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15화 (115/126)

제 115화

두 번째 웨이브

‘소환?’

쓰러진 놈이 소환수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찌 됐든 가장 강력한 놈이 사라졌다는 것만은 다행이었다. 놈이 쓰러졌다는 알림과 함께 나머지 보상이 손에 들어왔다.

[나가 수호신의 내단을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히드라의 내단을 복용했던 그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물건인 건 확실했다.

당장 내단을 복용할 수 없었다.

그는 따로 내단을 챙기며 쓰러진 수호신의 사체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때 섬뜩한 느낌이 그를 휘감았다.

쐐에엑! 터엉!

별안간 허공에서 거대한 검이 떨어져 내렸다.

갑자기 나타난 검에 급하게 뒤로 물러난 그는 공격을 날린 놈을 바라봤다.

‘주술사? 저놈이 우두머린가?’

뒤에서 있는 나가 주술사가 그를 가리키고 있었다.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있었지만, 상당히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는 나가 주술사의 모습에 심상치 않아 보였다.

‘뭐야? 기분 나쁜 느낌은?’

지금까지 많은 몬스터들을 접했지만, 저런 느낌을 주는 몬스터는 처음이었다.

나가 주술사는 이상한 분위기를 흘리고 있었다.

“키아아아!”

이문후와 눈이 마주친 주술사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주변에 있는 자들을 불러모았다.

당장 이문후를 막을 수 있는 전력이 없었다.

앞에 몇몇 나가 전사들이 있었지만, 그들만으로는 무리였다.

나가의 수호신을 쓰러뜨린 놈이었다.

아무리 소환으로 그 힘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기에서 그런 존재를 잡을 놈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키아아아!”

그녀의 부름에 주변에 있던 나가들이 모여들었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정민석을 비롯한 일행들도 급하게 이문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

하지만 이문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쓰러진 소환수를 뒤로하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키아아! 잡아라!”

도망가는 그의 모습에 나가 주술사는 흥분하며 소리쳤다.

주변에 있던 전사들이 이문후를 쫓아왔지만, 오히려 날아드는 봉에 꿰뚫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크윽!”

수호신도 상대가 되지 못하고 쓰러진 마당에 그들이 이문후를 잡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여기는 던전 안이 아니라 밖이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주변에 이문후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쐐에엑! 콰앙!

까드드득!

주변에 있던 각성자들이 그를 도왔다.

수호신을 쓰러뜨리는 모습에 매료된 그들은 이문후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는데.’

무사히 뒤로 물러난 그에게 정민석이 다가왔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어. 괜찮아.”

“미친놈! 저런 괴물한테 혼자 달려드는 게 말이 되냐?”

이문후는 정민석의 격한 반응에 미소를 보였다.

그동안 혼자 던전에서 돌아다니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뭘 쪼개?”

“안 다치면 된 거지.”

“근데 갑자기 왜 빠진 거야? 난 다친 줄 알고…”

“아, 할 게 있어서.”

“그게 뭔데?”

“잠깐 능력 좀 올리려고.”

예상을 벗어난 대답에 그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나경민은 부럽다는 듯이 뇌까렸다.

“도대체 경험치를 얼마나 얻은 거야?”

거대한 놈을 혼자 쓰러뜨린 만큼 엄청난 경험치를 얻었을 게 분명했다.

이 와중에 다시 성장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지금은 다가오는 나가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쉬고 있으세요. 적어도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 버프는 다시 못 주는 거냐?”

“버프?”

“조금 전에 줬던 버프. 이제 사라진 것 같거든.”

나경민은 여왕의 축복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했다.

몰랐으면 모르겠지만, 한 번 스탯이 올라간 경험을 한 만큼 되돌아간 스탯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능력 자체가 무작정 사용할 수는 없었다.

‘무리를 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순간이동처럼 부담을 감내하면 능력을 억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얻는 거라고는 소량의 경험치밖에 없었다.

“다시 사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거든.”

“쩝. 아쉽네.”

이문후는 그들을 뒤로하고 전장에서 물러났다.

이미 위험하다고 싶은 놈은 쓰러졌기 때문에 마음 놓고 물러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수호신을 잡고 부족한 경험치 구슬을 채울 수 있었다.

