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16화 (116/126)
  • 제 116화

    두 번째 웨이브

    “아휴. 저 병…”

    이문후를 향해 다가오는 각성자들 중에는 정민석도 끼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경민도 몽롱한 눈으로 그를 향해 다가왔다.

    대부분이 주술사의 매혹에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나마 정신력이 강한 마법사 계열의 사람들은 멀쩡했지만, 그들만으로는 돌변한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조심해!”

    임성효는 조유리를 향해 소리쳤다.

    나경민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보법을 펼친 그는 순식간에 조유리와의 거리를 좁혔다. 동시에 내뻗은 검이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매화검법이었다.

    매혹에 빠진 그는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용하며 조유리를 공격했다.

    “꺄아악!”

    갑자기 돌변한 남자 친구의 행동에 조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떻게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마법을 날리기에는 나경민이 걱정이 됐고, 피하자니 그가 너무 빨랐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소리를 지르는 것뿐이었다.

    이 비명에 나경민이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생각일뿐이었다.

    검격을 뿌리는 나경민의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은빛 봉이 그를 튕겨냈다.

    터엉!

    제때 나타난 이문후가 나경민을 가로막았다.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그를 튕겨내자, 임성효가 그를 반겼다.

    “이문후 씨!”

    “물러나요!”

    “다, 다리가…”

    조유리는 풀려버린 다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대로는 도망가는 것도 요원해 보였지만, 옆에 있던 임성효가 염력을 펼치며 그녀를 도왔다.

    “조심해요. 지금 사람들이…”

    이문후는 임성효의 말을 듣기도 전에 움직였다.

    쿠웅!

    봉을 바닥에 찍은 그는 그대로 사람들을 뛰어넘었다.

    굳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과 싸울 필요는 없었다. 모두를 홀리게 만든 원흉만 처리하면 되는 일이었다.

    길게 늘어난 봉이 그를 멀리 밀어냈다.

    순식간에 위로 떠오른 그는 포물선을 그리며 나가 주술사를 향해 떨어졌다.

    “마, 막아라!”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달려오는 그의 모습에 나가 주술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쐐에엑!

    매혹에 걸린 몇몇 각성자가 이문후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힘을 잔뜩 머금은 투창과 매직 미사일을 비롯한 마법이 그를 노리며 날아왔다.

    하지만 모든 공격이 닿는 순간, 이문후가 사라졌다.

    콰과광! 콰앙!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허공에서 부딪친 공격에 주변이 쓸려나갔지만, 이문후는 그 자리에 없었다.

    “키아아아! 맹독…”

    눈앞에 나타난 이문후의 모습에 나가 주술사는 급히 주술을 펼쳤다. 주변을 독연으로 가득 채워서 그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술이 펼쳐지기도 전에 그녀의 입이 막혔다.

    “침묵!”

    “크으으으!”

    주술사나 마법사에게는 상극인 스킬이었다.

    일부러 침묵을 장착하고 온 그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가 주술사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주변에 있던 전사가 그를 가로막았다.

    터엉!

    우람한 근육을 가진 놈이었다.

    다른 놈들보다 조금 더 덩치가 있는 것이, 주술사를 지키기 위한 호위 같았다.

    기다란 창을 든 놈은 고리눈을 뜨고 이문후를 노려봤다.

    하지만 섣불리 달려들지는 않았다.

    ‘생각이 있는 놈들이라니까.’

    이미 그와의 격차를 알고 있었다.

    나가 전사는 주변에 있는 다른 동료들의 합류를 기다렸고, 이문후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주술사를 공격했다.

    “키아아!”

    굳이 다른 놈과 기싸움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

    눈앞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우두머리는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터엉! 터엉!

    봉이 휘둘러 질 때마다 나가 전사의 몸이 휘청거렸다.

    힘겹게 창을 휘두르며 주술사를 노리는 이문후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가진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이문후의 스탯은 나가 전사의 힘을 압도하고 있었다.

    정면에서 상대해도 어려울 판에 주술사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더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퍼억!

    내공이 실린 일격에 나가 전사가 주저앉았다.

    주술사를 지키면서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무섭게 이문후의 봉이 그의 가슴에 꽂힌 것이다.

    쿠웅!

    힘없이 쓰러지는 호위를 뒤로한 그는 나가 주술사를 향해 다가갔다.

    잔뜩 겁에 질린 주술사는 뒤로 물러나면서 계속 뭔가를 외쳤지만, 침묵이 적용되는 만큼 제대로 된 주술이 펼쳐질 수는 없었다.

