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17화 (117/126)

제 117화

협회 창설

부서진 건물과 파괴된 시설물들.

두 번째 웨이브가 끝난 현장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참혹했다.

뉴스를 통해서 송출되는 화면에는 웨이브가 끝난 직후의 상황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빨리 끝냈네. 다른 나라는 아직도 싸우고 있어!”

“땅이 좁으니까.”

“땅이 좁은 것보다 네가 있고 없고의 차이겠지.”

“뭔 개소리야.”

“개소리는 무슨! 사람들이 다 인정하는데.”

정민석도 이문후의 모습에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며칠 안 본 그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전부터 이문후가 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2차 웨이브에서 확인한 그의 실력은 너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그건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너 연애하냐?”

“뭔 개소리야.”

“DS그룹 사위가 될 사람이라고 하던데? 사람들도 나한테 물어봐. 어떻게 된 거냐고!”

같이 움직이는 팀원들도 그 사실을 궁금해했다.

당연히 이문후와 가장 친한 그에게 질문이 쏟아졌지만, 정민석도 아는 게 없었다.

오히려 처음 그 소식을 접하고 많이 섭섭했다.

시시콜콜한 것들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중요한 소문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거야?”

“좀 복잡해.”

“복잡하다니?”

“후우.”

정민석의 얼굴을 본 그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굳이 정민석에게까지 이 사실을 감출 필요는 없었다. 하나하나 설명하는 게 귀찮았지만, 계속 질문을 받는 것보다는 나았다.

“대박이네.”

모든 설명을 들은 정민석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어찌 됐든 DS그룹에서 친구인 이문후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대박은 무슨.”

“야, 그냥… 사귀면 안 되냐?”

“미친놈아. 사귀긴 뭘 사귀라는 거야? 그 사람은 관심도 없는데.”

“확실해?”

아직 김연희의 감정이 어떤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단순한 호의였던 것 같았다.

이런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냥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나쁠 건 없었다.

“근데…”

“또 뭐?”

“이쁘냐?”

“미친놈.”

“아니. 그냥 궁금해서.”

위이이잉. 위이이잉.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그는 정민석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뭐야? 갑자기 나가서 전화를… 설마, 그 여잔가?”

투덜대는 정민석의 말처럼 연락이 온 사람은 김연희였다.

웨이브가 끝나고 이미 전리품의 처리도 끝난 상황이었다. 딱히 연락을 올 이유는 없었다.

“여보세요?”

[이문후 씨? 저 김연희예요.]

“예. 무슨 일이시죠?”

[혹시 시간 되세요?]

“시간이요?”

[사장님께서 도와달라고 하시네요.]

“아, 네.”

[가능하시면 집 앞으로 차를 보낼게요.]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협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자리에 같이 갈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해요.]

“알겠습니다.”

지지부진했던 협회가 드디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오래전부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실력을 드러내야 할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이문후는 채비를 갖췄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제대로 된 장비를 가지고 갈 필요가 있었다.

“어디 가냐?”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데이트?”

“데이트는 무슨. 근데, 너는 안 나가냐?”

“… 당분간은 휴가야.”

“휴가?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니야?”

게이트 밖으로 넘어온 놈들을 대부분 처리했다지만, 일부가 남아있을지도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휴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위기가 이상해.”

“이상하다니?”

“뒤숭숭해. 갑자기 협회가 생긴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 우리 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이제 게이트도 거의 개방이 된 상황이었다.

굳이 정부 쪽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큰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대부분이 공무원으로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자본이 들어온 만큼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인데?”

“나야 뭐…”

이렇다 할 생각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평소에도 단순하게 생각하는 정민석인 만큼 이런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아무 생각도 없었지?”

“아무 생각이 없긴! 그냥 의리를 지키는 거지.”

“의리는 무슨. 우선 갔다 와서 얘기하자.”

“알았어. 데이트 잘 해라.”

“데이트 아니라고!”

이문후는 일부러 놀리는 듯한 정민석의 말투에 짜증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정민석을 더 자극했다.

“겁나 부럽네. 재벌 사위!”

“지랄!”

***

“굳이 이런 옷을 입어야 하는 겁니까?”

“미안하네. 아무래도 격식이 있는 자리라서.”

