 팀

    “뭐야? 이 경험치는? 정규 던전이라 더 많은 경험치가 들어온 건가?”

    “이놈들이 강해서 더 많이 얻은 건지도 모르지.”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은데?”

    이문후뿐만 아니라 그들도 들어오는 경험치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많은 몬스터들을 잡았지만, 이렇게 많은 경험치를 주는 놈들은 처음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던전 안으로 들어온 보람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영향을 끼치는 건가?’

    이문후는 탑의 기능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같은 종족이나 동료들이 포함되는 것 같았다.

    어찌 됐든 그에게 나쁠 건 없었다.

    이문후는 물론이고, 팀원들에게도 좋은 기회였다.

    “근처에 언데드가 자리잡은 건가?”

    “자리를 잡았다고?”

    원래 이 주변은 거대한 말벌의 영역이었다.

    얼마 전에 그가 말벌집을 통째로 태우면서 놈들을 모두 전멸시켰다.

    무주공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언데드가 나타난 걸로 봐서 놈들이 자리잡은 게 분명했다.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그들은 이문후의 말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주변을 좀 둘러보고 올게.”

    “혼자 움직이겠다는 거야?”

    “우선 쉬고 있어. 사용한 기운도 채우고,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조심하세요.”

    그의 말대로 체력과 기운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언데드의 약점을 찾아내면서 생각보다 놈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긴장한 나머지 너무 과한 힘을 쏟아냈다.

    “대단하긴 대단하네.”

    “괴물이네요. 괴물. 어떻게 이런 곳에서 혼자 움직일 수 있지?”

    낯선 세상이었다.

    그것도 몬스터들이 득실대는 곳에서 혼자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이문후를 부러워하던 나경민도 이것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여러 사람들과 함께 들어왔지만, 불안한 마음을 쉽게 떨쳐낼 수가 없었다.

    ‘강함에는 이유가 있는 건가.’

    일행들을 뒤로한 이문후는 주변을 살폈다.

    언데드들이 걸어왔던 쪽으로 움직이면서 놈들의 본거지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한신공을 이용해서 주변으로 기감을 퍼뜨린 그는 몇몇 언데드를 찾아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냥 흘러들어온 놈들인가?’

    놈들을 확인한 이문후는 여의봉을 꺼냈다. 그리고 봉을 길게 늘어뜨리며 멀리 떨어져 있는 스켈레톤의 머리를 부쉈다.

    빠각!

    내공이 담긴 봉은 너무나 쉽게 스켈레톤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어어어!

    귀광을 흘리던 놈이 힘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쓰러진 동료의 모습에 옆에 있던 구울이 괴성을 흘리며 봉이 날아든 곳을 바라봤다.

    퍼석!

    그런 구울의 머리에 다시 봉이 꽂혔다.

    이문후는 봉을 회수하기 무섭게 다시 길이를 조절했고, 다시 한놈을 쓰러뜨렸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상당한 경험치가 손에 들어왔다.

    같이 움직인 팀원에게서 얻는 경험치도 쏠쏠했지만, 이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확실히 직접 움직여야 하나?’

    탑의 기능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손에 넣은 경험치를 확인한 그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마음을 정했다.

    우선 언데드들의 본거지를 찾을 생각이었다.

    거기에서 힘을 소진할 때까지 싸우다가 체력을 회복할 때는 팀원들의 도움을 받는 게 최선이었다.

    사실, 팀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광휘의 탑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경험치 구슬이라는 제약이 뒤따랐다.

    상태를 회복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후에 다시 버프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험치 구슬을 사용해야만 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사용해야만 하는 경험치 구슬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어어어!

    그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주변에 있던 놈들이 다가왔다.

    죽은 자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봉을 찔러 넣으며 놈들을 쓰러뜨렸다.

    퍼석! 퍼석!

    손을 뻗을 때마다 구울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강한 악력을 가진 놈이었다. 스켈레톤보다 상대하는 게 더 까다로웠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서라도 구울을 먼저 쓰러뜨리는 게 좋았다.

    그렇다고 크게 위협이 되는 놈들은 아니었다.

    그 역시도 엄청나게 성장을 한 만큼 이제는 이런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후우.”

    순식간에 열 마리에 가까운 놈들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죽은 놈들은 이렇다 할 장비나 물품을 남기지 않았다.

    남은 건 고작 뼈와 썩어들어가는 몸뿐이었다.

    혹시나 하고 주변을 살폈지만, 역시나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개털이네.”