    “키아아! 이놈!”

    원망에 가득찬 목소리와 함께 주술사가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바닥을 미끄러지며 다가온 주술사는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이문후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부우웅!

    나름 비장의 수를 숨겨둔 것 같았다.

    기민한 움직임이 놀라웠지만, 먼저 쓰러진 호위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속도였다.

    터엉!

    이문후는 너무나 쉽게 그녀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텅 빈 가슴에 손을 뻗으며 기운을 흘러 넣었다.

    투웅!

    내부로 파고드는 강한 기운에 나가 주술사가 힘없이 쓰러졌다. 상대적으로 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문후의 공격을 버틸 수 없었다.

    [나가 주술사를 쓰러뜨렸습니다.]

    [주변에 적용되던 매혹 주술이 사라집니다.]

    익숙한 알림과 함께 뒤에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한 눈빛이 풀린 그들은 쓰러진 동료들을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뒤늦게 자신들이 한 일을 자각한 것이다.

    한바탕 큰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나가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먼저 처리해야만 했다.

    [나가 주술사의 지팡이를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이문후는 손에 넣은 지팡이를 살폈다.

    마법 스킬이 없는 만큼 손에 넣은 지팡이가 그렇게 쓸모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탑을 이용하면 이런 것들을 팔 수 있겠지?’

    6레벨이 되고 열린 상점이라는 기능.

    아직 그 기능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얻은 장비를 이용하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끄아악!”

    “위험해! 피해요!”

    지팡이를 챙긴 그는 남아 있는 나가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미 구심점이 될 만한 주술사가 쓰러졌지만, 놈들은 전의를 꺾지 않았다.

    ‘저놈들도 살려면 어쩔 수 없겠지?’

    이대로 목을 내놓을 수도 없었다.

    나가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남아 있는 인간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고, 각성자들도 여길 지키기 위해서는 놈들을 쓰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흐읍!”

    이문후는 남은 놈들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빠르게 나가의 수를 줄이면서 경험치를 채워 나갔다.

    ***

    “크으. 죽겠다!”

    “어떻게 된 게 튀어나오는 놈들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지?”

    “그러게요.”

    “우리들이 약한 게 아닐까? 일회성 던전 말고는 제대로 된 사냥을 못 했잖아!”

    정민석의 말처럼 그들은 제대로 된 사냥을 하지 못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 위험하다는 사실 때문에 제약이 있었고, 그동안 한 거라고는 밖으로 나오는 놈들을 처리한 게 전부였다.

    반면에 이문후는 직접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힘을 키웠고, 지금은 엄청난 실력자로 변해 있었다.

    “하긴, 저놈만 봐도…”

    “문후는 논외로 쳐야지.”

    “논외라고?”

    “비교할 사람하고 비교해야지. 오르지도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고 했어.”

    “…….”

    차마 자존심 때문에 동의하지는 못 했지만, 나경민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혼자서 거대한 뱀을 처리한 것은 물론이고, 주술사까지 쓰러뜨렸다.

    거기에 남아 있는 나가 전사들도 대부분 그의 손에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힘들게 한 놈씩 상대하는 그들과 다르게 이문후는 대여섯 놈을 한꺼번에 쓰러뜨렸다.

    “그나저나 다른 곳도 비슷할까?”

    “모르지. 거기에는 어떤 놈들이 나타났는지.”

    “팀장님은?”

    “저기 오시네.”

    “양반은 아닌 가 봐.”

    곧 권형태가 다가왔다. 그는 옆에 있는 이문후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예.”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볼 때마다 강력해지시는군요.”

    “운이 좋았던 거죠.”

    “그렇습니까?”

    권형태는 겸손한 이문후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보였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그인지라, 오히려 이런 반응이 더 여유로워 보였다.

    “아무래도 다른 지역으로 지원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죠.”

    지금 이런 상황이 그에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던전에서 혼자 싸우는 것보다 훨씬 쉽고 안전하게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상대가 버거울 정도로 강력한 놈이라면 현대 화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불리할 건 없었다.

    “자네들은 어떤가?”

    “바로 움직입니까?”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

    이문후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가라는 강한 놈들을 상대하느라 많은 힘을 쏟은 만큼 지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나경민과 정민석은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빨리 가죠!”

    “그래요. 빨리 갑시다!”

    “왜 이러는 거야?”

    평소와는 많이 다른 두 사람의 모습에 권형태는 의아해하며 박정균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역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시죠!”

    =============================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