50개의 경험치 구슬.

이문후는 그 많은 양을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리는데 사용했다.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6성으로 올랐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수가 늘어납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한계가 해제됩니다.(최대 2레벨까지 적용 가능)]

스탯이 상승하고, 장착 가능한 스킬이 더 늘어났다.

거기에 1레벨로 고정됐던 스킬의 레벨을 더 올릴 수 있었다.

강한 적을 상대할수록 점점 한계가 느껴지는 스킬이 많아졌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극독이라는 스킬도, 버텨내는 놈들의 수가 늘어났다.

이제 레벨을 더 올리게 된다면 조금 더 쉽게 적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좋은데?”

확실히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먼저 올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았다.

경험치 구슬이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문제였지만, 성취를 올리면 확실히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새로운 능력을 확인했지만, 다른 스킬의 레벨을 올릴만한 경험치 구슬이 없었다.

모든 것을 건곤대나이에 투자한 만큼 이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새로운 스킬을 장착하는 것뿐이었다.

[침묵을 장착하였습니다.]

여유가 된 스킬은 침묵으로 채웠다.

하얀 털 원숭이를 잡고 얻은 능력이었다. 상대방의 스킬을 제한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무래도 상대가 주술사인 만큼 이 스킬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굳이 침묵을 장착하지 않더라도 밖으로 나온 몬스터들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가 주술사가 풍기는 분위기가 마음에 걸렸다.

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하나는 다른 스킬로 채워야 했다.

‘남은 건 내단인가?’

그는 주변을 살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내단을 흡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단을 흡수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괜히 시간에 쫓겨서 내단을 흡수하는 것보다 나중에 신중하게 기운을 흡수하는 게 좋았다.

‘내공이 조금 부족하려나?’

그는 남은 내공을 가늠했다.

거대한 뱀을 상대하면서 소진한 내공이 생각보다 많았다. 남은 내공만으로도 나가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저주받은 피보다는 마나 드레인이 더 나으려나?’

당장은 저주받은 피를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나가들과의 싸움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는 장착된 스킬을 바꿨다.

[저주받은 피를 해제하였습니다.]

[마나 드레인을 장착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지금은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새로운 스킬까지 장착한 그는 다시 각성자들의 싸움을 살폈다.

콰앙! 콰아앙!

치열한 싸움이 이어졌다.

이제 몬스터들과의 싸움에 익숙해진 그들은 자신들만의 싸움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전세는 점점 기울고 있었다.

거대한 뱀이 사라진 순간부터 각성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나가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군의 화력까지 각성자들을 돕자, 나가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끼이아아아!

나가 주술사는 지팡이를 치켜들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동시에 그녀를 중심으로 강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뭐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이상함을 느낀 이문후는 나가 주술사를 향해 움직였다. 어떤 짓을 벌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자가 주술사의 행동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번쩍!

그가 움직이기 전에 주술사의 지팡이에서 시린 빛이 퍼져 나왔다.

주변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빛에 이문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매혹 주술에 저항하였습니다.]

‘매혹?’

강한 파괴력을 가진 공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빛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파괴력을 가진 공격이 더 나을 것 같았다.

“키아아아! 죽여라!”

나가 주술사의 외침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의아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동료들을 공격했다.

“씨발! 무슨 짓이야!”

“아악! 왜 이래?”

돌변한 그들의 행동에 모두가 당황했다.

주술사에게 홀린 자들은 오히려 나가 전사를 도와서 남은 사람들을 공격했고, 다시 싸움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정민석도 다른 사람들처럼 주술사의 영향을 받았다.

이대로라면 내분을 피할 수 없었다.

‘어쩐지 찝찝하더라니.’

불안함의 정체를 알게 된 이문후는 내공을 끌어 올렸다.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 혼란을 끝내기 위해서는 한 놈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나가 주술사라.”

침묵을 장착한 그는 나한보를 펼치며 빠르게 주술사와의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주술사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키아아! 저놈을 죽여라!”

그녀의 외침에 매혹에 빠진 각성자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익숙한 얼굴들도 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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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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