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18화 (118/126)

제 118화

협회 창설

“끄으으으!”

손이 으스러지는 상황에도 조규종은 이를 악물었다.

앙다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온 신음에 이상함을 느낀 사람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됐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뒤에 있던 그의 비서가 흥분하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그 순간, 조규종이 다른 손을 뻗으며 이문후를 공격했다.

뻐억!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먹에 남아 있는 묵직한 감각에 조규종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휘두른 주먹에서 느껴지는 강한 힘에 그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

“조금 매서운데?”

“이런 개…”

우두둑!

“끄으아아!”

남은 손까지 으스러지자, 참지 못한 조규종이 괴성을 내질렀다.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에 뒤에 있던 자들이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조규종과 함께 온 각성자들이었다.

예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싸움을 피해야만 했다. 상황도 좋지 않았고, 조규종 뒤에 있는 자들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커억!”

이문후는 다가오는 자들을 보며 조규종의 목을 틀어쥐었다. 조규종 역시 이문후가 손을 뻗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의 손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개자식!”

“말조심해. 네 목도 손처럼 될지 모르니까.”

“끄으윽.”

싸늘한 말투에 조규종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헛소리로 치부하고 넘겼겠지만, 이문후는 아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을 보면 이대로 목이 꺾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손 치워라!”

“사장님을 놓아줘라!”

“안 치우면?”

“…….”

날선 물음에 그들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조규종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먼저였다. 뒤늦게 뒤에 있던 비서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뭘 원하는 겁니까?”

“딱히 원하는 건 없어.”

“그런데 왜…”

“누가 보면 내가 먼저 공격한 줄 알겠네. 시작은 이 새끼가 먼저 했어.”

그의 말대로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조규종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과격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협회를 구성하려는 자립니다. 굳이 일을 키워서 DS에 좋을 건 없을 겁니다.”

“너희들에게도 좋을 건 없겠지.”

“끄으윽. 개자식. 넌 반드시 죽…”

콰앙!

이문후는 기를 꺾지 않는 조규종을 그대로 패대기쳤다.

바닥이 울릴 정도로 큰 충격에 조규종은 축 늘어졌고, 이문후를 포위한 각성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신! 지금 실수한 거야.”

“먼저 실수한 놈은 이놈이고!”

터엉!

이문후는 쓰러진 조규종을 걷어찼다.

그대로 미끄러진 조규종은 멀리 밀려났고, 그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오 비서는 대동한 각성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잡으세요!”

여기에서 그냥 물러날 수가 없었다.

조규종이라는 실력자가 쓰러졌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신전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꼴이었다.

상대는 한 명이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신전에 소속된 각성자들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압!”

요란한 기합 소리와 함께 그들이 달려들었다.

그동안 던전에서 서로 합을 맞추고 힘을 키운 만큼 그들의 움직임은 위협적이었다.

‘날카로운데?’

날렵하고 체계적인 움직임만 보면 정민석이 속한 팀보다 더 강한 것 같았다.

조규종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졌지만, 이들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파앙!

내뻗은 주먹에 공기가 터져 나갔다.

상당히 강한 힘이 실려 있는 공격이었지만, 이문후를 맞출 수는 없었다.

그는 가볍게 주먹을 피하며 달려든 사람의 가슴을 노렸다. 하지만 그때, 새하얀 빛무리가 그를 향해 쏟아졌다.

쐐에엑!

서너 개의 매직 미사일이 그를 견제하듯 날아들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매직 미사일을 날리는 걸로 봐서 상당한 실력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문후는 날아오는 공격을 너무 쉽게 받아냈다.

콰과광! 콰광!

작정하고 날린 매직 미사일이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말도 안 돼! 저게 가능해?”

“내 매직 미사일을…”

직접 매직 미사일을 터뜨렸다면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다.

이문후는 가장 먼저 날아온 매직 미사일의 방향을 바꾸면서 뒤따라온 매직 미사일을 터뜨린 것이다.

