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20화 (120/126)

제 120화

새로운 팀

“정말로 이걸 그냥 주는 거라고?”

“그냥 주는 게 아니라, 협찬이라잖아.”

“아니. 아무리 협찬이라도… 대박이잖아?”

나경민은 건네받은 장비들을 확인하며 놀라워했다.

정부에서 보급품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주어진 장비는 차원이 달랐다.

‘질이 너무 좋잖아?’

무기는 물론이고, 입을 수 있는 슈트와 착용하는 장신구들 모두가 최상품이었다.

거기에 던전에서도 섭취할 수 있는 물과 식량까지 구비돼 있었다.

직접 이런 장비들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DS그룹이었기 때문에 질이 좋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문후와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것을 공짜로 줄 줄은 몰랐다.

‘정말로 DS그룹 사위가 된 건가?’

소문으로만 들었던 이문후의 실체를 확인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부러운 놈이었다.

엄청난 힘을 가진 놈이 재벌가의 사위로 들어간 것이다. 거기에 와이프가 될 사람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근데, 저희랑 같이 움직이는 건가요?”

“아니요. 저도 같은 팀이지만, 밖에서 편의만 봐줄 거예요.”

김연희는 임성효의 질문에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인사가 늦었죠? 김연희라고 해요.”

“아, 네.”

“잘 부탁드려요.”

“저는 나경민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뒤늦게 인사를 나눴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민석은 이문후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같은 팀이었어?”

“그래야 일하기 편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정말 사귀는 거냐?”

“그렇게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봐.”

“이해가 안 가네. 저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

김연희를 직접 본 정민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돈 많고, 외모도 빼어난 그녀가 친구와 사귄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이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어때요? 이제 움직이는 건 가요?”

김연희는 모두를 일깨웠다.

장비를 살펴보던 그들은 모두 이문후를 바라봤다.

“바로 던전으로 가는 거예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그야…”

“팀장님은 제가 아니라 정균 형님인데.”

“…….”

이문후는 박정균을 바라봤다.

그 역시 오랜 공무원 생활을 끝내고 그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가장 연장자인 그가 팀장을 맡았다.

당연히 그의 결정을 들을 생각이었지만, 박정균은 민망해하며 이문후를 향해 물었다.

“바로 출발하는 거지?”

“그건 팀장님이 정하셔야죠.”

“아니. 그래도…”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요. 이놈은 신경 쓰지 마요! 어차피 그냥 이름만 올려놓은 거라니까요.”

정민석은 부담스러워하는 이문후를 대신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비록, 이문후의 요청으로 함께 하고 있었지만, 이문후는 따로 움직인다고 봐야 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팀이 되기 전에 그 사실을 확실히 했다. 물론, 당분간은 같이 움직이겠지만, 그 시간이 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바로 가자고. 우선 합을 맞춰보는 게 중요할 테니까.”

“드디어 진짜 던전에 들어가는 건가?”

나경민은 이 사실을 반겼다.

사실, 제대로 던전에 들어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전에 이문후를 돕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은 있었지만, 입구 근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던전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묘한 기대와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더 컸지만, 옆에는 든든한 사람이 같이 하고 있었다.

***

일곱 명은 가까이에 있는 게이트로 향했다.

이미 협회의 허락이 떨어진 상태였다. 김정우가 협회장이 된 만큼 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별다른 제제 없이 게이트로 들어선 그들은 주변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뒤로하고 게이트 앞에 섰다.

“제가 먼저 들어가 보죠. 5분 뒤에 들어오세요.”

“조심해요.”

김연희의 걱정을 뒤로한 이문후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스으윽.

몸을 빨아들이는 이질적인 느낌.

이제는 익숙해진 느낌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광경이 그를 맞았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주변을 살폈다.

입구 근처에 몬스터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주변에 몬스터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위험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키아아!”

멀지 않은 곳에서 위협적인 소리가 들렸다.

그의 예상대로 주변에는 몬스터가 남아 있었다.

웨이브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입구 근처에는 나가 족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웨이브 때,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한 놈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싸우다가 게이트로 도망친 놈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쉬이익!

나가는 곧바로 달려들며 창을 찔러 넣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놈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놈의 공격을 쳐냈다.

터엉!

창을 피하기 무섭게 손으로 밀어내자, 나가 전사의 몸이 휘청거렸다.

거력이 담긴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문후에게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합을 맞춰보는 게 좋으려나?”

나가 전사 정도는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건 정민석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 몫으로 남겨두는 게 나아 보였다.

이문후는 별다른 반격을 가하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막힌 공격에 나가 전사는 그를 경계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조금만 도망가려고 하면, 이문후가 그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키아아아!”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한 이문후의 행동에 나가 전사는 흥분하며 소리쳤다.

그때, 게이트에서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나가 전사다!”

“들어오자마자 저런 놈이…”

만만치 않은 놈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문후와 대치하고 있는 놈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

“뭐해?”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려? 누구? 우리를?”

“그래.”

“… 왜? 설마, 저놈을 넘기려고?”

“던전 안에서 싸운 적은 별로 없잖아? 대충 어느 정도인지 느껴보라고.”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던전 밖에서 싸우는 것과 안에서 싸우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이문후는 다섯 사람에게 이 사실을 확인시켜 줄 생각이었다.

“키아아!”

뒤이어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 지켜보던 나가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성효가 놈을 가로막았다.

“뭐해요? 빨리 공격해요!”

“그, 그래. 우선 저놈 먼저 잡자!”

염동력으로 놈을 묶자, 박정균이 나가를 향해 달려들었다.

터엉!

방패를 든 그는 놈의 창을 가로막았다.

그 사이, 나정균과 정민석이 옆으로 뛰어들었고, 조유리는 마법을 준비했다.

그들은 별다른 말 없이도 금세 진영을 갖춰나갔다.

그래도 그동안 손발을 맞췄던 만큼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이문후는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박정균이 어그로를 끌고, 나머지는 피해를 입히는 식이었다. 그나마 임성효가 염동력을 사용하면서 박정균을 도왔지만, 생각보다 박정균의 방어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

야수화라는 스킬이 아니라면 평범한 각성자일 뿐이었다.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만큼 밀릴 수밖에 없었다.

터엉! 터엉!

콰과광!

결국, 그들은 나가 전사를 쓰러뜨렸다.

별다른 피해 없이 놈을 처리했지만, 이문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 이들의 모습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한 마리를 상대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힘을 쏟아낸 것 같았다.

“왜? 뭐 잘못됐냐?”

정민석은 굳은 이문후의 표정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역할을 바꾸는 건 어때?”

“역할을? 어떻게?”

그의 지적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시선이 부담이었지만, 지금 이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조금 더 역할을 분명히 하고 움직이는 게 나아 보였다.

“네가 방패를 드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그래. 가지고 있는 스킬이 철비공하고 재생이니까 네가 어그로를 끄는 게 좋을 것 같거든.”

정민석은 어지간한 상처 정도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정민석보다 튼튼한 방패가 될 수 있었다.

“알았어. 그럼 이제부터 제가 몸빵을 할게요.”

“그럼 나는…”

“상황을 봐서 민석이를 돕는 걸로 하시죠. 어차피 공격력은 충분한 것 같으니까요.”

“그래. 그게 좋겠네.”

조금 심각할 수 있는 지적이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이문후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말을 해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바로 움직이시죠.”

“바로?”

“주변에 나가 족이 남아 있는 것 같으니까. 조금씩 정리하면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 그래.”

굳이 시간을 버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이문후의 말에 채비를 갖췄다. 그리고 이문후는 여왕의 축복을 준비하면서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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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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