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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21화 (121/126)
  • 제 121화

    새로운 팀

    “어디까지 가는 거야?”

    “조금만 더 가면 돼.”

    “이렇게 깊숙하게 들어와도 되는 거예요?”

    조유리는 불안한 듯 주변을 둘러봤다.

    이제 게이트는 보이지 않았다. 입구와 멀리 떨어진 그들은 까맣게 불탄 숲으로 들어왔다.

    이문후가 태운 숲이었다.

    말벌을 잡으면서 불태운 숲이 게이트 근처까지 번진 것이다.

    ‘그래도 복구가 빠른 것 같은데.’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이곳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그 역시도 오랜만에 왔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지만은 않았다.

    불에 탄 흔적은 남아 있었다.

    그래도 새로 돋아난 싹과 나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네. 왜 이렇게 을씨년스럽지?”

    “그런 소리 하지 마!”

    “나무가 타서 그런 것 같아. 그나저나 불이 엄청 크게 난 것 같은데?”

    이문후는 박정균의 말을 뒤로하고 방향을 잡았다.

    산불로 길을 찾는 게 쉽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탑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몬스터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몬스터가 없네?”

    “밖으로 나온 놈들 수가 많았잖아. 거기에서 죽은 놈들을 생각하면 없는 게 당연하지.”

    “그럼 이쪽에는 몬스터가 없다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 다른 놈들로 채워지겠지.”

    그들은 이문후의 말에 집중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목표도 없이 마냥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딜 알고 가는 거지?”

    “따라오면 알아.”

    “…….”

    한참을 움직인 그들은 곧 높게 솟은 벽을 발견했다.

    갑자기 절벽 아래로 온 이문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문후가 절벽에 손을 대기 무섭게 단단한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한 그들이 뒤로 물러났다.

    절벽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갈라진 절벽 뒤로 높다란 탑이 등장하자 모두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 이게 뭐야?”

    “탑? 아니, 오벨리스크 같은 건가?”

    “이게 뭐죠?”

    “그냥 랜드마크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편할 겁니다.”

    “이걸 어떻게 찾은 거야?”

    절벽 뒤에 이런 게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예상을 벗어난 탑이 나타난 것도 놀라웠지만, 이런 구조물을 찾은 이문후도 대단했다.

    “이걸 보고 온 거구나?”

    그들은 탑에 손을 대고 있는 이문후를 따라서 탑을 만졌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탑에 꿀 발라 놨냐?”

    “…….”

    이문후는 정민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이들 중에 몇 명은 탑의 기능에 놀라워할 줄 알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거냐?”

    “느끼긴 뭘 느껴? 그냥 매끈한 돌로 만든 탑인데.”

    “뭘 느껴야 하는 거예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눈앞에 떠오른 탑의 기능을 살피던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

    탑의 사용자로 등록이 된 사람만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탑에 등록된 사용자입니다.]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적용된 기능 : 없음.]

    지역을 이동하는 기능을 사용했기 때문에 적용되는 기능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그는 오크 주술사가 사용했던 기능을 찾았다.

    ‘경험치 획득량 2배라.’

    당분간 여기에서 움직일 것 같았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온 만큼 가장 효과적인 기능을 적용시키는 게 좋았다.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2배로 늘어납니다.]

    [기능을 적용시키겠습니까?]

    이문후는 과감하게 경험치 상승을 적용시켰다.

    소모되는 경험치 구슬은 아까웠지만, 나중을 위한 투자였다.

    흐릿한 파장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이질감을 느낀 사람들이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게 뭐야?”

    “버프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버프요?”

    “예. 이제 그만 싸우러 가죠.”

    “…….”

    딱히 달라진 건 없었지만, 이문후가 허튼 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문후를 따라 움직였다.

    그 와중에 주변을 살피며 길을 익히려고 노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원하는 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따그락! 따그락!

    그어어어!

    “저것들은 뭐야?”

    “언데드잖아?”

    “이제 저런 것들도 나와?”

    그들이 발견한 것은 움직이는 해골과 시체였다.

    뼈만 남은 몸과 흘러내릴 것 같은 피부를 가진 놈들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타버린 숲을 배회하는 시체들.

    붉은 귀광을 흘리며 움직이는 놈들의 모습은 죽어버린 숲과 너무 잘 어울렸다. 하지만 상대하기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저런 놈들하고 싸워야 되는 거죠?”

    “그게 싫으면… 여기에서 나가야겠지.”

    “…….”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밖으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부딪칠 놈들이었다.

    조유리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천천히 마법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박정균은 남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준비하자!”

    “예.”

    정민석이 방패를 쥐며 앞으로 나섰다.