김정우가 따로 준비한 옷을 입은 이문후는 어색해했다.

이렇게 정장을 입은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앞에 있던 김연희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잘 어울려요.”

“그래. 잘 어울리네. 연희가 눈썰미가 좋아. 하하.”

김정우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이문후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 협회가 만들어지는 겁니까?”

“이번에 일어난 웨이브로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정부에서도 할 말이 없을 테고.”

“내로라하는 곳은 다 모일 거예요. 재계는 물론이고, 정치권 쪽에서도 벌써 손을 잡은 곳이 있어요.”

“치열하네요.”

“아무래도 적잖은 이권이 걸려 있을 테니까요.”

그녀의 말처럼 협회가 만들어지면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협회에 많은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각성자들의 힘까지 결집시킬 수 있을 테니까 목을 맬 수밖에 없지.”

“각성자들 힘까지요?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쉽진 않겠지.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힘이 들 거야.”

“그런데도 굳이 협회를…”

“지들한테도 손해는 아니거든. 아무리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만 돈이 걸리면 결국에는 따를 수밖에 없어.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였다.

DS나 신전 같은 그룹이 이 일게 끼어든 이유도 결국에는 돈이었다.

“우선은 협회 회장이 돼야 해.”

“가능한 겁니까?”

“우리가 부족한 건 힘이었어. 돈이야 꿇릴 게 없고, 인맥도 다져져 있으니까.”

“그 부족한 힘은 이문후 씨가 채워주면 될 거예요.”

이미 예상하고 같이 움직였다.

그 역시 DS의 힘이 필요했다. 김정우가 협회장이 돼서 그에게 나쁠 건 없었다.

오히려 많은 편의를 봐줄 가능성이 높았다.

‘그놈하고 싸워야 하나?’

이문후는 조규종의 얼굴을 떠올렸다.

신전 역시 협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그들과 대립은 피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잘 된 것 같았다.

예전에는 어쩔 수 없이 피해야 했지만, 이 기회를 빌어서 확실히 서열을 정해두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물론, 조규종이 쉽게 승복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짓을 벌이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도착한 것 같군. 내리자.”

“저는 어떡합니까?”

“저와 같이 움직이면 돼요. 가시죠.”

이문후는 김정우와 김연희를 뒤따라갔다.

유명한 호텔로 들어서기 무섭게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대부분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재벌은 물론이고, 정계의 거물급 인사들까지.

혼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때 익숙한 얼굴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결국에는 너도 왔구나?”

“…….”

“소문이 자자하던데? 혼자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지?”

조규종이었다. 그는 다른 각성자들을 대동하고 이문후 앞에 섰다. 보자마자 시비조로 말을 걸고 있었지만, 이문후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내 말이 말 같지 않다는 거냐?”

조규종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이문후의 태도에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흉흉해진 분위기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목이 모아졌다.

졸지에 모두의 관심을 받게 된 이문후의 표정이 굳어졌다.

“알았으면 비켜라.”

“뭐, 뭐?”

“귀찮으니까 비키라고.”

“이 자식이!”

조규종은 이문후의 말에 흥분하며 손을 뻗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문후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다. 언제 한번 확실하게 밟아놓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서 그의 이름이 자주 들리고, 그와 비교를 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규종과 이문후.

각성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누가 더 강하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런 질문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확실히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뻗은 손은 너무나 쉽게 가로막혔다.

“뭐 하자는 거야?”

“…….”

기습적으로 뻗은 손이 이문후에게 잡히자, 조규종의 눈이 커다래졌다.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지만, 나름 검술의 묘리가 섞여 있었다. 이렇게 쉽게 잡힐 손이 아니었다.

“이거 안 놔?”

“먼저 공격할 때는 언제고?”

“이 새끼가… 끄읍!”

조규종은 강한 악력에 이를 악물었다.

이문후가 힘을 주자, 붙잡힌 손이 부러질 것 같았다. 뒤늦게 내공을 끌어 올렸지만, 이문후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파앗!

그는 급하게 다른 손을 뻗었다.

우선 이문후를 떨쳐낼 생각이었지만, 상대는 이번에도 너무나 쉽게 그의 손을 낚아챘다.

“말했지. 다시 눈에 띄면 뒤진다고.”

우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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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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