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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19화 (119/126)
  • 제 119화

    협회 창설

    결국, 협회는 만들어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이미 모두가 협회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2차 웨이브가 생기면서 많은 피해를 입은 만큼 제대로 된 대처가 필요했다.

    정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협회의 등장을 반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정계와 재계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참석한 만큼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창설된 협회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쪽은 DS그룹이었다. 협회의 초대 회장직을 김정우가 차지했기 때문에 DS그룹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김정우가 회장이 된 이면에는 이문후의 힘이 컸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신전 그룹의 조규종을 그가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조규종뿐만 아니라 신전의 각성자들 모두가 그에게 압도당한 만큼 상대적으로 신전 그룹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DS그룹의 사위.

    사실과는 달랐지만, 김정우가 직접 그 말을 언급한 만큼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가족으로 엮이게 되면서 DS그룹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하하. 고맙습니다.”

    김정우는 사람들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협회의 회장이 된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고생했어요.”

    “예.”

    “기분 상하신 건 아니죠?”

    “딱히. 저보다는 그쪽이 더 불편할 것 같은데요?”

    이문후는 담담한 김연희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사실, 남자보다는 여자 쪽에 더 큰 타격이 가기 마련이었다. 그에게도 영향을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김연희보다는 덜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담담했다.

    “이제 어쩔 수 없잖아요.”

    “어쩔 수 없다니요?”

    “잘해봐요. 우리.”

    “… 예?”

    “저랑 정식으로 사귀는 게 어때요? 결혼을 전제로.”

    “…….”

    이문후는 예상하지 못한 말에 김연희를 바라봤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협회 회장이 되는데 도움이 됐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아쉬울 게 없었다.

    전체적인 배경만 놓고 봐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외모는 물론이고, 집안도 부족할 게 없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직접 사귀자는 말을 건넨 것이다.

    “진심이에요?”

    “저는 진지해요. 사실, 예전부터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요.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지만.”

    “…….”

    은연중에 느꼈던 그 감정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 그녀는 DS그룹의 직계였다. 아무리 김정우가 장난식으로 사위라고 말했지만, 그는 물론이고, 집안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았다.

    “왜 아무 말도 없어요? 제가 싫은 건 가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그럼요?”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연희는 이문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우리 쪽이 문후 씨를 더 바라고 있을 테니까요.”

    “…….”

    “생각보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네요?”

    조금 전에 신전 그룹 사람들을 대하는 것과는 너무 달랐다. 이런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지만, 이문후는 여전히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김정우가 다가왔다.

    상당히나 지친 듯한 얼굴을 한 그는 어색한 분위기를 읽으며 물었다.

    “무슨 얘기를 하는데 이렇게 심각해?”

    “사귀자고 했어요.”

    “뭐? 진짜? 하하하. 잘 생각했네. 나는 찬성이야.”

    “근데, 대답이 없어요.”

    “무슨 소리야? 대답이 없다니?”

    “내가 사귀자고 했거든.”

    “뭐? 네가?”

    김정우는 놀란 눈으로 김연희를 바라봤다.

    그가 알고 있는 딸아이는 직접 사귀자는 말을 꺼낼 정도로 적극적인 아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말을 한 것을 보면 이문후를 좋게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근데? 왜 대답이 없어?”

    “몰라. 내가 부족한가 봐.”

    “우리 딸내미가 엄마를 닮아서 성격이 좀 까칠한 것 빼고는 그래도 빠질만한 것은 없는데?”

    김정우는 이문후를 바라봤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었다. 무엇보다 이문후의 의사가 중요했다.

    “제가 부족한 것 같아서요.”

    “부족하기는! 넘치고도 남지!”

    “…….”

    “나는 무조건 찬성이야. 암! 무조건 찬성이지. 어떤가? 정식으로 교제를 해보는 건?”

    “알겠습니다.”

    “엎드려 절받기 같은데.”

    “그럴 리가요.”

    김연희는 마지못해 대답하는 듯한 이문후의 반응을 못마땅해했다. 그렇다고 그의 대답이 싫은 건 아니었다.