건곤대나이의 공능이었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경악했지만, 마냥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터엉!

이문후가 움직이기 무섭게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튕겨져 나갔다. 순식간에 떨어져 나가는 그의 모습에 남은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미친! 보이지도 않았어.”

“조심해!”

콰앙! 콰앙!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이 더 쓰러졌다.

모두가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쉽게 일어나지 못 하는 걸로 봐서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내공을 터뜨리고 공격을 한 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문후가 움직일 때마다 그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싸우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자, 잠깐! 우리는… 커헉!”

이문후는 그들의 의견을 무시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괜히 어설프게 끝내는 것보다 확실히 하는 게 나았다.

이대로 물러난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조규종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신전의 전력을 줄일 생각이었다.

“이봐. 이건 너무 심하잖아?”

거친 그의 행동에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나섰다.

신전과 제법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전에 힘을 합치기로 한 곳에서 조규종을 돕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불만이면 그쪽도 덤비든가.”

“뭐, 뭐야?”

“대신 쉽게 끝나지는 않을 테니까 단단히 각오하고 덤벼.”

“미친…”

말이 통하지 않았다.

싸늘한 그의 말에 항의하던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조규종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앞에 있는 놈과 부딪쳐서 좋을 게 없었다.

“크흠. 거기까지 하지 그러나?”

“…….”

가만히 이문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정우가 조심스럽게 나섰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그에게 집중되자, 김정우는 윙크를 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 알겠습니다.”

이문후는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그를 한마디로 정리하는 김정우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시선.

김정우는 이 상황을 즐겼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었지만, 이문후의 행동과 마지막 말이 그의 체면을 살려줬다.

‘이걸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겠어.’

협회장이 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신전 그룹이었다. 조규종이라는 강한 각성자가 신전의 직계였기 때문에 그들을

“뭘 보고 있어? 빨리 정리하지 않고?”

“예? 예.”

오 비서는 김정우의 말에 급하게 조규종을 챙겼다.

다행히 무사할 수 있었던 신전의 각성자들도 쓰러진 동료들을 챙겼다.

“가, 감사합니다.”

“나한테 감사할 게 있나. 이 정도로 끝낸 우리 사위한테 고마워해야지.”

“사, 사위요?”

“…….”

오 비서는 놀란 눈으로 김정우와 이문후를 바라봤다.

이미 김연희의 파격적인 말이 있었지만, 김정우가 사위라고 부른 적은 처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놀란 듯 웅성거렸다.

“사위라니? 약혼한 사이 아니었어?”

“정말로 DS그룹하고…”

“이건 완전히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잖아?”

“협회장은 김정우 사장에게 돌아가는 건가?”

의도적인 김정우의 말에 이문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를 도와줄 생각으로 여기까지 같이 온 건 맞지만, 지금은 조금 과한 것 같았다.

그는 김정우를 바라봤다.

이문후의 뜨거운 눈빛에 김정우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김정우는 애써 그의 눈빛을 무시했다.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 차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어. 그래. 김 사장.”

“…….”

그는 눈에 들어온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의뭉스러운 김정우의 행동에 이문후는 뒤에 있는 김연희를 바라봤다.

김연희의 반응이 걱정이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의도치 않게 김연희가 엮이게 되면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김연희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뭐야?’

오히려 그녀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물음에 수줍은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예상과는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 역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눈치였다.

왠지 모르게 찝찝했다.

김정우는 모르겠지만, 김연희까지 저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김연희에게서 김정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마, 두 부녀한테 당한 건 아니겠지?’

찝찝함을 뒤로한 이문후는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시선에 살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조규종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왜? 더 덤비게?”

“… 두고 보자!”

악당이 할 법한 말을 남긴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호텔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말을 곱씹은 이문후는 입꼬리를 올리며 뇌까렸다.

“다음에는 던전에서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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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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