    아쉬움을 뒤로한 이문후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된 거 탑의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소진한 경험치 구슬이라도 다시 채울 생각이었다.

    “지금쯤이면 본거지가 나와야 하는데.”

    문제는 본거지뿐만 아니라 다른 언데드들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나무 위로 올라가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까맣게 탄 숲뿐이었다.

    “그냥 돌아다니던 놈들과 만난 건가?”

    마음먹고 기능을 활성화 시켰지만, 얻은 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그의 눈에 낯선 움직임이 들어왔다.

    ‘저게 뭐야?’

    까만 형체의 무언가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재만 남은 숲을 움직이며 주변을 살피는 놈의 모습에 이문후는 급하게 몸을 숨겼다.

    이미 잠행이 유지되고 있었다.

    거기에 나한신공의 기운을 갈무리하자, 떠다니는 놈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허공을 날고 있는 검은 형체.

    그건 예전에 일회성 던전에서 봤던 마법사였다.

    ‘흑마법사? 저놈이 언데드를 부린 건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죽은 놈을 되살리면서 뒤에서 마법을 날리면 상대하는 게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어차피 그에게 버거운 놈은 아니었다. 리치라면 모르겠지만, 흑마법사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잠깐! 흑마법사만으로 언데드를 부릴 수 있나?’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흑마법사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조금 전에 상대했던 언데드를 부린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소수라면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몇몇 언데드를 가지고 살아남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몬스터라고 모두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놈들에게는 확실한 응징을 가했다. 하얀 털 원숭이와 웨어 울프 사이의 전쟁을 직접 목격한 만큼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리치가 있는 건가?’

    이문후는 흑마법사를 주시했다.

    만약 리치가 있다면 흑마법사는 놈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강한 놈이네.’

    흑마법사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비행을 했다.

    뭔가를 찾는 것 같은 눈치였지만, 인내를 가지고 자리를 지키자, 놈은 결국 바닥으로 내려왔다.

    마력이 무한할 수는 없었다.

    허공을 날아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많은 마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저 근처에 본거지가 있다는 건데.’

    이문후는 흑마법사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한보를 펼치며 빠르게 놈이 내려선 곳으로 뛰어갔다.

    잠깐 모습을 감춘 것인지도 몰랐다.

    본거지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지만, 지금 움직이는 게 맞았다.

    최소한 마력을 소진한 놈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사삭!

    빠르게 숲을 내달린 그는 흑마법사가 내려선 장소로 도착했다. 그리고 교묘하게 가려진 동굴을 발견했다.

    ‘여기에 동굴이 있었네.’

    입구를 가리던 덩굴이 불로 모두 타면서 입구가 드러났다.

    말벌과 싸우면서 냈던 산불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문후는 입구를 확인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뛰어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언데드 정도는 막아줄 수 있겠지?’

    기다리고 있을 팀원들과 함께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가 흑마법사를 잡는 동안, 다른 팀원들이 잡스러운 놈들을 막아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잠깐 시간은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에 하나라도 리치가 있을 경우를 생각하면 기운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 쓰지 않은 내단이 있으니까.’

    든든한 보험이 남아 있었다.

    나가 수호신의 내단.

    거대한 뱀을 잡고 얻은 내단을 흡수하지 않은 이유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내공을 모두 소진했을 때, 내단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걱정했잖아!”

    “곧바로 움직이죠.”

    “바로요?”

    “예. 몬스터들이 있을만한 곳을 찾았거든요.”

    “몬스터들이 있을만한 곳? 그게 무슨…”

    “직접 가보면 알 거예요. 가시죠.”

    “그, 그래. 우선 가보자.”

    이문후는 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흑마법사가 들어간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동굴을 발견한 사람들은 그제야 이문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야? 몬스터들이 있을만한 곳이?”

    “흑마법사가 여기로 들어갔어. 그놈이 언데드를 부릴 것 같아.”

    “흑마법사?”

    “그놈도 수하일 가능성이 커.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은 걸 보면 더 대단한 놈이 있을 것 같아.”

    “대단한 놈이라니? 어떤 놈인데?”

    “리치 정도 되는 놈이라면 흑마법사를 부릴 수 있겠지.”

    “리, 리치?”

    나경민은 이문후의 설명에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놈이 안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문후의 반응이었다.

    ‘뭐가 이렇게 차분해?’

    이문후는 담담했다.

    오히려 리치라는 놈을 상대하는 걸 반기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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