    그동안 지켜봤던 이문후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식사나 하러 가지? 사위?”

    “아직 사위는 아니거든!”

    “곧 사위가 될 텐데. 뭘.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축하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하하하.”

    ***

    “아니라며!”

    “그렇게 됐어.”

    “이런 의리 없는 새끼!”

    뒤늦게 소식을 듣게 된 정민석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집을 나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문후는 김연희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하지만 돌아오고 나서 그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언론에 노출된 DS그룹과 이문후와의 관계.

    황당한 내용이었지만, 뒤늦게 당사자에게 사실을 확인한 정민석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네가 물어볼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니었다니까.”

    “그럼? 만나서 네가 고백이라도 했다는 거냐?”

    “고백은 안 했고…”

    “말이 안 맞잖아! 고백도 안 하고 어떻게 사귀냐고!”

    “고백받았어.”

    “… 뭐, 뭐?”

    정민석은 이문후의 대답에 황당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가 알고 있는 김연희는 엄청난 미인이었다. 언론에 노출을 꺼리고 있었지만, 이번 일로 드러난 그녀의 미모는 어지간한 연예인도 한 수 접어줄 정도로 빼어났다.

    “미친! 그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나야 모르지.”

    “…….”

    담담하게 말하는 이문후의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그가 알고 있던 친구가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자식. 달라졌잖아?’

    방구석에 처박혀서 게임만 하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붙어 있던 지방이 사라지고, 턱선이 드러났다. 원래 본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보니 미남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잘생긴 외모와 출중한 실력.

    가까이 있었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김연희가 고백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징그럽게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이런 새끼가 뭐가 좋다고.”

    이문후는 투덜대는 정민석의 모습에 웃음을 보였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만큼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근데, 너는 계속 거기에 있을 거야?”

    “모르겠어. 그냥 의리를 지키는 게…”

    “거기 나오는 건 어때?”

    “나오라고? 나 혼자?”

    “그래. 나랑 같이 움직이자.”

    정민석은 이문후의 제안에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잘 알았다.

    이제 던전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만큼 더 위험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문후의 옆이 더 안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같이 움직인 사람들을 져버릴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문후와 같이 움직여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았다.

    “아니야. 괜히 짐만 돼. 거기에 나 혼자 나올 수는 없…”

    “그 사람들도 같이 나오는 건 어때?”

    “우리 팀도?”

    “어차피 정부에 속해서 움직이는 것도 이제 큰 의미가 없어졌잖아?”

    “그럼?”

    “DS그룹한테서 스폰을 받자.”

    “스폰을? 이제 DS 사람이 됐다는 거냐?”

    “그런 거 아니야.”

    김연희와의 사이가 돈독해진 만큼 그들 쪽에 서서 일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이문후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조규종과 상대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뒤를 맡길 수 있는 동료를 만드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정민석은 믿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힘을 키워줄 생각이었다.

    “그럼?”

    “내 스킬. 그걸 활용해 보려고.”

    “네 스킬? 아, 그 스탯을 올려주던 스킬?”

    “그래. 그걸로 같이 움직이면 서로한테 좋을 것 같아서.”

    “서로한테? 우리야 좋지만 너는 그냥 기운만 쓰는 거 아니야?”

    정민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에게 나쁠 건 없었다. 하지만 이문후야 힘만 사용하는 꼴이었다.

    아직 여왕의 축복에 관해서 모르는 만큼 그런 생각이 당연했지만, 이문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거 아니야. 나한테도 좋아.”

    “괜히 나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그런 거 아니라고. 이번에 싸우는 거 보니까 같이 움직여도 좋을 것 같더라고.”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경험치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혼자보다는 여럿이 나았다.

    거기에 다음 웨이브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점점 더 강한 놈들이 뛰쳐나오고 있는 만큼 각성자들의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했다.

    ‘어쨌든 나 혼자 싸울 수는 없는 거니까.’

    김정우가 협회장이 된 만큼 협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DS그룹이 뒤를 받쳐준다면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아직도 적이 많았다.

    던전에 있는 몬스터는 물론이고, 신전을 비롯한 다른 단체들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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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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