    이문후의 조언대로 그가 놈들을 막고, 다른 사람들이 돕는 식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여왕의 축복!’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문후는 능력을 사용했다.

    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빛의 가루가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버프다!”

    “시간이 길지는 않을 거야. 유지되는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쓰러뜨려.”

    “오케이! 땡큐!”

    향상된 스탯에 그들은 자신감을 가졌다.

    이 버프가 아니더라도 그들 옆에는 이문후가 함께 하고 있었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그가 도와줄 거라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했다.

    그어어어!

    언데드와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놈들이 반응을 보였다.

    살아있는 것들을 증오하는 놈들이었다.

    일행의 존재를 확인한 언데드들이 흉측한 몸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따그락. 따그락!

    놈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달려들자, 조유리는 곧바로 준비했던 마법을 날렸다.

    쐐에엑! 콰앙!

    새하얀 얼음이 굉음을 내며 한 놈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박정균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놈들이 모여 있는 곳에 날려야지!”

    “죄송해요. 너무 징그러워서.”

    “집중해!”

    실수를 뒤로한 그들은 다가오는 놈들을 맞았다.

    하지만 놈들의 속도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뭐가 이렇게 빨라?”

    “조심해! 온다!”

    정민석은 앞장서서 달려오는 스켈레톤을 밀어냈다.

    방패를 앞세우며 놈을 튕겨내자 굉음이 터져나왔다.

    콰앙!

    향상된 스탯에 스켈레톤이 힘없이 밀려났다.

    뼈만 있어서 그런지 힘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었다.

    큰 충격을 받은 놈은 그대로 무너졌다. 하지만 부러진 뼈들이 다시 맞춰지면서 몸을 일으켰다.

    “씨발! 다시 살아나잖아?”

    제대로 된 피해를 남길 수가 없었다.

    스켈레톤뿐만 아니라 뒤따라오던 구울도 엄청난 맷집을 자랑했다.

    푸욱! 푸욱!

    곧바로 휘두른 나경민의 검이 수많은 잔영을 만들어냈다.

    놈들 사이로 파고든 그는 연신 검을 뿌리며 놈들의 요혈을 찔렀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이건 죽지를 않잖아?”

    “이미 죽은 놈들이야. 안 죽는 게 당연하잖아.”

    “그럼 어떡해?”

    “약점 같은 게 있을 거예요. 그걸 찾아야죠!”

    “뭐가 이렇게 어려워?”

    던전에서 제대로 상대하게 된 몬스터가 하필 언데드였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고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노려. 대개 이런 놈들은 머리가 부서지면 못 일어나니까.”

    “마, 맞아! 머리가 약점일 거야!”

    이문후의 지적에 체더월의 경험을 떠올린 나경민은 크게 소리치며 다시 검을 뿌렸다.

    이번에는 구울의 머리를 노렸다.

    그어어어!

    날아드는 검에 구울은 팔을 들어 올리며 머리를 보호했다.

    지금까지는 그냥 맞아줬던 놈이 처음으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 사실에 힘을 얻은 그들은 놈들의 머리를 공략해 나갔다.

    “뚝배기!”

    콰직!

    정민석의 이상한 외침과 함께 스켈레톤이 힘없이 쓰러졌다.

    머리가 부서진 놈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머리야! 머리를 부수니까 못 일어나!”

    “알았어요!”

    이문후의 말처럼 놈들의 약점은 머리였다.

    쓰러진 놈을 확인한 그들은 중점적으로 머리만 놀렸다.

    “붙잡았어요! 처리하세요!”

    “크아아!”

    염동력을 사용한 임성효의 외침에 박정균이 구울의 머리를 터뜨렸다.

    야수화로 변한 그는 괴력을 내보이며 놈들을 처리해 나갔다.

    조유리도 적절하게 마법을 사용했다.

    박정균이 한 말을 잊지 않고, 한데 모인 놈들을 향해 아이스 볼트를 날렸다.

    까드드득!

    순식간에 얼어붙은 놈들의 움직임이 무뎌졌다.

    나경민은 그 틈을 파고들며 빠르게 검격을 뿌렸고, 놈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합이 잘 맞았다.

    이들은 언데드들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이문후도 이들의 모습에 만족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했습니다.]

    무엇보다 빠르게 쌓이고 있는 경험치가 그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유지되는 여왕의 축복으로 경험치의 일부가 그에게 돌아왔다.

    ‘경험치 2배 상태도 같이 적용되고 있는 건가?’

    탑의 버프가 유지되고 있었다.

    팀원들이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는 만큼 그는 강해지고 있었다.

    ‘다단계가 이런 느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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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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